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2-[대학생 기자단-권지민] 은행나무 교체사업 명분 있는가
밖으로 나가보면 어느새 길가에 낙엽들이 소복이 쌓여있다. 저마다 노란색, 빨간색으로 물든 가로수 길을 걷다 보면 가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 지긴 했지만 가로수길 옆으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는 산책하기에 제법 운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런데, 이 은행나무와 관련해서 서울시에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길가에 떨어지는 가로수의 열매 때문이다. 은행나무 열매는 악취가 심해 시민에게 불쾌감을 주고 또 낙과로 인해 보도에 얼룩이 져 도시미관을 해치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로 해마다 10~11월 즈음엔 서울시에 은행나무 열매를 치워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가로수의 선정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아름답고, 낙엽이 져야 하며, 환경오염에 강하고 공기정화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병충해에도 강하며 뛰어난 생존력과 번식력을 요한다. 은행나무 가로수는 노란색의 단풍이 아름답고 도심 공해의 주종인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등을 흡수, 흡착하여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난 수종으로 가로수 선정기준의 대부분을 충족하고 있다.
이러한 이점들을 두고, 단순히 열매 악취가 심하다는 이유로 은행나무를 다른 수종으로 교체하는 것은 환경적으로나, 예산적으로나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볼 순 없다.
민원에 대하여 수종 교체 대신 서울시가 내놓은 답변은 이러하다. 지난 2014년부터 버스정류장, 지하철 출입구, 횡단보도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있는 은행나무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꿔 심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주민참여 은행나무 열매 수확행사도 개최하여 주민들이 은행열매 수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은행나무 바꿔 심기 사업은 이미 식재되었던 암나무를 민원이 적은 녹지대 등으로 이식하고 수나무를 신규 식재하는 사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식비나 식재비 등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국립산림과학원의 DNA 성감별 분석법을 적용하여 암수를 구별하는 것 자체로도 많은 비용이 든다.
올해 용산구, 동대문구, 도봉구, 마포구, 양천구, 영등포구에 적용한 서울특별시 조경과의 은행나무 암나무 바꿔심기사업 예산 재배정 알림안을 보면 재배정액은 총 예산액 253,500,000원 중 88,072,000원을 차지한다. 단순히 냄새로 인한 불쾌감과 얼룩으로 인해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생활주변 녹지확충, 녹지보전 강화, 가로수생육환경 개선 및 가로변 녹지량 확충, 시설비들을 총괄하는 예산 중 1/3이상을 사용한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인지는 의문이 든다.
은행나무의 열매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이유는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이는 당연한 자연의 섭리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편의를 조금 양보한다면, 은행나무를 바꿔심는데 쓰이는 예산을 좀 더 환경에 생산적인 방향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글 권지민 푸른아시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