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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발 ‘신세계화전략’이 태풍처럼 지구촌을 휩쓸 것”

2016년 11월 13일부터 19일까지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제 22차 유엔기후변화총회가 열렸다. 약 1년 전 열렸던 파리기후변화총회에서 논의된 것을 더욱 구체화하는 자리였다. 유럽과 아프리카, 남미의 각국 대표들이 숱한 메시지를 쏟아냈지만 이 무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중국과 미국이었다. ‘거대한 전환’을 논의하는 현장에서 나는 일주일 동안 많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이 쏟아내는 메시지를 직접 접할 수 있었다. 이들과 만나면서 지구촌은 환경정책을 토대로 한 새로운 경제체제를 향한 역동적인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놀라운 속도로 경이롭게 세상은 전환되고 있었다. 그 세찬 물결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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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환 – 당당히 드러내는 남남협력정책

“중국은 개발도상국 형제들과 함께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을 새롭게 만들 것입니다. 이미 중국은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1955년 반둥회의를 통해 협력해온 전통이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에 따라 중국은 앞으로 개발도상국 형제들과 협력하여 개발도상국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대응, 청정에너지 전환, 역량개발을 할 것입니다.

우리 중국이 볼 때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 대다수는 인구가 많고 큰 나라들이기 때문에 지원을 한다는 말은 안하고 싶습니다. 대신 협력을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중국이 금융을 활용해서 브라질에 필요한 재원 중 70%를 제공할 것이고 다만 브라질은 30%만 만들면 됩니다. 그러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중국 국가개발과 개혁위원회 대표의 발언에 대해 브라질 대표는 즉각 중국이 남남협력의 지도국가임을 인정한다며 제안을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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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기축 통화인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만들어갈 세계인 남남협력의 지도국가임을 숨기지 않았다. 아울러 중국은 이미 다른 나라들이 따라 올 수 없을 정도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청정에너지에 투자를 했고 가격을 낮추어 왔다. 그동안 태양광 발전단가가 석탄 발전보다 몇 배 비쌌는데 이런 속도로 가면 2020년에는 태양광 가격이 석탄가격보다 더 싸질 것이다.

달러와 청정에너지로 무장한 중국은 과감하게 개도국들에게 대규모의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이 더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면서 말이다.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통해 경제적 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선진국들의 무역동맹에 대응하는 개도국들의 무역동맹이 그것이다. 아울러 잘만 하면 정치적 군사적 동맹도 생각해볼 만하다. 다만 지금 진행하는 기후변화 대응은 남남협력에 참여하는 중국과 개도국들 모두 실리와 명분을 함께 얻는 아름다운 시작일 뿐이다. 이렇게 중국은 남남협력이라는 세계화 전략을 기후변화총회가 진행된 일주일 내내 일관되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것은 중국 세계화 전략의 거대한 변화이다. 어쩌면 전환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중국은 1980년대에 등소평이 남긴 유훈으로 통치해온 나라다. 그 중 도광양회(韜光養晦)가 있다. “빛을 감추고 밖으로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그동안 도광양회는 중국의 경제 전략이면서 외교 전략이었다. 중국은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면서 빠르게 경제개발을 했다.

나는 12년 전인 2004년 중국 북경, 상해, 심천 등을 돌아다니면서 중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과 만났고, 그들이 현장에서 보여주는 중국의 변화상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정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당시 그들의 경제적인 역량은 한국의 수준을 능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50년을 내다보는 전략을 만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중국은 그 뒤에도 계속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자랑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중국이 도광양회에서 벗어났음을 모로코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은 감추는 태도에서 벗어나 이제 당당하게 남남협력의 지도국가로 부각되고 있었다. 도광양회의 목적이 보였다. 중국의 이끌어가는 남남협력이라는 세계화 전략을 통해서 말이다.

 

