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1-[Main Story] 파리협약 발효, 갈길 먼 대한한국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제 21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의 파리협약(The Paris Agreement)이 올 11월 4일부터 발효(entry in force. 협정의 구속력 의미)된다. 바야흐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체제를 대체하는 신기후체제(Post-2020)가 눈 앞에 다가왔다. 교토체제에서는 37개 선진국만이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종을 말함. 이중 이산화탄소가 80% 차지. 이하에서는 온실가스를 ‘탄소’라 통칭) 감축 의무를 졌으나 신기후체제에서는 선진∙개도 196개국 모두가 감축의무를 진다.
파리협약은 2021년 이후 지구환경과 글로벌경제변화를 주도할 주요 협정이지만 독자들에게는 아직 낯설고 아득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글이 짚는 파리협약의 주요 내용과 우리 정부가 추구해야 할 정책방향이 제법 장황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향후 세계 운명을 좌우할 파리협약이 미치는 영향력을 추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협약 과정

협약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COP21 참가국 196개국 중 187개국이 각자 자발적인 탄소감축 목표(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제출하고 주요 사항을 논의하였으며 찬반 투표를 거쳐 협약안을 결정하였다. 협약을 55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비준한 국가의 INDC가 전세계 INDC 총량의 55%를 넘으면 공식 발효된다. 올 9월에 전세계 탄소 38% 이상을 배출하는 배출 순위 1, 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이 비준했고, 10월에 4.5%를 배출하는 3위 인도와 12%를 배출하는 28개국 연합인 EU와 캐나다 등이 비준함으로써 10월 5일에 74개국 56.87%에 달하여 자동 발효 조건을 충족하였다. 따라서 30일 이후인 11월 4일 공식 발효가 확정되었다. 참고로 INDC는 NDC(국가결정기여)로 바뀌어 부르게 되는데, 이는 자발적이라는 의미가 탈락하고 의무가 강조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하 INDC는 NDC로 표기한다.

발효가 곧 적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적용은 2021년부터이고 이 때부터 신기후체제(Post-2020)라 칭한다. 1992년 채택되어 1994년 발효된 기후변화협약(UNFCCC)이나 1997년 채택되어 발효되기까지 8년 소요된 교토의정서에 비해 11개월 만에 신속 발효되는 파리협약은 그만큼 탄소배출로 의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세계가 공감한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후체제에서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G2와 EU가 개도국 전체를 강제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파리협약 주요 내용

2016년 11월 7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릴 22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2)에서는 파리협약 실효를 강화하기 위하여 2020년까지 각국이 무엇을 해야 할 지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COP22에서 어떤 논의가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위해서는 파리협약의 주요 내용을 살펴야 하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파리협약의 목표(Object)는 지구온난화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다.
지구는 기후변화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육지의 1/3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각지에서 홍수·가뭄 등 재난이 급증하고 질병이 확산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난 112년 사이(1901∼2012년) 지구의 평균기온이 0.89℃ 상승하였으며 해수면은 18~59cm 상승하였다. 극지방 얼음이 다 녹으면 지금보다 해수면이 1m 상승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금보다 1m 이상 높아지면 도쿄, 싱가포르가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물론 투발루, 키리바시, 몰디브 등 도서국가는 지금도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환경적 재앙을 타개하고자 기후변화당사국(COP)이 모여 논의를 시작하였고 파리총회(COP21)에서 지금의 파리협약(The Paris Agreement)에 합의한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감축(Mitigation)과 이행점검(Stocktaking)은 다음과 같다.

 

2

 

2020년 이후 지구의 평균 온도상승을 2℃ 이하로 유지하며,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최대 95%까지 탄소를 감축함으로써 2050년 이후에는 탄소배출량과 흡수량의 균형을 이뤄 탄소제로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은 NDC를 정하여 매 5년마다 제출하되 이전에 제출한 NDC보다 감축량이 상향되어야 한다. 더불어 각국은 2020년까지 2050년까지의 저탄소개발전략을 제출해야 한다.

파리협약은 교토의정서 체제보다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며 적용확장이라는 특징이 있다. 특히 제6조는 매우 중요한데 NDC 이행을 위한 다양한 시장 메커니즘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제6조는 협력적인 접근(cooperative approaches. 6조1~2항), 환경 건전성(environmental integrity), 투명성(transparency), 국제적으로 이전 가능한 감축분(internationally transfer of mitigation outcomes. ITMOs. 6조 2~3항), 지속가능개발 메커니즘(mechanism to support sustainable development. 6조 4~7항),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비시장접근(Framework for non-market approaches to sustainable development. 6조 8~9항)으로 구성된다.
각국은 NDC 달성을 위해 협력할 수 있고, NDC의 탄소배출권거래를 활성화 해야 한다. 국가 간의 탄소배출권거래가 가능하며,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한 다양한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배출감축량의 이중계산을 막아 환경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 상기 사항을 위한 다양한 홍보와 촉진 등에 대해서도 탄소감축 성과로 인정하는 등 비시장적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

