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0-[강찬수 환경전문기자의 에코사전②] 간척사업 Reclamation Projects

호수나 늪, 바다를 메워 땅을 넓히는 사업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서해안 등에서 갯벌을 메운 다음 농경지를 만들거나 공업단지를 만드는 간척사업이 많았다. 간척사업으로 땅은 늘어났지만 갯벌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 바다를 메울 흙과 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주변 산지까지 깎여나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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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1989년 5월 17일

 

전북 김제에서는 매년 10월 ‘지평선 축제’가 열린다. 김제 평야가 있는 이곳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땅과 하늘 맞닿은 지평선을 볼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벽골제가 있을 정도로 넓은 김제평야였지만 일제 강점기 때 갯벌을 막아 농지를 넓히는 간척사업까지 진행된 덕분에 지평선을 볼 수 있게 됐다.

김제평야 서쪽에 위치한 새만금 간척지의 방조제 공사는 1991년 시작됐다. 2006년 군산에서 부안에 이르는 길이 33㎞의 방조제가 완성되면서 드넓은 갯벌과 바다는 호수로 바뀌었다. 방조제 안쪽의 면적은 4만100㏊(헥타르)로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138배나 되는 넓은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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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2001년 3월 31일

 

새만금 간척사업은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 이상 논란에 휩싸였다. 만경강과 동진강의 수질이 좋지 않을 상태에서 방조제를 쌓을 경우 담수호 수질오염이 불을 보듯 뻔하고 농사도 짓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농사보다도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갯벌을 파괴할 것이라는 반대도 심했다. 2003년 봄 환경단체와 종교단체에서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전북 부안에서 서울까지 300㎞를 넘는 거리에 걸쳐 ‘삼보일배(三步一拜)’를 진행했다.

환경단체에서는 사업을 취소하라는 소송도 진행했다. 2006년 대법원에서는 새만금 사업을 계속해도 된다고 판결을 내렸고 공사는 재개됐다. 그해 물막이 공사가 끝났고 방조제로 새만금호수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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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2006년 10월 7일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담수호 수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상류는 4급수 수질목표를 달성하기도 벅찬데 하류의 호수는 3급수 수질을 유지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과는 정반대다. 만경강 쪽 농업용지 구간의 수질은 2015년 현재 4급수는커녕 6급수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새만금에서는 수질 문제로 여전히 바닷물을 유통시키고 있다. 그런 사이 갯벌은 마르고 갯벌 생명도 죽어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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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2009년(구글)

 

방조제가 막힌 후 바닷물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는 배수갑문뿐이었다. 갯벌은 그렇게 바닥을 드러내놓고 말라가기 시작했다. 비가 오자, 이제나 저제나 바닷물을 기다리던 갯벌생물들이 모두 갯벌 위로 올라온 것이다. 갯벌 위로 올라온 작은 생합들은 몸을 세우고 필사적으로 다시 펄로 들어가려고 용을 쓰지만 이미 말라버린 갯벌은 그 작은 몸마저 받아주지 않는다.

-김준, 《새만금은 갯벌이다-이제는 영영 사라질 생명의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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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 반대 삼보일배

 

정부는 새만금 간척지를 당초 농경지 위주로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수변도시와 공업단지 등을 세우려 하고 있다. 2105년까지 9조원의 예산이 들어갔고 앞으로도 17조원 이상이 더 들어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 강 사업의 22조2000억원보다 많은 돈이다. ‘돈 먹는 하마’가 된 지 오래지만 언제 사업이 완공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간척사업은 부족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으로 받아들여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남 서산간척지다. 서산간척지는 방조제(둑) 공사의 마지막 구간에서 폐선을 가라앉혀 거센 바닷물을 막은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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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죽음의 호수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경기도 시화호와 전북 새만금 간척지를 조성하면서 수질오염과 환경훼손이 주목을 받았고,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1994년 방조제를 막은 시화호의 경우 상류 하천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질로 인해 ‘죽음의 호수’로 변했다. 결국 담수호를 만들기로 한 계획은 포기하고 바닷물이 계속 드나들도록 했다. 2011년부터는 기존에 쌓았던 방조제를 활용해 조력발전을 하고 있다.

최근 일부지역에서는 과거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를 다시 농경지로 바꾸려는 ‘역간척’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벼농사 등 농업으로 얻는 소득이 예전에 비해 높지 않은 반면 갯벌에서 수산물을 채취할 경우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도서

≪새만금은 갯벌이다-이제는 영영 사라질 생명의 밭≫
김준 지음∣한얼미디어

방조제 건설로 제 모습을 잃기 직전의 새만금 갯벌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담은 책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 지역 주민들의 갈등과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3조 원의 환경 논쟁; 새만금≫
홍욱희 지음∣지성사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1999년 ‘새만금 환경영향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했고, 이 책의 저자는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찬성과 반대의 어느 한쪽 입장이 아닌 중립적인 입장에서 찬반 양쪽 주장의 한계를 짚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