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몽골] 익숙치 않은 유목민들의 ‘영농실험’ – 손지수 단원

9월이 왔다. 이제 여름이 언제 왔었나 싶게 쌀쌀한 기운이 만연하다. 벌써 나는 두꺼운 패딩점퍼를 꺼냈고, 내 침대엔 전기장판이 깔린지 오래다. 어서 빨리 10월이 와서 라디에이터가 돌아갔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말로만 듣던 12월 몽골의 추위가 겁이 나서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하기도 한다.

오늘 우리 조림지에선 감자를 캤다. 5월부터 직원들이 애착을 갖고 돌본 덕인지, 정말 맛있는 감자를 캘 수 있었다. 아직 다 캐지 않았지만 우리 조림지에선 약 100kg정도의 감자가 수확될 듯 하다.

올해 돈드고비 고양의 숲에선 귀엽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작디 작은 비닐하우스 세 동과 노지에서 영농을 진행하였다. 직원들은 아직 영농이 익숙치 않다. 다 익은 파프리카를 더 기다려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더니 결국 쪼그라들게 만들기도 하고, 토마토가 자라지 않는 모습을 보며 가지치기의 필요성을 서서히 느껴가는 중이기도 하다. ‘고양의 숲’에서 지난 몇 년간 영농을 진행하긴 했지만 아직 영농으로 큰 수확을 낼 실력들은 아니다. 하지만 우린 이곳이 유목에 육식이 당연한 몽골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느리지만 이렇게 한걸음씩, 한단계 한단계 배워가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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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드고비 ‘고양의 숲’에서 수확한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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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캐고 있는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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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의 숲’ 직원 중 유일하게 영농 경험이 있는, 자랑스러운 영농 담당자 다와 아주머니

 

오늘 작물 중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던 감자를 캔 기념으로, 우리 조림지에선 퇴근 후 거국적인 파티가 열렸다. 파티를 위해 아직 조금 더 있다가 따야 할 당근도 몇 개 캐고, 팔목만큼 굵은 오이도 몇 개 땄다. 직원들은 조금씩 돈을 모아 адуу(말) 5마리를 샀고, айраг(아이락;마유주), 간식거리, 요리 재료 등을 샀다. 나와 조은이는 저번달 조림지에서 캔 무로 만든 ‘치킨 무’에 양념을 해서 가져갔다.

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요리를 능숙하게 하였고, 호쇼르, 감자 샐러드, 차차르간 주스, 허르헉이 준비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시끌벅쩍하게 요리를 준비하는 모습은 바로 요 몇일 전이였던 추석을 떠오르게 하였다.

나는 한국에서 추석땐 항상 제사를 지냈고, 지낸 뒤 외할머니댁으로 갔다. 항상 변함없는 루트였고, 그리 특별한 것이 없었다. ‘추석을 왜 지금 지내는거지’라는 질문을 가져본 적도 없다. 그런데 올해, 우연의 일치인지 조림지에서 수확한 호박으로 호박전을 붙여먹은 날짜가 딱 추석이였다. 어릴적 학교에선 수확한 곡식들을 조상에게 바치는 것이라 배웠지만 도시에서 자란 나는 받아드릴뿐 별 생각 없었다. 그러나 진짜 농민들이 딱 수확을 할 시기인 이때가 바로 추석이였다. 새삼스럽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추석의 의미를 이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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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거리를 사러 시장에 온 두번째 영농 담당자 오르트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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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시작. 우선 나의 업무는 간식거리를 나누는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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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젤리를 자르고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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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사먹기만하던 호쇼르를 직접 만들고 있는 조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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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ингэж(잉겟;이렇게), ингэж, ингэж….’하시며 호쇼르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울지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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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호쇼르!! 말고기가 들어갔고, 염소기름으로 튀긴 정말 맛있는 호쇼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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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함이 느껴지는 3조림지 빌게 경비아저씨네 게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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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의 숲’ 차차르간(비타민나무열매)로 만든 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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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르헉의 불을 보고 있는 아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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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건 지루해…’ 팀장님의 아들 ‘더르찌’와 오르트나산의 딸 ‘오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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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건 지루해…’ 2탄. 공놀이 중인 다와 아주머니와 조은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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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먹다 딱 찍힌 어떵치멕 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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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샐러드는 손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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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음식이 다 완성되고, 우물집에 다 모였다. 단체사진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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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기 손질중인 첸벨, 체덴발 경비아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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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어떵치멕’ 팀장님은 말고기와 감자를 먹는 설정샷 찍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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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주 마시기 게임 중인 경비 아저씨들과 울지 아주머니. 게임이 정말 흥겹다. (https://youtu.be/Vd0tn7ON9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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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달. 진짜 컸다. 달이 지이이인짜 컸다. 역시 추석이다.

 

추석느낌 내본다고 저번주 워크샵 후에 에르덴 단원들과 송편을 빚기도 하고, 이렇게 때마침 직원들과 수확기념 파티를 하니 한국에서 느끼던 추석의 분주함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다. 하루하루 특별한일 없이 흘러가는 일상이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정이 넘치는 우리 직원들과의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는 나를 이곳에 앉아 행복을 느끼게 한다.

기온 내려가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이니, 얼마 안있으면 조림사업이 끝나고 겨울 주민사업이 기다리고있다. 나에게 남은 몽골에서의 네달동안 어떤 특별한 일이 벌어질까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