파리협약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 탄소를 감축하면서 탄소배출권을 글로벌화하는 것 외에도 제5조에서 현존하는 산림의 전용(轉用) 및 황폐화를 방지하고 산림이 지속가능하도록 경영하여 탄소를 감축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REDD+(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라 하는데 절차의 복잡성과 너무 긴 사업기간으로 인하여 아직은 사업을 완수한 사례가 없고 접근이 쉽지 않다. 그러나 경제활동을 통한 탄소감축과 별개로 탄소 흡수원이자 저장고인 산림의 지속을 중시한다는 의미이다. 향후 산림은 각국이 탄소감축량 목표달성을 위한 일환으로써, 또는 REDD+ 적용국가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매개수단으로써 활용 가능한 영역이 될 것이다. 이번 파리협약에 REDD+가 명시됨으로써 각국 정부와 민간의 참여가 본격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14

전세계 196개국 정상들이 참여, 지난 2015년 11월30일부터 12월12일까지 열린 파리기후변화총회(COP21) 회장.

 

 

11월 7일 마라케시 COP22에서 예상되는 쟁점

지금까지 파리협약의 내용을 살펴 보았다. 이제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릴 후속협상인 22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2)의 쟁점 사항을 예측해 보자.

가장 큰 쟁점은 역시 기온상승 2°C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제출한 각국의 NDC목표량과 범위에 대한 조정일 것이다. 2016년 UNFCCC(UN 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파리협약 당시 제출한 각국의 NDC 총량으로 추정할 때 지구는 2030년까지 2.7~3.7°C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각국이 제출한 NDC에 대해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NDC 양을 정함에 있어서 선진국은 감축(mitigation)을, 개도국은 적응(adaptation)을 중시한다. 선진국은 완결성, 정확성, 투명성과 비교가능성(completeness, accuracy, transparency, comparability)을 강조하지만, 적응을 중시하는 개도국은 재정, 기술, 지원 등의 이행수단을 중시하고 국가 능력을 반영해 달라고 호소한다. 선진국은 감축에 예외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개도국은 자신들의 형편을 고려하고 재정적 물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술하겠지만 대한민국이 2030년 BAU 대비 37% 감축하겠다는 NDC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

앞서 밝힌 제6조의 환경 건전성(environmental integrity) 및 투명성(transparency), 탄소감축에 대한 이중계산 금지도 쟁점사항이다. 이중계산 문제는 환경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으므로 제6조는 감축량 계산의 분명한 요건들을 요구한다. 이 요건들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하여 선진국과 개도국 간 현격한 이견이 도출될 것이다.

제6조의 ITMOs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할 것인지 역시 쟁점사항이다. 교토의정서체제 하에서의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청정개발체제)을 유지하면서 이와 비슷한 메커니즘 도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큰데 시장메커니즘의 유형에 따라 각국의 운명이 달리할 것이므로 매우 심도 깊은 논의가 예상된다. 교토의정서는 핵심제도인CDM, 공동이행(JI: Joint Implementation), 국제배출권거래(IET: International Emission Trading)의 세부 규칙을 마련하는데 4년 이상 소요하였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자율적 협력체제 구축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15

오는 11월7일 모로크 마라케시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COP22 총회 분위기를 전달하는 포스터.

 

 

