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몽골] 홀로 서기? 함께 서기! ? 이누리 단원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
올해 한국에는 비가 무척 많이 왔다. SNS에선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워터파크가 개장했다느니, 장마가 또 온다느니 비와 관련된 소식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오고 있고, 심지어 북한은 비가 너무 많이 와 황강댐을 무단방류해서 시끄럽게 하기도 했다. 몽골에도 비가 많이 오는 것은 매한가지다. 작년에는 하도 안와 지하수가 말라버려 속을 썩였던 비가 일주일의 절반 이상 오고 있다. 심지어 고비 곳곳이 푸른빛을 띨 정도였고, 난생 처음 가 본 사막에서는 비를 맞고 무지개까지 봤다. 작년에 못 뿌린 비를 모아서 뿌리듯, 작년 한국과 몽골 둘 다 비가 안와 가뭄이 들어 걱정이었던 것과는 매우 상반된 상황이다.
고비사막에 뜬 무지개. 사막 곳곳에 푸른빛이 보인다. ⓒ김명원 단원
비록 비가 많이 와 습도가 높아져 몽골의 장점 중 하나인 시원한 여름 대신 한국과 같은 찌는 듯한 더위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비가 오는 것은 나무를 심는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 하늘에서 물을 뿌려대니 물을 많이 마신 나무들은 쑥쑥 크고 있고, 너무 늦게 심어 과연 살 수 있을까 걱정했던 나무들도 무사히 뿌리내려 잘 자라고 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구절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물론, 안 그래도 기후변화로 인해 몽골이 조금씩 건조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강수량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변수일 것이다. 그해 강수량에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가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키워야 하며, 그것이 주민자립으로 향하는 길일 것이다.
서는 데가 다르면 풍경도 달라진다.
작년 다신칠링에 있었을 때 가장 큰 관심사는 주민자립이었다. 때문에 양계사업이나 지역 청소년 사업부터, 주민쉼터 제작이나 퇴비 제조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하면 주민 소득을 증대시킬지, 어떻게 해야 주민들 스스로 조림지를 꾸려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줄을 이었다. 때문에 조림사업에 적응도 되고 바쁜 일도 없어 생각이 많았던 여름, 고민의 결과들을 하나 둘 씩 진행했지만 왠지 진행 중 뜨뜻미지근하게 느껴지는 지부에 반응에 나만 주민자립에 열심인가 실망하기도 했다.
다신칠링 조림지 내 닭들. 이제 알도 낳는다. ⓒ김미경 단원
하지만 지부 사무실에서 벌써 7월을 보내며 당시 지부의 반응을 뜨뜻미지근하다고 할 수 없었음을 깨달았다. 현장과는 달리 지부의 7월은 매우 바쁘고, 스케줄은 8월까지 가득 차있다. 매일같이 야근에 시달리는 지부에서 현장의 제안 하나하나를 검토하고 반응했다는 것은, 푸른아시아가 주민자립을 최우선의 가치에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쁜 일정과 현실에 치임에도 주민자립의 가치를 잊지 않고 힘쓰는 활동가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또한 주민자립에 대한 관점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푸른아시아 주민자립의 핵심은 결국 조림사업이며 작년 다신칠링에서 진행했던 많은 것들이 곁가지였음을 알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조림지를 통해 먹고 살 수 있도록 소득을 증대시키고, 조림지 운영에 필요한 자원이 효율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학 용어로 치자면 비용최소화와 수입극대화랄까?
홀로 서기? 함께 서기!
조림지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큰 수입은 유실수 및 영농 수익이다. 하지만 문제는 주민들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이 나오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작물을 수확해야한다는 것과, 또 그것을 어딘가에 팔아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실수 관리에 대한 여러 고민이 진행 중에 있으며, 그만한 양이 수확될 경우를 대비하여 판로를 뚫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여기서 확실한 것은 지역 내 소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득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할 수도 없다. 과연 현재 조림지의 관정의 수, 고용된 인력, 설치된 관수설비 등 조림지 운영에 필요한 자원이 합리적으로 투입되고 운용되는지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예전에는 관정은 몇 개 없는데 물을 줘야 할 나무는 많아 관정 모터를 쉴 틈 없이 무리하게 사용하기도 했고, 그 때문인지 모터가 자주 고장 나고는 했다. 뿐만 아니라 나무 수에 비해 인력과 관수설비가 한정되어 있어 효과적인 관수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물론 푸른아시아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실수 관리부터 조림지 운영 체계까지 전부 만들어 떡하니 자립시킬 수는 없다. 게다가 건조한 몽골 땅에서 조림사업을 통해 먹고 산다는 것은 개인이나, 혹은 하나의 조림지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들은 계속 튀어 나올 것이며, 이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주민조직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푸른아시아는 주민들과 함께, 주민조직 혹은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으며, 혼자 서는 주민독립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나 함께 갈 수 있는 주민자립을 꿈꾸는 것이다.
예전에는 뜬구름 잡는 것 같았던 주민자립의 모습이 이제는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작년보다 올해가 현격히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올해보단 내년이, 내년보단 내후년이 훨씬 나아지는 과정에서 어느새 자립에 훌쩍 가까워질 주민들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