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몽골] 호-thang, 바이바이싯테 ? 손지수 단원
4월부터 시작한 ‘2016 돈드고비 고양의 숲 조림사업’이 종료되었다. 구덩이 파기, 식재, 관정설비, 영농부터 울타리 보수까지, 다사다난 복작복작했던 조림사업이 끝났고, 바로 진행한 한국요리만들기와 만들기교실을 진행했던 주민겨울사업까지 끝냈다. 정말 모든게 끝났다.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일주일 남은 이 시점. 후련섭섭한 마음이 가득이다. 으.
나무가 겨울잠에서 깨어난 4월부터 다시 겨울잠에 드는 10월까지 7개월간 조림사업을 진행했다. 사실 조림사업이 종료가 되면 마음이 엄청나게 아플 줄 알고 한달 전부터 걱정을 했었다. 반년 넘게 얼굴 맞대고 희노애락을 같이 한 우리 30명의 직원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면 울컥하며 마음이 씁쓸했다. 그런데 (잘…우는..ㅎㅎ내가..) 울지도 않고 마지막 업무를 끝내고 씩씩하게 퇴근을 했다.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힘차게 “바이싯테!”. 조림 사업 끝날 걸 생각하며 미리 슬퍼해서 그런가, 직원들 중 반 정도는 겨울 주민사업 때 볼 수 있어서 그런가. 다만 아쉽고 싱숭생숭했었다.
10월 20일, 마지막 팀장회의.
왼쪽부터 체덴발 하롤(경비원), 빌게 하롤, 철먼 부팀장님, 첸벨 하롤, 나, 어떵치멕 팀장님, 조은이.
마지막으로 조림자재 점검!
울타리 보수 중
사업 종료를 맞아 현장 담당자인 어뜨너 간사님이 오셔서 단체 회의를 하고, 고대하던 바자회도 열렸다. 바자회에서는 지부 활동가들, 단원들, 직원들 등등 많은 사람들이 쓰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 500투그릭에서 1000투그릭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팔았다. 바자회 수익금은 전액 공동기금으로 들어가고, 고양의 숲 협동조합을 만드는데 쓰인다.
나와 조은이는 한국에서 가져온 옷들 중 꽤 많은 옷들을 바자회에 내놓을 수 있었다. 또, 지부에서 보내온 새 크레파스, 색연필, 사인펜, 포스트잇 등이 많이 준비되어, 손자손녀가 있는 직원들이 학용품을 많이 사가실수 있었다. 옷들도 정말 좋은 옷들이 많이 나와서 첸벨하롤은…ㅎㅎㅎㅎ 박스 한 가득 사가셨다. (잠바들 중 이쁜 카키색 점퍼가 있어서… 나도 득템. 소근소근)
특히, 어뜨너 간사님과 함께 오신 기사님이 직원들을 위해 신발을 두 박스나!! 선물해주셨다. 기사님은 푸른아시아와 자주 함께 일하시는 아저씨인데, 돈드고비가 고향이셔서 우리 사업장으로 출장 시엔 꼭 그 기사님이 함께 오셨다. 기사님은 오실 때마다 조림 사업을 도와주시곤 하는데, 저번에 경비아저씨의 작업용 신발 밑창이 뜯겨진걸 보셨나보다. 직원들께 선물해주고 싶다고 하시며 아는 사람 가게에서 튼튼한 새 신발들을 꽉꽉 채워 두 박스나… 감동이었다. 아저씨 덕분에 직원들은 이쁘고 따뜻한 신발들을 1500투그릭으로 사가셨다.
나와 조은이는 조림사업동안 열심히 일해주신 직원들을 위한 선물로 사진과 초콜릿을 준비했다. 4월부터 찍은 사진들을 탈탈 털어서 모든 직원들의 독사진을 한 장씩 뽑았고, 저번 달 찍은 단체사진까지 인화해서드렸다. 보통 2g 폰을 쓰시는 우리 직원들은 카메라나 사진이 생경하시다. (업무사진을 찍다보면 어느새 힐끔힐끔 보시곤 다가오시며 포즈를 취하시는 바람에 ‘잠시만 저쪽을 봐주세요’를 몇 번 외쳤던 게 기억난다.) 그래서 올해의 사업들과 우리를 기억해달라는 뜻으로 사진을 선물하였다. 다들 좋아하셔서 흐믓흐믓.
분주한 바자회
많은 분들의 후원 덕분에 이렇게 풍성한 바자회를 만들 수 있었다
우리가 준비한 사진들
바자회를 끝으로 조림사업이 끝나고, 주민사업을 시작했다. 조은이는 만들기 교실을 준비했고, 나는 직원들이 평소에 배우고 싶다고 했던 한국요리 교실을 준비했다. 한국요리 교실에선 말고기로 만드는 불고기, 채소를 이용하는 감자전, 오이무침 등을 함께 만들었다. 추운 날씨에도 멀리까지 찾아오신 직원들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짧았지만 알찼던 시간들.
만들기교실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짧을 수도, 길수도 있는 시간들이였다. 많은 일을 겪었고 그만큼 배웠다. 많이 걱정하던 몽골어는 어버버버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어느새 회의 때 조은이 옆에서 한마디쯤은 거들 수 있게 되었다. 나무에서 새끼손톱만한 잎이 나와 기뻐했던 게 어제 같은데 벌써 겨울이 와서 나무들이 겨울잠을 자다니.
2016년은 손지수라는 이름보다 홀랑(호thang)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특별한 한해였다. 나의 ‘이슭’발음이 돋보였던 그 이름도 바이바이싯테. 다시 한 번… 시원섭섭… 우리 고양의 숲 직원들, 본부/지부의 활동가들, 또 우리 단원들. 다들 고생 많았다. 푸른아시아 고양의 숲의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 돈드고비에 무성한 숲을 만들 때까지. 파이팅, amjilt.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송년회. 우리 단원들.
조림지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