숨어 있는 구도, 당사국 간 주도권 경쟁 심화

표면상으로 파리협약은 ‘지구 온난화방지를 위해 온실가스를 어떻게 감축할 것인가’라는 거대명제와 명분을 갖고 있기에 각국의 참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얽히는 당사국의 속내는 이와 다르다. 표면상 파리협약 주요 내용은 매우 호의적이고 호혜적이며 배려가 넘친 듯하지만 종국에는 자본질서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2012년까지 적용하기로 했던 교토의정서는 2020년까지 연장되었는데, 이는 Post-2020을 바라보는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화석연료 또한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에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이 필요하고 생산을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가 요구된다. 화석연료에서 새로운 에너지로의 전환이 의미하는 바는 기존 산업군의 재편과 거대 산업군의 탄생이다. 가령, 가솔린과 디젤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전기로 움직인다면 엔진을 만드는 수 많은 협력산업은 도태되고 새로운 산업군으로 변환될 것이다. 결국 새로운 에너지를 주도하는 나라가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에너지는 당연히 저탄소 또는 탄소제로 에너지이다.
배출권거래 또한 매우 중요하다. 교토의정서에서는 오염을 배출할 권리를 사고 판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탄소배출권과 그 거래 시스템(ETS. Emission Treading System.
탄소배출권거래제도)을 만들어 현재 38개의 국가와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신기후체제에서는 더욱 확장되어120개 이상의 국가에 적용될 것이다. 신기후체제에서 탄소배출권은 국가 간, 지역 간 거래가 가능하다. 이러한 탄소시장을 장악한다는 것은 세계를 장악한다는 의미이고 탄소절감 기술을 확보한 선진국, 특히 미국에게 매우 유리할 것이다. 물론 무역에 있어서도 탄소 이력을 추적하면서 이익∙불이익을 추가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탄소금융상품을 만들어 금융시장 재편까지 꾀할 수 있을 것이다.
EU가 주도한 교토의정서에 참여했다가 탈퇴한 미국은 이상의 장기플랜을 구체화하면서 COP21을 주도한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EU가 활용하던 중국을 설득하여 행보를 같이 함으로써 비준까지 앞당겼다. 미국은 어떠한 경로로든 각국의 NDC를 더욱 높이라고 요구할 것이며, 각국에 자국 산업의 기술적 우위를 확산하고 관세정책을 강화함으로써 탄소시장을 장악하려 할 것이다.

개도국의 입장은 어떠한가? 파리협약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중국 등 강대국에게만 마냥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선진국과 개도국의 경쟁은 분명 ‘기울어진 축구장’을 연상케 한다. 선진국은 이미 상당량의 탄소를 배출하여 성장을 이루었지만 개도국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탄소저감을 해야 하므로 성장이 더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상쇄하기 위해 2021년부터 선진국이 매년 1000억불을 조성하여 개도국의 녹색성장을 돕는다고 하지만, 이 역시 선진국이 자신들의 선진기술을 후진국에 적용하면서 자신들이 조성한 비용을 회수할 것이기에 그러하다. 결론적으로 선진국에게 유리한 지금의 자본질서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개도국은 에너지전환시대를 맞아 선진국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산업군 탐색에 부심하면서 파리협약을 적극 비준했다. 심지어 북한마저 8월 1일 비준을 마쳤다.

 

U.S. President Barack Obama addresses world leaders at the COP21, United Nations Climate Change Conference, in Le Bourget, outside Paris, Monday, Nov. 30, 2015. (AP Photo/Michel Euler)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5년 12월 2일 파리기후변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각국에게 주어진 3분 할당시간을 훨씬 초과한 14분 소요함으로써 미국이 향후 신기후체제를 선도할 준비를 마쳤음을 암시했다.

 

 

