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3-[송상훈의 식물이야기] 촛불과 닮은 꽃들

신년이 밝았다. 부패권력 축출을 외치는 촛불집회는 마침내 대통령탄핵소추 가결이라는 꽃을 피웠다. 바야흐로 촛불은 꽃불이 되었다. 집회의 성과를 훼손하거나 갈취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10차 집회는 계속되었고, 세밑 보신각 타종과 함께 헌법재판소 결정 촉구와 정권 교체라는 정유년(丁酉年)의 희망을 담아 거대한 꽃불을 점화하였다.

얼굴 성형에 몰두하는 대통령과 달리 대중들은 촛불집회를 집도하면서 정치의 근본부터 점검하고 있다.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통하여 화장으로 위장된 정치의 민낯을 드러내고, 대의민주주의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금권 개입을 불허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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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 차례의 촛불집회에 대한 외신의 평가는 뜨거웠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한국인들은, 부패한 정권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저항운동이란 어떤 것인지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강력한 민주주의는 스캔들을 이긴다”고 자평하였고, 중국 신화통신(新華通訊) 또한 “거리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새 시대를 의미하는 ‘서울의 봄'”이라 통찰하였으며, 독일 언론 디 자이트(Die Zeit)는 “유럽과 미국인들은 오직 한국의 용감한 그리고 열정적인 민주주의자들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들의 투쟁은 오직 찬미해야 마땅하다”고 호평하였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촛불집회 현장에는 꽃들이 만발하였다. 밤을 밝히는 수백만의 꽃불 외에도 경찰차벽을 수놓은 스티커 꽃들이 그러하다. 꽃들에는 배려의 향기가 베어 있어 훈훈하였는데, 의경이 고생 않게 스티커 접착을 최소화하여 떼어내기 편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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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첫 회는 더욱 많은 꽃들로 집회가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촛불 닮은 꽃들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한다.
먼저, 백합과인 구근식물 튤립(Tulip)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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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피기 전의 모습은 영락 없이 촛불을 닮았으나 인도인의 터번을 닮기도 하였다. 터키어로 터번을 뜻하는 ‘Tulbent’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원줄기에 하나의 꽃이 고결하고 우아하게 피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식물이다.
터키 원산이지만 프랑스의 합스부르크(Habsburg)가에 심어져 종류가 다양화 되었다. 이후 정원(庭園)으로 부(富)를 과시하던 네덜란드에서 희소성으로 인해 자본주의 최초 투기인 튤립투기(Tulip bubble)를 부르기도 하였는데, 평범한 노란색 튤립 뿌리 하나가 노동자 5년치 급여와 맘먹었을 정도였다. 현재 500여종이 재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가을에 심고 여름에 씨를 얻는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국정(國政)은 아마도 탐욕의 튤립이었을 것이지만, 우리에게 국정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형평성을 갖춰 미래를 설계하며 어둠을 걷어내는 촛불의 튤립이어야 함을 명심하자.

불꽃맨드라미 또한 촛불과 매우 닮은 식물인데 생명력이 특히 강해서 도심의 도로변 화단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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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맨드라미 또는 횃불맨드라미로도 불리는 비름과의 이 식물은 인도 원산이며 전세계에 분포한다. 닭벼슬 모양의 꽃을 피우는 맨드라미와 달리 잔꽃이 모인 불꽃형태의 꽃을 7~8월에 피우는데, 꽃이 밑으로부터 계속 피는 무한화서이므로 개화가 오래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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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크기의 불꽃맨드라미와 달리 해바라기보다 크게 자라는 대형 맨드라미가 있는데, 아마란스(amaranth)라 한다. 안데스산맥 고산지대에서 재배되었으며 50여 종이 퍼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슈퍼푸드, 신이 내린 식물이라 불리는 아마란스의 씨앗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탄수화물이 적어 노화방지와 다이어트, 골다공증과 성인병 예방에 유용한 건강식품이다. 물론 불꽃맨드라미의 씨앗도 식용한다. 이들 비름과는 예로부터 식용 외에도 염색에도 자주 활용되었던 유용한 식물들이다.

