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4-[송상훈의 식물이야기] 염생식물(鹽生植物)

이번 회에서 다를 주제는 염생식물(鹽生植物)이다. 먼저 본 주제와 관련된 자료가 많지 않고 대동소이하여 농촌진흥청의 ‘바다와 사랑에 빠진 식물'(2014)을 많이 참조하였음을 밝힌다.

염생식물이란 소금기 있는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통통마디(함초. 비름과), 칠면초(해홍채. 비름과), 세발나물(갯개미자리. 석죽과), 나문재(갯솔나물. 비름과), 수송나물(가시솔나물. 비름과), 해홍나물(비름과) 등 갯벌에서 흔히 만나는 식물 외에도 ‘갯(海)’이라는 접두사가 붙은 갯완두, 갯메꽃, 갯잔디, 갯방풍, 갯능쟁이(갯는쟁이, 갯명아주), 갯질경, 갯댑싸리, 갯기름나물, 갯강활, 갯국화, 갯개미취, 갯쑥부쟁이, 갯지치, 갯장대, 갯패랭이, 갯완두, 갯천문동, 갯버들, 갯까치수염, 갯장구채, 갯그령, 갯보리, 갯드렁새, 갯무, 갯고들빼기, 갯씀바귀 등을 비롯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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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띠, 산조풀, 모새달, 밀사초, 통보리사초, 참골무꽃, 방울비짜루, 왕모시풀, 취명아주, 버들명아주, 번행초, 염주괴불주머니, 섬기린초, 해당화, 암대극, 흰대극, 우묵사스레피나무, 위성류, 순비기나무, 모래지치, 해란초, 백령풀, 비쑥, 사철쑥, 털머위 등등 바닷가 해풍을 맞고 자생하는 식물까지 포괄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 세계에 1, 560여 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94종이 서식한다. 이 식물들은 대체로 내염성과 내건성, 내풍성을 함께 갖고 있으며 기후변화와 해안의 환경변화를 알리는 지표종이라 할 수 있다.

보통의 식물들에게 갯벌 등 토양에 존재하는 염분은 식물체 내에서 삼투압을 감소시켜 수분이 식물세포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한다. 배추를 소금에 저릴 때 보듯이, 식물 내부 보다 밖에 존재하는 용액의 농도가 높으면 식물은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식물 내부의 수액이 빠져나가 말라 죽게 된다. 또한 독성이온이 식물세포로 쉽게 투입 가능하게 되어 식물의 생리활성을 방해하여 식물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영양부족과 광합성 감소, 활성산소 증가 등 성장장애를 초래한다.
그런데 염생식물은 식물에게 독에 해당하는 소금물을 흡수하되 이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강화하여 오히려 자신들만의 영역을 확보한 것이다. 쌀과 콩이 1~3g/ℓ의 염분만 결딜 수 있는데 비해 통통마디는 70g/ℓ의 염분까지 견딜 수 있으니 이들의 뛰어난 내염성을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바닷물의 염분은 보통 40g/ℓ이다.
이들이 염분에 강한 이유는 염분 배출을 돕는 칼륨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염생식물을 섭취하면 체내 염분 배출에 도움이 된다.

