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3-[푸른아시아가 만난 사람]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미세먼지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는 것이 수신이요,
가족을 보호하는 것이 제가입니다”

 

강찬수 기자는 환경전문기자다. 1994년부터 중앙일보에서 환경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으니 햇수로도 벌써 22년째다. 그의 말대로 한 분야의 취재를 오래 했다고 해서 저절로 훌륭한 기자가 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현장을 찾았고 끊임없이 공부를 하며 ‘환경’의 카테고리를 떠나지 않았다. 푸른아시아 뉴스레터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의 에코사전>을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이것도 순전히 그의 환경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되었다. 푸른아시아는 그것도 모자라 그에게 카페콘서트 그린토크 강연을 요청했다. 그는 환경을 소재로 한 강연이라는 것에 대해 흔쾌히 수락했다. 다음은 지난 12월15일 푸른아시아 카페콘서트 그린토크에서 강찬수 기자가 강연한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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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전문기자가 하는 일은 뭔가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환경 이슈를 다루는 기자이지요. 환경 이슈라고 하면 먼저 우리 생활과 밀접한 대기, 수질오염에 대한 것과 소음, 쓰레기, 토양과 지하수오염, 유해화학물질, 그리고 해양오염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보다 넓게는 자연생태계와 생물 종 다양성 문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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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범위가 넓은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넓은 취재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어린이부터 학생, 주부, 그리고 환경미화원부터 대통령까지, 학자와 전문가들도 취재원이 되겠습니다. 또 가장 넓은 취재 현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바다, 광산 그리고 남극과 북극도 취재현장입니다. 산과 강 등 우리 삶의 터전 자체가 취재현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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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때 아니게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환경을 통한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정말 궁금합니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라는 말은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말이죠. 이를 환경정책, 환경오염과 연결시켜 보면 딱 들어맞습니다. 가끔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좀더 재미있게 환경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이죠. 먼저 대학에서 말하는 수신(修身)이란 몸을 다스리다, 즉 자신의 내공을 깊게 하는 수양을 뜻하는데 이 말을 조금 바꾸면 수신(守身)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지킨다는 의미죠. 환경에 맞춰볼까요? 대기오염은 미세먼지의 현상이고 미세먼지는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죠. 대기오염으로부터 우선 내 몸을 지키자, 그럴려면 환경을 깨끗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그냥 구호보다 훨씬 실감나죠? 수질오염과 관계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당장 내가 먹는 물이 깨끗하고 안전한지, 생각하게 되면 곧바로 내 몸과 직결되는 문제가 됩니다. 식품오염과 공장의 가스누출사고도 마찬가지로 수신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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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하 하 재미있네요. 그럼 제가(齊家)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집과 관련되는 환경문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실내공기오염, 층간소음, 쓰레기 분리수거 등이 바로 집안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이지요. 더 심각하고 실감나는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입니다. 집안을 더욱 깨끗하게 하려고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가 집안 가족의 엄청난 희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만약 미국 환경청처럼 매뉴얼을 갖추었다면 ‘가습기 살균제 재앙’을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집안 생활과 환경문제는 이처럼 직접적인 영향관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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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우리네 삶이 모두 환경 문제에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또 하나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치국(治國)은 환경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나라의 환경정책이 잘 서야 국민의 환경권이 보장되겠지요. 그것은 곧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고요. 환경 분야의 치국이 잘못되면 온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새만금 간척사업이죠. 조 단위의 세금이 들어간 새만금 간척사업은 목적한 바 이루지 못하고 실패한 사업으로 국민의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경인운하와 4대강사업은 어떤가요? 제대로 된 평가와 검증없이 진행된 환경정책은 그 피해를 따지자면 수치로 환산하기 힘든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예산과 인력 외 자연복구에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사람의 힘으로 복원하기는 힘듭니다. 어떤 경우엔 우리 다음세대 즉 손자들 세대에까지 피해가 이어져 복원이 힘든 사례도 많습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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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과 제가, 치국을 환경문제와 맞춰보면 정말 딱딱 들어맞네요. 마지막으로 평천하(平天下)는 어떻게 해석하는지요?
“국경을 초월한 환경문제를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황사문제, 미세먼지 문제는 한 나라 안에서의 문제가 아니지요.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생한 황사는 이틀이면 서울까지 날아옵니다. 환경문제는 전 지구적 문제라는 거지요. 몽골의 사막화, 건조화는 요즘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10년 조사 결과 강이 877개, 호수가 1,166개, 샘이 2,277개 말라버렸습니다. 믿기 어려운 결과이지만 현실입니다. 이런 결과가 단지 몽골 내부의 영향으로만 그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여름 기상 관측 이래 최고로 더운 날이 이어졌는데요, 이런 폭염과 열대야는 바로 몽골과 유라시아 중북부에 형성된 건조한 토양이 원인이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각국이 협력해야 할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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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대통령과 환경 정책에 대해 잘 정리를 해오셨는데 여기서 나타나는 특징은 무엇인가요?
“먼저 시대별 주요 환경 이슈를 한번 되짚어 볼까요? 1960년대는 산림 황폐화로 인해 조림사업이 주요 이슈였습니다. 식목일날 나무 심는 행사가 큰 일중 하나였죠. 1970년대는 실내공기오염이 큰 문제였습니다. 바로 연탄가스 사고가 빈발한 거였죠. 1980년대는 뭐가 기억나나요? 이때는 산업화 이후 도시 대기오염이 큰 문제였습니다. 당시 흰 양말을 신으면 저녁 무렵에 주름진 부분이 시커멓게 되는 것이 다반사였죠. 공기가 그만큼 안 좋았다는 겁니다. 2000년대는 황사와 기후변화가 주요 이슈로 다가왔습니다. 박정희 정권때는 산업화가 우선이라 대기오염에 대해선 뒷전이었죠. 당시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치사문을 보면 <우렁한 건설의 수레 소리가 동해를 진동하고,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으로 뻗어나가는 그날엔…> 식으로 검은 연기에 대해 전혀 우려감이 없습니다. 전두환 정부도 개발에 역점을 두어 환경 문제는 뒷전이었지만 인천 수도권 매립지를 만든 것은 잘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노태우 정부 역시 환경 문제에 대해 깊이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골프장 허가를 많이 내어줘 오죽하면 ‘골프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왔겠습니까. 김영삼 정부때 큰 일을 한 것은 ‘쓰레기종량제’ 도입한 것이고요, 김대중 정부때 그린벨트 해제가 부각되었지만 동강댐 백지화도 그 당시 결정사항이었습니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자칭 ‘환경영웅’이었지만 건설회사 사장 출신의 경력을 벗지 못하고 4대강 사업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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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보전의 중요한 맥락은 어디에 있는지요?
“환경 보전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는 배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우리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음세대, 미래 세대를 위한 배려도 포함되겠지요.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기본 정신으로 깔려 있습니다. 누구나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 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가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됩니다. 생태계를 생각하면 다른 생물 종에 대한 배려도 포함됩니다.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하고 생태계 먹이사슬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배려가 전제되어야 하는 겁니다.”

듣고 보니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은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자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환경으로 살펴본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정말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글 이동형 푸른아시아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