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몽골] “파이팅! 좋을 거에요.” 이 말로 시작된.. ? 임영화 단원

kcoc 합숙교육 때 일이다. 네팔에서 활동했던 선배 단원의 발표자료 마지막 슬라이드였다.
“파이팅! 좋을 거에요.”
한 마디.

많은 말도 아니었고, 이 한마디로 나는 모든 게 괜찮아졌다. 호기롭게 결정한 내 선택이었음에도 아무것도 모르는 몽골에서 시작될 생활이 두려웠다.

몽골에 있을 1년 동안 나의 인간관계는, 인맥은 안녕할까 걱정되었다.

그런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벌써 7월이 되었다. 시간은 한국에서든, 몽골에서든 참 공평하게 흘러간다.

오랜만에 내 차례로 돌아와서 어떤 이야기를 쓰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다. 작가마냥 어떤 소재가 좋을지 브레인스토밍으로 노트에 적어보기도 하면서..ㅎㅎ(긁적긁적)

6월 한 달 동안 에르덴 ‘수원시민의 숲’ 조림사업장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그 중 몇 가지만 추려보았다.

 

1.6월 1일 어린이날

몽골은 한국과 다르게 6월 1일이 어린이날이다. 울란바타르 또는 다른 단원이 있는 돈드고비, 바가노르와 같은 곳은 나름 도시여서 어린이날 행사가 자체적으로 크게 진행되지만 이 곳은 도시와는 조금 떨어져있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마을이어서 큰 행사를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직원 분들이 선뜻 모아주신 성금과 푸른아시아 대학부 친구들의 도움으로 우리 조림사업장도 어린이날 행사를 크게 열 수 있었다.

비가 꽤 내리는 궂은 날씨(한국 사람들에겐 궂은 날씨지만 몽골사람들은 비 오는 날을 굉장히 좋아한다)였음에도 하늘 마을의 아이들, 주민들 모두 즐거워해서 뿌듯한 하루였다.

평소에 엄마, 아빠 모두 사업장으로 일하러 나가기 때문에 마을에 남겨진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주변에 굴러다니는 페트병, 나뭇가지, 모래, 흙, 위험해 보이는 폐품 등을 가지고 놀곤 해서 마음 한편이 무거웠는데, 이 날만큼은 어느 날보다 가벼웠다. 행복했다.

 

7월_에세이_임영화_사진 (1)

[사진 1] 시를 읊고 있는 다와카 어린이

 

7월_에세이_임영화_사진 (2)

[사진 2] 에르덴 하늘마을 주민과 아이들

 

2.백조만들기 대장정

몰아닥치는 조림 업무가 조금씩 마무리 되면서 주된 업무는 관수뿐인, 그래서 나름 한가로운 6월이다.

하지만 팀장님과 단원들에겐 더 바쁜 달인 것 같다. 그 이유는 바쁜 조림업무 탓에 숙원사업처럼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번 달에 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화단 만들기’였다. 화단을 만들다가 폐타이어로 백조도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얻어 팀장님과 주민 다쉬바트는 백조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

자르고, 색칠하고, 뒤집고 … 드디어 화단과 백조 만들기 대장정의 끝이 보였다. 예술혼을 불태운 두 분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 날 이후 하트 화단 덕분에 출근길이 즐거워졌고, 백조를 보고 있자니 팀장님이 그랬듯 나또한 엄마 미소가 나온다. 저것에 얼마나 많은 고생이 들어갔더냐 하면서..ㅎㅎ

그런데 팀장님께서 백조 한 마리를 더 만들어야겠다고 하신다..허허허

7월_에세이_임영화_사진 (3)

[사진 3] 새로 생긴 화단 구경 중인 아이들

 

7월_에세이_임영화_사진 (4)

[사진 4] 젖 먹던 힘까지 필요한 타이어 뒤집기! 으라차차!

 

7월_에세이_임영화_사진 (5)

[사진 5] 예술혼을 불태운 다쉬바트(왼쪽), 앙흐벌드 팀장(오른쪽)

 

『개발협력은
직업이 아니라 삶이고,
세상을 바꾸고자 뛰어들지만
내 삶이 바뀌는 곳이고,
현지인들을 위해 일하는 곳이 아닌
현지인들과 함께 일하는 곳.
그래서 때로는 더디고 지치지만
함께 변화하는 삶 속에서 느끼는 보람이 있는 곳.
여기서 아옹다옹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우리들은 그들보다 행복합니까?
Are you really happy here you are? 』 : 김형준 선생님 강의 내용 발췌

위의 내용을 내 상황에 맞게 각색하자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호기롭게 뛰어들었지만
정작 내 삶이 바뀌었고,
주민들을 위해 일하고 주민들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배웠지만
나의 존재만으로도 그림자조차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내 이름을 불러주는 주민들, 나를 보며 뛰어오는 아이들 덕분에 행복하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6월 초, 친언니가 내가 사는 몽골 집에 들른 적이 있다.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집 청소며 빨래며 요리를 해주었다. 본인이 하는 행동을 스스로 보곤 엄마의 마음을 알겠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난 느꼈다.
‘소란스러운 것은 사랑이구나.’
그 날 나에 대한 사랑으로 온 집이 소란스러웠다. 이처럼 소중한 것은 원래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떠나지 않고 오랫동안 곁에 머무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몽골의 전통축제인 나담 기간에 다녀온 여행 사진이다.
여행 코스는 차강소브라가→ 욜린암→ 혼고린 엘스→ 바얀작으로 고비 여행을 다녀왔다.
그 중에서 가장 으뜸이었던 별 사진으로 이번 에세이를 마무리 짓고자한다.
이 사진을 보고 있는 그대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라며,
🙂

7월_에세이_임영화_사진 (6)

[사진 6] 정말 반-짝, 반-짝 거렸던 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