염생식물은 바다와 접한 연안습지에 서식하면서 연안습지 먹이사슬을 지탱하는 기반을 이루고, 습지생물의 보금자리, 해안선의 침식 및 토양유실 방지, 육지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정화 역할을 한다. 네이처(Nature)는 갯벌의 생태적 가치가 농경지의 100배, 숲의 10배라 추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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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갯벌의 칼슘, 철, 아연, 셀레늄, 게르마늄 등 미네랄까지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서구에서는 일찍이 염생식물을 중요한 생물자원으로 인식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쓰임새를 다양화 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후반 서해안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갯벌의 40%가 간척사업으로 상실되었다.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 염생식물이 생존하는 방법이 모두 같지는 않다. 삼투압이나 염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하거나 내염성 물질생성을 통해 염저항성을 강화하는 등 저마다의 특징을 갖고 있다. 가령, 펄(泥),에 자라는 갈대는 염분을 뿌리에 쌓아 두다가 그 뿌리를 잘라낸다. 갯능쟁이(갯는쟁이. 갯명아주)는 염분을 염선이라는 세포에 모아 낙엽으로 떨군다. 뿌리를 잘라내거나 낙엽을 떨구는 것은 몸의 일부를 고사시키는 것인데 이는 다른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흔히 보는 통통마디나 칠면초는 식물 내에 여러 무기질을 농축하여 농도를 주위 해양환경보다 높게 유지한다. 이로써 다육질의 줄기에 존재하는 세포의 액포에 많은 물을 저장하게 되어 염농도를 조절한다. 염분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식물도 있다.

여기서는 갯벌과 바다로 이어진 강 어구 등 연안습지와 사구 등에 주로 서식하면서 모양이 매우 비슷한 대표적 염생식물인 통통마디(함초. 비름과), 칠면초(해홍채. 비름과), 세발나물(갯개미자리. 석죽과), 나문재(갯솔나물. 비름과), 수송나물(가시솔나물. 비름과), 해홍나물(비름과)를 간단히 살펴 보겠다.
이들 식물은 혹독한 환경에 서식하므로 두텁고 가는 잎을 보유하며 키가 작다는 특징이 있다.