대한민국 현 주소와 향후 과제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녹색성장 선도국을 자임하는 대한민국은 비준안이 국회에서 한참 동안 계류 중인데 11월 3일에야 통과시킬 예정이다. 파리협약 이행을 위해 환경부 권한까지 흡수하여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은 거꾸로 인원까지 줄여서 부처 간 이해와 충돌을 조정할 컨트롤타워 역할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경제계도 한심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정부는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하여 산업계의 탄소감축목표를 12%가 넘지 않도록 정하였고 어느 기업이 얼만큼의 탄소를 줄여야 하는지도 비공개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해체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전경련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서 “파리협약은 또 다른 암 덩어리 규제”라고 철없이 반발하고 있어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이래서는 기후변화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겠다며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을 이행할 수 없고 국제사회의 비난만 세찰 것이다.
하기야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대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 6월에 발표한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보면 현재 가동중인 53기(발전설비용량 26GWe 규모) 중에서 30년 이상 된 화력발전소 8기는 폐지하고 2기는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며 나머지 43기는 성능을 개선하여 미세먼지를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2022년까지 현 발전용량의 70%에 해당되는 석탄화력발전소 20기(18GWe)를 증축하겠다고 한다. 국내 온실가스의 80%가 화력발전에 쓰이는 석탄에 의해 발생한 CO₂인데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증설하면서 어떻게 미세먼지와 탄소를 저감하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NDC를 이행하겠다는 것인지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37% 감축 자체도 문제투성이다. 대한민국은 100년간 누적 탄소배출량 세계16위,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며, 2014년 기준 세계 7위 국가이다. 정부가 제출한 NDC 목표에 따라 2030년까지의 탄소감축 목표는 BAU 8억5000만톤CO2e 대비 37%인 3억1450만톤CO2e를 줄여야 한다. 이중 11.3%(9600만톤)는 다른 나라의 감축결과를 사들이는 편법이므로 실제로는 25.7%(2억1800만톤CO2e) 감축에 불과하다. 결국 2030년에 국내에서 6억3200만톤CO2e를 배출하겠다는 것인데, 2014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이 밝힌 2020년의 국가 목표배출량은 5억4300만톤CO2e과 비교할 때 2020년 이후 10년 동안 국내에서 탄소감축이 아닌 탄소배출을 14% 상향하겠다는 황당한 목표다.
좀 더 살펴보자. 2014년 초에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는 2020년까지 BAU 대비 감축율이 수송부문 34.3%, 건물부문26.9%, 발전전환부문 26.7%, 공공부문 25.0%, 산업부문18.5%였다. 그런대 최근 발표한 2030년까지의 감축방안에서 산업부문의 감축율이 12%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였다. 이는 산업부문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배려이고 그만큼 산업부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증거이다. 에너지효율화와 저탄소녹색산업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국가 미래전략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다.
산업부문에 대한 배려의 숨은 의도는 원자력발전소 증설로 이어진다. 지금의 산업구조로는 필요 전력량이 계속 증가할 것인데, 전력량을 늘리면서 탄소를 저감하기에는 원자력발전 이상의 대안이 없다고 정부는 판단한 듯하다.
원자력발전이 형용하기 어려운 엄청난 재앙을 품고 있음에도 청정에너지라는 빌미로18기를 증설하여 41기를 보유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정책은 2022년까지 현 발전용량의 70%에 해당되는 화력발전소 증설하겠다는 정책과 더불어 대표적인 근시안적 사고이다. 국민안전불안 증대와 탄소배출 증가, 그리고 녹색산업으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답답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산업부문에 대한 탄소감축 요구가 GDP(국내 총생산량)의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 협박하듯 염려하는 정부와 대기업은 EEA (European Environment Agency)의 2014년 보고서 ‘Why did greenhouse gas emissions decrease in the EU between 1990 and 2012?’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교토체제 주역인 EU는 1990년 이후 22년간 탄소배출량이 19% 감소하였지만 GDP는 45%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친환경산업의 성장으로도 경제성장이 충분하므로 수소전기자동차 육성,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미래 먹거리인 녹색기술투자 비중의 확대를 통해 산업구조개편을 서두르고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역발상적 사고도 필요하다. 온실가스 다량 배출국인 대한민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려는 신기후체제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아시아에는 탄소배출국 10위 내에 포함되는 1위 중국, 3위 인도, 5위 일본, 7위 한국, 8위 이란, 9위 사우디가 포함되어 있다. GCF가 한국에 유치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시아, 특히 동북아시아가 신기후체제 중심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시아 국가를 선도하면서 아시아 차원의 국제탄소시장체제를 구축한다면 미국과 EU, 중국 못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중일 ETS연계 움직임도 디딤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1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공통의 비전을 담은 지난해 11월 기후변화 공동선언과 지난 9월 공동성명을 재확인한다.”며 공동협력을 천명했다.

또한 러시아, 몽골, 중국, 북한 등과의 산림협력을 통해 REDD+에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북한의 경우에는 최근 파리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며, 특히 산림을 통하여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므로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의 산림을 경영하는 것은 별다른 거부감이 없어 남북한 국민의 정서와 부합되어 통일을 위한 초석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불어 개발도상국에서 CDM 등 탄소상쇄배출권사업을 적극 전개하여 탄소배출권을 확보함으로써 NDC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CDM이란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탄소저감활동을 하고 그 대가로 탄소상쇄배출권을 확보하는 제도이다. 기업은 국가가 할당한 탄소감축량을 초과할 때 탄소상쇄배출권으로 상쇄할 수 있다. 즉 탄소상쇄배출권으로 국가 내부에서 줄여야 하는 탄소감축량을 보완할 수 있다. 신기후체제에서는 개도국까지 탄소감축 의무를 지는데 여력이 부족한 개도국은 외부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감축분 37% 중 11.3%를 상쇄탄소배출권으로 채운다고 약속하였으므로 지금 당장 다양한 CDM을 기획∙추진해야 한다. 교토체제에서 정립된 CDM은 신기후체제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마치며

지금까지 파리협약 의미와 전개될 구도를 살펴 보았다. 살펴본 바와 같이 신기후체제에서는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원동력이었던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군이 점차 약화되고 저탄소 녹색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약진할 것이다. 한편 파리협약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이기에 점차 강대국과 대기업에 의해 오염되고 변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는 여전히 근본문제이다. 세상은 분명 달라지고 있다. 정보 동시화는 지구 모든 사람들의 견제∙견인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시민연대 또한 지역과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과 성과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과 복리가 우선하는 사회로, 환경과 공존하며 정의롭게 성장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3섹터(비영리단체, 시민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파리협약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을 견인할 제3섹터의 역량이 대폭 강화되기를 바란다.

 

글 송상훈 지속가능발전정책실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