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0-[푸른아시아가 만난 사람] 박홍순 사진작가

사진을 통해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어느 날 푸른아시아의 문을 두드린 이가 있었다. 그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몽골의 사막화 현장을 찍고 싶다고 했다. 그가 갖고 온 팜플렛에는 그를 소개하는 작품들이 담겨 있었다. 신음하는 백두대간, 병든 4대강… 그는 우리 산하의 상처 난 현장을 찍는 사진작가 박홍순이었다. 그가 그동안 찍어 온 사진들만 보더라도 함께 몽골의 사막화현장을 갈 이유는 충분했다. 기왕이면 푸른아시아가 조림활동을 하고 있는 7개 조림장을 모두 다 둘러보고 조림장 안과 밖의 현장을 담아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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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순 작가와의 동행은 지난 여름 그러니까 7월22일부터 7월31일까지 10일간이었다. 그 기간동안 우리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를 중심으로 에르덴, 바가노르, 바양노르, 다신칠링, 어기노르, 돈드고비, 아르갈란트를 순례했다.

울란바타르 도착한 다음날 에르덴 가는 길에 물었다.

– 몽골의 어떤 점이 끌리는가?

“묘한 매력이 있다. 이번이 다섯 번째 방문이다. 그런데 올 때마다 새롭다. 봐라, 오늘의 하늘도 또 다르다. 이렇게 하늘이 뿌연 날은 처음이다.(이 날은 러시아에서 산불이 나 그 연무가 몽골까지 날아왔다고 했다) 변화무쌍한 날씨 변화, 말없이 다가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끝없는 평원, 몇 번을 와도 새로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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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덴에는 푸른아시아가 계획적으로 조성한 에코빌리지가 있다. 이곳은 조림장 바로 옆에 환경난민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하늘마을’이 있고 그 뒤론 종머드라는 소나무숲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언덕 너머와 주변으론 사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어 모래더미가 쌓여 있는 조림장과 마을, 그리고 사막화현장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다. 사진작가 박홍순은 종머드에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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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엔 이곳에 나무들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백그루의 나무가 있다고 해서 종머드라고 했다는데 보다시피 지금은 숨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겨우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난 이곳이 마음에 든다. 나무들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쇠락해가는 몸으로 환경오염을 고발하고 있다. 푸른아시아가 땀 흘려 가꾼 조림장은 숲을 이룰 정도다. 마을의 주민들은 너무나 친절하고 살갑다. 이런 곳이 모래채취업체가 들어 올 정도로 사막화되어 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 곳이 바로 환경체험의 교육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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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아시아가 가꾸고 있는 조림장은 제각각 특징이 있다. 이번에 그것을 렌즈를 통해 담아주었으면 좋겠다.

“돌아보면서 계속 놀라고 있다. 조림장은 비슷비슷하다. 그러나 외곽 풍경은 다 다르고 특히 토양도 다 다르다는 걸 느꼈다. 바가노르에선 노천광산 옆에, 마을이 있고 특히 아파트가 보이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바로 그 사이에 조림장을 조성한 것도 도시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 같다. 돈드고비는 5년전 가보았던 곳이어서 더욱 낯익은 분위기였다. 돈드고비에선 조림장의 규모가 큰데 비해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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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들은 대부분 다 그렇지만 박홍순 작가도 해뜰 무렵과 해질 무렵을 좋아했다. 그때는 무조건 사진을 찍어야 했다. 새벽에 조림장으로 먼저 나간 그를 위해 샌드위치를 싸 들고 찾아가는 시간은 뿌듯하고 즐거웠다. 힘든 것은 해가 너무 늦게 져(오후 9시 넘어야 해질 무렵이 된다) 해질 때까지 사진을 찍다보니 저녁 먹는 시간이 너무 늦거나 제대로 못 먹을 때도 많았다. 눈 뜨고 있는 시간에는 항상 그의 렌즈는 열려 있었다. 어기노르에서는 밤샘 촬영을 하며 밤하늘의 별도 찍었는데 때 아닌 모기 때문에 고생을 했다. 원래 몽골엔 모기가 별로 없는데 지난 봄 비가 많이 온 탓에 (호수가 많은) 어기노르에 모기가 갑자기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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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을 사서 하는 걸 보면 역시 작가다. 조림장 외 주변의 사막화현장도 눈여겨 봐달라. 사막화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푸른아시아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 조림장의 주민직원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걸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몽골의 기후변화에 대해 이 하나의 조림장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의문스럽게 생각하던 것을 그들을 보면서 많이 지우게 되었다. 그들은 그들이 사는 곳에서는 기후변화가 나아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는 게 놀랐다.

– 몽골은 이번에도 새로웠는가?

“그렇다. 5번째 왔는데 그동안 몽골에서 비 오는 것을 한 번도 못 봤다. 그런데 불과 10일 있는 동안 비를 세 번이나 맞았다. 아마도 다음에 또 오고 싶을 거다.”

– 작가란 다른 말은 열정인 것 같다. 하루에 수백km를 달리면서 푸른아시아의 현장을 담아준 것이 고맙다. 박홍순에게 사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하게 하나?

“어릴 적부터 세상에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작가가 그렇고 기자가 그런 부류인데 나는 사진을 통해 세상에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대학은 독문과를 다녔지만 나하고는 잘 맞지 않는 거 같아 대학원에서는 사진 전공을 했다. 당시 좀 거대한 구상을 했는데 ‘환경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19년 전이었는데 지금도 그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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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백두대간을 찍고 그 다음으로 강 이야기를 하고자 5대강을, 다음으로 바다 이야기를 하고자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을 찍고자 했다. 당시엔 민주화운동시절이어서 환경, 자연엔 눈길을 줄 여유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 와중에 백두대간은 훼손되고 있었고 박홍순의 렌즈는 점점 더 훼손된 산하에 다가갔다. 2014년 미술전문 출판사 열화당의 로터스갤러리 등에서 4대강 전시를 했다. 4대강 현장을 찍으면서 그에게는 또 다른 후유증이 생겼다. 오염되고 훼손된 강을 보는 내내 우울했다. 실제로 우울증상이 생겨 고생을 했다.

– 이번에 몽골의 훼손된 사막화현장을 찍을 때도 그런 느낌이 있었나?

“아니다. 힘들어도 종류가 다르다. 4대강을 찍을 때와는 달리 몽골에서는 힘들면서도 즐거웠다. 푸른아시아의 조림장은 앞으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신호이자 내게 좋은 에너지를 주었다. 환경을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 자체가 크나큰 힘이 되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는 그랬다. 10일간의 강행군에도 새벽마다 신발끈을 조여매고 나갔다.

그는 앞으로 미얀마의 사막화현장도 렌즈에 담아 아시아 기후변화 현장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를 마련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 꿈을 푸른아시아와 함께 이루며 조금이라도 푸른아시아가 알려지게 된다면 좋겠다고 했다. 푸른아시아 회원들의 관심 속에 그 꿈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글 이동형 푸른아시아 홍보국장 사진 박홍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