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몽골] 안녕, 몽골. ? 유진 단원

많고 많은 지역 중에 바양노르라는 곳에서 지낸지 벌써 10개월.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그리고 실수도 많았던 그 날들이 사진첩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처음 이 곳에서 지내게 되었을 때, ‘혼자서 다 할 수만은 없구나.’ 라는 점을 느꼈고, 혼자라는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옆에서 도움의 손길을 주셨던 주민 분들과 팀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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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조림지 가는 길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조금씩 몽골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아가게 되고, 몽골 문화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지난 10개월.
하나하나 일일이 손꼽을 순 없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조금 적어본다.
처음 바양노르에 와서 숙소 청소를 하던 나와 룸메가 한창, 청소하다 마실 것도 없다는 점을 깨달고 델구르(슈퍼)에 가자며 긴장감을 가지고 찾아가 기쁜 마음으로 오렌지 주스와 콜라를 사고 나와 숙소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려 15분가량을 델구르 앞에서 멍하니 서있었을 때.
이 때, 정말 너무나도 큰 멘붕의 맛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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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양노르 호수에서 별과 함께

너무나도 길고 길던 몽골의 겨울이 지나고 갑자기 여름이 왔을 때, 초원에서 나던 가축들의 응가 냄새들. 잊지 못할 것 같다.
바양노르에는 호수가 한 곳 있는데, 4조림지에 갈 때마다 지나가던 그곳에서 보았던 수없이 많은 가축들. 평생 살면서 양, 말, 소, 염소, 낙타, 개, 돼지까지 많은 동물들과 함께 지내던 한없이 덥던 몽골의 여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잊을 수 없는 밤하늘 별.
한국에서 보기 쉽지 않는 별들을 바양노르에서는 수도 없이 많이 봤다.
숙소 문을 열고 나가기만 해도 보이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호수 근처에서는 까만 건 하늘이요, 빛나는건 온통 별뿐인 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을 봤던 것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
(조림지에서 일을 하시는 주민 분들과의 만남만 있었던 건 아니라는 점!)
각 조림지를 돌때마다 졸졸 쫒아오던 솜 아이들과 겸사겸사 알고 먼저 인사 해주시던 솜 주민들까지. 하나같이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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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양노르 낮에 찍은 호수

 

우연히 만난 몽골 유목민까지! 나보다 나이는 많으시지만, 친구라고 칭해주시며 집에도 초대해 맛있는 음식들과 몽골의 소주까지 2병이나 꺼내서 같이 이야기도 나누었던 소중한 기억들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혼자 다니느냐고 힘들지 않냐” 는 주민들의 관심에서도 많은 힘을 얻고, 같이 일이 끝나고 트럭 뒤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함께 집으로 가면서 나누던 이야기들도 기억 하겠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2016년 한해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2017년이 시작되면서 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바양노르에서 보냈던 그 10개월은 절대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항상 순수한 웃음으로 반겨주시기도 때론, 짖굳은 장난으로 맞이해 주시기도 하시던 여러분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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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양노르 밤에 찍은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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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먹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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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잘 따르던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