미국의 공세 – ‘저탄소 제품’ 아니면 탄소세 물릴 계획

11월 7일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의 전략과 미래가 불확실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모로코에서 만난 미국 대표들과 발표자들은 다른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기자가 물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대응들이 후퇴할 것 아닌가요?” 우리가 갖고 있는 의문을 참으로 잘 드러낸 질문이다. 존 케리를 비롯한 미국 연방 대표들과 미국 주 정부 대표들의 대답들은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미국을 잘 모르시는군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습니다. 미국 대기업들 1,000개는 온실가스 없이 청정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를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이 대기업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탄소에 가격을 부과하자는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투자하고 노력을 다 했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것은 트럼프 정부와 독립되어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온실가스가 얼마나 투여되어 있는지 검증하고 온실가스를 줄일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 상품들이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탄소세를 물릴 겁니다. 사실 실행은 미국의 연방 정부가 아니라 주정부가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주지사로 있는 주 정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공화당이 잡고 있는 주 정부들도 기후변화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트럼프 연방 정부가 기후변화에 무관심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미국은 이미 기술과 표준, 태양광, 풍력 발전, 청정에너지 전환, 에너지저장장치, 그린 빌딩, 선박 등등에서 이미 온실가스를 줄이는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이것을 포기하는 순간 미국은 손해를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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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현재 1,000개의 대기업들이 “앞으로 공짜 탄소는 없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예를 들면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20일 지나 6만 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초 대기업인 구글(google)사는 2020년까지 구글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화석연료가 아닌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워런 버핏, 애플사, 페이스북과 테슬러 등 각종 전기자동차 회사들도 앞 다투어 청정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전략을 통해 청정에너지 시대를 만들고 여기서 경쟁을 해서 세계의 1인자가 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짚어야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중국에 대해서 미국이 이미 손을 썼다는 사실이다. 2013년부터 중국이 개발하는 태양광, 풍력, 교통시스템, 그린 빌딩, 그린 선박, 탄소량 측정 노하우, 기술, 표준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다수 미국이 지원한 것이다. 미국은 명백히 대기업들이 요구하고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저탄소 세계화 전략에 중국을 끌어들인 것이다.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미국의 기업들이 기후변화를 해결하겠다는 착한 의지로 시작한 일이 아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저탄소 혹은 무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엄청난 투자기회다. 이미 미국이 갖고 있는 기술과 표준으로 지구촌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할 수 있다. 역사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오염원을 만들어서 지구를 망가뜨려가면서 부자가 된 미국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있을지 모른다. 기후변화를 활용한 경제 성장이다. 중국을 미국이 끌어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으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연명 위한 눈치보기가 아니라 혁신적 전환 나서야

중국의 전환과 미국의 공세는 일본을 자극했다. 일본은 기존의 친 미국 전략을 유지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그것이다. 나는 모로코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현재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두개의 사건을 접했다. 페루 리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렸는데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명백하게 아시아 태평양의 21개의 나라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것은 정확하게 남남협력이었다. 그 날 일본의 아베 총리는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고 있었다. 아베 총리는 미국의 트럼프에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도와달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설득의 핵심은 중국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지구촌은 지금 새로운 세계화의 질서를 만들고 있고 강대국들은 그 지도국을 자임하고 공격적인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명백한 전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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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그동안 모로코에서 만난 사람들을 생각할 때마다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한국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라는 의문이다.

한국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과 상공회의소 등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등이 만들어 가는 전환에 대해 답답할 정도로 구태의연한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은 아예 관심이 없다. 지구촌의 전환을 모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정부는 한국 사회가 가야할 미래에 대해 어떤 논의도 하지 않고 있다. 그저 연명만 하면 된다는 것이 한국의 정치, 정부, 산업계의 태도이다.

감히 말하고 싶은 바는 지금 구식으로 연명하자는 것은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당장 전환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자들도 피해를 볼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들은 임금 노동자들과 가족들, 농민, 어민, 축산업을 하는 분들이 될 것이다. 현재 강력한 태풍이 세계를 뒤흔들기 위해 오고 있다. 미래의 전략을 갖고 준비하지 않은 기업들, 준비하지 않은 노동자, 그 가족들, 농민, 어민들이 설 땅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무너지고 부서진 자리에 심각한 대규모 구조조정들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팽개쳐질 것이다.

나는 지금 당장 한국이 선택해야 할 전환의 방향을 세우기 위해 큰 그림과 세부적인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큰 그림과 전략을 만들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그 그림을 밀고 갈 예산은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가? 예산은 부족하겠지만 있다.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 지금 정부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22기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투자할 정부 예산(18조원)과 국민연금 투자 분을 회수하면 새로운 전환의 재원은 일단 만들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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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이 세계화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데 한국이 가야할 큰 그림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우선 40억명이 살아가고 있는 아시아에 한국이 협력을 통해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패권을 다투는 중국과 일본과 달리 한국은 기후변화 해결을 매개로 아시아 전체가 협력하면서 최선의 대안과 정책, 아이디어. 자원과 사람을 공유하는 테라시아(Terrasia)를 준비할 수 있다고 본다.

테라시아의 구체적인 그림은 이미 푸른아시아가 2007년부터 10년간 만들어온 밑그림들이 있다. 테라시아에 대해서는 이미 유엔, 선진국, 개도국, 기후변화 피해국, 세계은행, NGO들, 종교계 등에서 대안의 플랫폼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전환기에 이번에는 테라시아를 통해 10년 간 개발해온 합리적인 핵심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글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