대극과인 붉은여우꼬리풀 또한 불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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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원산으로 아열대에 주로 분포된 이 식물의 학명은 Acalypha reptans(아칼리파 렙탄스)인데 높이 15~30cm며 관상용으로 재배된다. 줄기 끝에 피는 꽃이 여우꼬리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보들보들한 잎은 깻잎과 흡사하며 햇볕이 들고 물이 충분하면 연중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백합과의 ‘여우꼬리풀’과는 완전히 다른 종이다.

쥐꼬리망초과의 새우초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막대사탕꽃으로도 불리지만, 보통 노란꽃 개체는 황금새우초(황금새우꽃), 붉은꽃 개체는 붉은새우초(붉은새우꽃)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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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은 파카스타키스 루테아(Pachystachys lutea)이며, 멕시코 원산으로 열대 중남미에서 높이 1~2m까지 자생하는 식물이다. 국내에서도 온도만 잘 맞추면 실내에서 사시사철 꽃을 감상할 수 있다. 학명 Pachystachys는 이삭이 크다는 의미인데, 호프 이삭을 닮은 큰 금빛 또는 붉은빛 봉우리는 꽃받침이고 꽃받침 사이에 혀처럼 내민 흰잎이 꽃이다.
꽃처럼 보이는 꽃받침에서 꽃이 나온 듯하여 화려한데 황금새우꽃은 촛불집회의 LED 촛불처럼 보이고, 붉은새우꽃은 새우처럼 보이기도 한다.

레드시크릿, 브라질리안 캔들스(Brazilian Candles)라 불리는 미소화 또한 불꽃을 연상시키는 아욱과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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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 맞으면 사철 내내 개화를 반복하는 이 꽃의 학명은 파보니아 멀티플로라(Pavonia multiflora)이고, 원산지는 브라질이다. 높이 2.5m까지 자라며 잎은 어른 손만큼 길다. 학명 multiflora(꽃을 많이 피운다)에서 짐작하듯이 줄기 끝 꽃줄기에 3~5개의 꽃이 핀다. 무궁화 등 아욱과 식물이 그러하듯 꽃이 활짝 피면 암술이 길게 나온다.

이상 촛불을 닮은 식물 몇 종을 살펴 보았다. 그러나 가장 수려하고 은은한 향기를 발산하는 꽃들은 여럿이 하나가 되는 참 미학(美學)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한 청소년들, 그리고 어른들 손을 잡고 현장에서 권리와 질서의 조화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목도한 어린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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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철없는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가. 얼마 전 웃지 못할 이야기를 접하였다. 이명박대통령 시절에 4대강 개발을 찬성하고, 강에 생길 녹조 따위는 유람선 스크류로 해결 가능하다던 박석순 교수, 그는 최근 촛불이 건강에 해로운데 환경단체가 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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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장을 접하자니 고등어가 미세먼지를 유발한다는 환경부 보도가 생각났다. 물론 고등어를 ‘실내’에서 구우면 미세먼지가 발생해 실내오염도를 높인다. 고등어를 굽거나, 삼겹살을 굽거나, 달걀 후라이를 하거나, 볶음밥을 만들거나 무엇이건 불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모두 미세먼지가 발생하므로 실내오염도를 높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환풍기 작동만으로 쉽게 해결된다. 이들 미세먼지는 ‘실내’에 한정된 것이지 ‘실외’에 적용할 사례는 아니다. 촛불 또한 그러하다. 실외에서 우리가 집중 감시하고 저감해야 할 것은 석탄화력발전소와 자동차 등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이지 민주질서를 바로 세우자는 촛불이 아니다.

부패세력에 대한 종교적 맹신으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박석순 교수의 눈 먼 억지 주장과 황당한 의도야 말로 우리사회에 유해한 화석연료 미세먼지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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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신년에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철없는 어른들에게 오염되지 않고 맑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더불어, 꽃불을 높이 들은 꽃들,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민의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리를 선사할 수 있도록, 미처 피지도 못한 채 세월호에 갇힌 영혼들이 해금될 수 있도록 어른들 모두 책임을 다하는 신년이기를 소망한다.

송상훈 지속가능발전정책실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