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몽골] 별똥별 같은 시간 – 임영화 단원

올해 2월의 크리스마스인 2월 25일 몽골에 와서 지금은 바야흐로 12월이다.
네팔로 해외봉사를 가있는 단원이 SNS로 안부를 물어왔다. 본인에게 네팔에서의 1년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일 그리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나의 이야기도 궁금하다고 말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나에게 있어 ‘몽골에서의 1년’을 생각해보았다. 며칠 동안이나 생각해보았지만 난 그 친구에게 몽골에서의 1년을, 나에게 일어난 변화를 똑부러지듯이 말할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지난 일기장을 들춰보며 나만의 정답을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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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3월 현지 교육 종료 및 단원 조림지 파견식 기념(귀여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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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4월(1) 컨테이너에서 잠자고 있던 쇼파 꺼내서 광합성 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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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4월(2) 깨끗하게 세탁까지 마친 쇼파! 순식간에 아늑해진 숙소! 득템!

 

몽골 출국 날짜를 앞두고 짐을 싸려는데 막막했다. 1박 2일도 아니고, 6개월도 아니고, ‘1년’이라는 숫자가, 그 숫자에 담긴 시간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시간들도 다 지나고 남은 종이라곤 두 장 뿐인 달력이 힘없이 펄럭거린다. 막막했던 시간이어서 내가 지나온 1년을 되돌아보기에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우울하고 무기력했던 시간은(없었던 건 절대 아니다.) 짧게 지나갔고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다.

5분 뒤면 금세 사라지고 없어질,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겨지지 않는 색의 일몰을 보고 사진 찍으려고
뛰어나가던 그 순간,

별들이 내 머리 위에 쏟아질 듯 많이 뜨던 날,
룸메이트 소현이와 함께여서 더할나위없이 너무 맛있었던 식사 시간,

올해 에르덴 조림사업장에만 2천 명이 넘게 방문했는데 1년 동안 이 곳에 상주하면서 봉사한다고 말하는 우리를 보곤 놀라워하시던, 고생한다고 격려해주시던 그 때, 정말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시간, 주민들과 함께 있을 때, 마을 아이들이 나를 보고 달려올 때, 아이들과 손잡고 같이 걸을 때…
진심으로 행복했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차분히’ 눈을 감고 몽골에서의 1년을 생각해보면 나는 분명 웃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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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5월(1)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법한 색의 구름, 바로 집 문만 열면 보이는 풍경

 

지난 8월 페르세우스 유성이 1시간당 150개 이상이 내린다고 말하며 한국에서 별똥별이 핫이슈였다.

이슈인 만큼 몽골에 있는 나 역시 집 밖으로 나가 그날 셀 수 없는 별과 별똥별을 보았다. 우리 삶에도 별똥별 같은 순간이 있었겠지, 주옥같은 순간이 나도 모르게 찰나같이 휙- 지나갔었겠지… 라고 느꼈다.

 

나에게 몽골에서의 1년은 ‘별똥별 같은 시간’ 이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길을 만든다. 그리곤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분명히 지나갔다.
몽골에서의 1년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고, 너는 어떤 변화를 겪었느냐 말해보라고하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별똥별의 그 길처럼 나에게 분명히 선한 영향을 주었고, 변화하였다.
작년의 나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변했다.

 

『사는 시간이 따로 있고, 삶을 증언하는 시간이 따로 있는 법이다.』 알베르 카뮈, 결혼•여름

『(중략) 삶은 엄청난 결단을 내리지 않아도 그냥 살아지는 것이었다. 다만 나에게는 ‘삶을 증언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김민철, 모든 여행의 기록

 

퇴근 길 지옥철에 몸을 구겨 넣어 수없이 생각했던 말, ‘나 지금 행복한가? 행복에 목매는 내가 이상한건가, 다들 이렇게 사니까 나도 이렇게 살아야하나?‘ 혹은 이런 생각할 여유도 없이 지나갔던 여러 날.

하지만 몽골에 와서 마음속으로 가장 많이 했던 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엄청난 결단을 내리지 않아도 그냥 살아지는 삶으로 가기 전에 난 어떤 마음가짐을 준비해야할까.
삶을 증언할 수 있는 이 곳에서 남은 시간동안 난 무얼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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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5월(2) 자동차 밀어주는 게 뭐라고..이렇게나 행복해한다. 아이들 웃음에 오늘도 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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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6월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던 스티로폼을 드디어 걷어냈다. 완벽한 풍경이다!

 

이 시간도 나중에 두고두고 그리워할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은 구체적 이어야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지난 10개월 동안의 구체적으로 행복했던 사진을 올리며 에세이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런데 호빵이 너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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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7월(1) 할머니 생신기념으로 만든 핸드메이드 고깔모자, 플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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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7월(2) 할머니 생신을 축하드리며 가족과 영상통화 시간! 내 앞으로 옹기종기 모인 가족들 모습에 광대 승천한 사랑거(나의 몽골 이름) ps. 가족들 초상권 빠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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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 8월 바인나 아하(한국말로 아저씨라는 뜻)표 손수레! 신난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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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0] 9월 주민들과 함께 만든 하트꽃밭, 6월에 뿌린 해바라기 씨가 드디어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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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1] 10월 많은 이들의 진심어린 도움으로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앙카팀장님의 막내 아들 바트호약(사진=푸른아시아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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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2] 11월 집순이 생활을 청산하고 백만 년 만에 집 밖에 나온 날! 우리의 유일한 놀이, 눈 위에 누워 천사 만들기! 영화, 소현 천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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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3] 12월 초이왕 요리 교실! 몽골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우리의 말을 기억하고 이런 자리를 준비해주신 냠수릉 아하, 요리 선생님 세르쩨 에그체와 버뜨러!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맛있는 식사시간, 이것이야말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