생김새는 비슷해도 서식 위치는 차이가 있다. 통통마디는 주로 염전 근처에서 많이 발견된다. 육상에 가까운 가장 건조한 곳에는 나문재와 수송나물이 분포하고, 한 달에 한두 차례 침수되는 곳에는 갯개미자리가 분포한다. 칠면초와 해홍나물은 바닷물 침수가 잦고 습하면서 배수가 좋은 곳을 좋아한다. 이들 모두 어린 순을 나물로 무쳐 먹거나 쌈채소로 자주 이용되는데 주로 단오 전까지의 어린 줄기와 잎을 식용한다. 기실 우리 주변 상당수의 식물들은 가뭄으로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모두 구황작물 역할을 하였던 고마운 녀석들인데 염생식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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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마디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줄기 마디 마디가 통통하여 볼륨감 있다. 잎은 없다. 함초(鹹草)라고도 불리는데, 함이란 짜다는 의미이기에 뒤에 서술할 모든 염생식물을 함초라고 부르는 도감도 있다. 높이 10~30cm 정도이며, 가을에 씨앗을 받아서 폐염전을 활용해 대규모 재배하는데, 항산화물질과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잇몸치료제 겸 치약으로, 비누 등 미용소재로, 변비치료 등 기능성식품으로 활용한다. 최근에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약의 주요성분으로도 쓰인다. 그 외에도 신장과 방광, 간질환에도 특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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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이 고등어의 30배, 우유의 8배, 잔멸치의 91%라 하는데, 10g만으로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량을 채울 정도로 영양 만점 식물이기에 외국에서도 샐러드로 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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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초는 통통마디와 달리 마디 같은 잎이 있는데, 통통마디 줄기에 비해 길고 불륨감이 약하며 밋밋하다. 해홍나물과 헛갈릴 수 있는데 해홍나물 잎은 윷가락처럼 한 쪽이 납작하다. 칠면초는 서해 갯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1년생 염생식물이며 성장과정에서 여러 번 색깔을 바꾸다가 대규모로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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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제외한 전체를 약으로 쓰며 나문제와 마찬가지로 위열을 내리므로 소화를 돕는다. 간에 탁월하여 간경화와 지방간을 억제하고 중성지방 배출과 숙변 등 독성 배출에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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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개미자리는 석죽과 식물이다. 도심에서 보는 개미자리 사촌이다. 자칫 유럽개미자리(분홍개미자리)와 혼동되는데 꽃을 감싸는 꽃받침에 검은 선점이 있고 꽃술이 4~5개 정도이다. 유럽개미자리는 쉽게 볼 수 없지만 꽃받침에 선점이 없고 꽃술이 6~10개 정도이며 꽃이 조금 빈약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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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개미자리는 세발나물로 요즘 식탁에 자주 오르는데, 전남 어촌에서 겨울에 대규모로 양식하고 있다. 내한성이 강해 일손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기에 점차 하우스재배로 확대되고 있다. 칼륨은 바나나에 비해서 12배 이상이며, 노폐물 배출 및 에너지 대사에 효과가 있다. 물김치와 나물, 부추처럼 전으로 식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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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솔나물이라 불리는 나문재는 얼핏 보아도 솔나물 비슷한 한해살이풀이다. 높이 40~80cm이며 잎이 무성하고 많은 편인데 점차 붉어지다가 검어지는데 잎끝이 단단해져 피부를 찌른다. 열매는 마치 참빗살나무 비슷한데 사각형이 아닌 오각형이다. 어린순은 짠맛이 나며 살짝 데쳐서 식용한다. 돈나물처럼 고추장에 비벼 먹어도 좋은데 수송나물처럼 식감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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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지방, 무기질, 인, 칼슘, 철, 나트륨, 비타민 등 많은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는 나문재는 해홍나물, 칠면초처럼 소화를 돕고 간 기능을 도우며 염증과 비만에 좋고, 혈압을 안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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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솔나물로 불리는 수송나물은 갯솔나물로 불리는 나문재와 비슷하지만 높이 10~50cm로 조금 작고 모양이 덜 단정하다. 나문재와 마찬가지로 잎 끝이 점차 단단해 진다. 어린 잎은 부드러워 동양 각국에서 샐러드, 찌게, 국거리, 튀김용으로 식용하고 잎이 세면 사료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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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 나트륨, 인, 칼륨, 철 등 갖가지 미량원소와 비타민이 풍부한 수송나물은 나문재와 효능이 비슷하여 간의 기를 고르게 하여 황달에 좋고 혈압을 낮추며 염증에 이용하는데, 신장과 해독에도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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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습지고 배수 좋은 모래땅에 잘 자라는 해홍나물은 높이 30~60cm이며 잎은 나문재와 칠면초 중간 크기인데 하얀 가루가 묻어난다. 어릴 때는 붉은 기운이 강하고 점차 약해지다가 가을이면 다시 붉게 물든다. 멀리서 보면 갯가에 잘 가꾼 회향나무 자라는 듯 보이게 가지가 둥글게 퍼지면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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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통통하여 식감이 좋으므로 식탁에 자주 오른다. 마그네슘 함량은 다시마에 버금가며, 고혈압과 간 해독, 비만증 치료와 신장 및 방광에 좋고 성질이 차가워서 해열에도 사용된다.

이상 갯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나 구별이 모호한 염생식물을 살펴 보았다. 서식하기 어려운 고농도 염분의 환경에서 적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간에게 유용한 무기질을 가득 담고 있는 고마운 식물들이다.
많은 식물들이 사람들의 생활상 편이에 따라 배척되기도 하고 재배되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잡초라 불릴지언정 대부분의 식물은 알면 알수록 귀하고 고마운 존재라는 것이다.
이 빡빡한 시대에 식물은 알수록 새로운 길로 사람을 인도한다. 농업과 IT기술이 결합되는 6차 산업에서 어쩌면 우리 주변의 잡초는 보석처럼 빛날 준비를 마쳤는지는 모를 일이다.
우리 모두 주변의 식물들에게 좀 더 관심 기울여 보자. 꽃이 종자를 맺기 위해 곤충에게 꿀을 선사하듯이 관심을 갖는 우리에게 커다란 선물을 준비하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송상훈 지속가능발전정책실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