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4-[강찬수 환경전문기자의 에코사전⑥] 골프장 Golf Courses

골프 경기가 치러지는 경기장을 말한다. 골프장은 처음 공을 치는 티와 마지막에 공을 넣은 홀, 홀 주변의 고운 잔디밭인 그린, 티와 그린 사이에 있는 잘 깎인 잔디 지역인 페어웨이, 모래밭?연못?웅덩이?개울 따위의 장애물(해저드) 등으로 이뤄진다. 정규 경기는 보통 18홀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평야가 적고 산악이 많은 국내에서는 골프장 건설을 위해 산을 깎는 경우가 많아 생태계 파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의 골프 선수들의 활약은 세계적으로 두드러진다. 1998년 5월 US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 선수의 활약은 외환위기로 시름에 빠져있던 국민들에게 큰 힘과 용기를 주기도 했다.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도 여성 골프선수단이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골프장 건설은 생태계 파괴 우려를 낳는다. 땅이 넓은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골프장 건설을 위해 산림을 잘라내고 산을 깎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사 과정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피해를 입힌 경우도 있다. 잔디가 겨울철 추위와 여름 장마 속에서 해충과 곰팡이를 이겨내기 위해 농약을 뿌려야 하는데, 빗물에 씻긴 농약이 상수원을 오염시킬 수도 있다. 잔디밭에 물을 뿌리기 위해 지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주변 마을의 지하수를 고갈시키기도 한다. 골프장은 ‘녹색 사막‘이라고도 불리는 것도 잔디를 가꾸고 관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물을 뿌려야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매년 4월 29일을 ‘골프 없는 날(No Golf Day)’로 정하고 골프장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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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1990년대까지 경기도 지역에 집중되던 골프장은 이제 강원도와 충북, 충남지역까지 늘어나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은 모두 507개다. 2003년 말 기준으로 205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12년 사이에 2.4배로 늘었다. 전국의 골프장 면적은 2015년 말 기준으로 4억6900만㎡로 여의도 161배다. 전북의 새만금 방조제 안쪽 간척예정지 넓이와 거의 같다. 골프장 숫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골프장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골프장을 폐장하고, 대신 코스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퍼블릭 골프장수와 이용객수는 급증했으나 수익성은 오히려 크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에서 20일 발간한 ‘레저백서 2014’에 따르면 골프장수는 2003년말 205개소에서 2013년말에는 494개소로 2.4배 증가했고 퍼블릭 골프장수는 같은 기간 4.2배나 늘어났다. 골프장 이용객수도 같은 기간에 1528만명에서 2941만명으로 1.9배 급증했는데 퍼블릭 골프장수는 4.2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골프장의 경영실적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회원제는 급락했으나 퍼블릭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2003년 26.3%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2%로 24.3%나 하락했다. 반면 퍼블릭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에 44.4%에서 28.3%로 16.1% 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골프회원권 가격도 투자가치가 사라지고 이용가치만 남으면서 폭락했다. 120개 회원권 평균 가격이 2003년말 1억 3726만원에서 2008년 3월에는 3억 1705만원까지 상승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1억 1000만원으로 최고 수준에 비해 64%나 폭락했다.?
-뉴시스, 2014년 5월 20일자 보도

골프장의 인공위성 사진 YoungInn_Full

골프장의 인공위성 사진

 

인천 계양산과 굴업도, 강원도 등지에서는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기업과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갈등도 벌어졌다. 2006년 계양산에서는 인천녹색연합의 여성환경운동가인 신정은 간사가 56일, 윤인중 목사가 155일 동안 골프장에 반대하며 나무 위 시위를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반대 시위 덕분에 2011년 6월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골프장 도시관리계획 폐지안을 심의, 의결하면서 계양산 골프장 건설 사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계양산 골프장을 추진해온 롯데그룹은 도시관리계획 폐지가 부당하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2012년 말 ‘폐지 결정이 정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2013년 2월 롯데건설과 롯데상사,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계양산 골프장 사업부지에 대한 도시관리계획(체육시설) 폐지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시를 상대로 인천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서는 롯데가 패소했고, 2015년 8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2013년 10월에는 인천의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에도 골프장이 등장했다. 1992년부터 묻었던 쓰레기 더미 위에 골프장이 들어선 것이다. 쓰레기가 썩으면 메탄가스가 배출되고 그만큼 땅이 가라앉기 때문에 매립지 위에는 30~40년 동안 건물을 지을 수 없는데, 빈 땅으로 내버려 두는 대신에 골프장을 지은 것이다. 골프장을 운영해 벌어들인 돈으로 매립지 관리 비용을 거둘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천 계양산 골프장 반대 나무위 시위061108

인천 계양산 골프장 반대 나무 위 시위


한편 환경부가 매년 골프장 농약 사용량을 발표하면서 최근에는 골프장에서 농약 사용을 줄이고 있고, 농약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골프장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람의 건강도 지키면서 동시에 자연의 건강까지도 생각하는 골프장 정도는 돼야 골프를 즐길 기분이 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