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8-[대학생 기자단-권지민] 또 하나의 오염원 ‘마이크로비즈’를 아시나요?

바다를 뒤덮은 작은 재앙, 마이크로비즈

해양 오염에 관해 떠올려보면 바다 위를 떠다니는 폐그물과 쓰레기들, 그 쓰레기를 먹고 고통스러워하는 해양 동물들이나 기름 유출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낙진(화산 폭발 등으로 생겨나 주변의 땅 위에 떨어지는 가루 형태의 물질)처럼 바다 속을 서서히 오염으로 뒤덮어 가고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있다.

그 정체는 바로 미세 플라스틱이다. 이는 마이크로비즈라고도 불리며 0.001mm ~ 5mm정도의 아주 작은 알갱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류유해물질연구단의 조사에 따르면, 거제 해역의 바닷물 1세제곱미터(㎥)에는 평균 21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같은 방법으로 조사한 싱가포르 해역의 100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현재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우리나라 바다의 오염도가 심각한 수준에 머물렀음을 알 수 있다.

 

고작 5mm 정도 크기밖에 안 되는 플라스틱 알갱이를 왜 위험하다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미세 플라스틱의 크기 때문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그 크기가 너무나도 작기 때문에 하수관을 빠져나가게 되고 대부분의 입자가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못한다. 때문에 날마다 엄청난 수의 알갱이들이 폐수로 흘러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마치 스펀지처럼 주변의 유독물질들을 빨아들이는 습성이 있다. 이들은 고엽제의 성분인 DDT, 1급 발암물질인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PCBs), 발달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 브름화 난연제 등 심각한 독성 물질들을 흡수한다. 따라서 한 개의 마이크로비즈가 주변 수질보다 백만 배 이상의 독성을 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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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환경연대]

 

이는 마치 작은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원자폭탄의 코드네임이었던 ‘리틀보이’를 연상하게 한다.

그렇게 엄청난 독성을 품고 폐수로 흘러간 미세 플라스틱을 다른 해양 동물들이 먹게 되고, 그 해양 동물을 궁극적으로 우리가 먹게 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과 해양 생물들에게 피해를 주고, 더 나아가 자신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게 되는 악순환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위험성을 지닌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주변에 가까이 놓여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주로 화장품들과 생활용품 등에 많이 들어있다. 우리가 각질을 제거하기 위한 스크럽이나 심지어 매일 양치를 할 때 쓰이는 치약에도 많은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첨가되어 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왜 미세 플라스틱을 제품 속에 넣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천연 각질제보다 이윤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선 천연 각질제보다 더 저렴한 미세 플라스틱을 선택하게 된다. 또한 일주일에 한번만 사용해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천연 각질제에 비해, 부드러운 느낌의 미세 플라스틱은 효과를 보기 위해 더 자주 사용하게 되어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미세 플라스틱의 성분은 주로 폴리에칠렌과 폴리프로필렌, 아크릴레이트코폴리머, 폴리에칠렌테레프탈레이트, 나일론-6, 나일론-12 등이 있다. 물론 자신이 직접 생필품과 화장품들의 성분목록을 따져가며 구매할 수도 있지만, 요새는 직접 이러한 위험성분들을 가려주는 유용한 어플들이 있다.

북해재단(The North Sea Foundation)과 플라스틱스프재단은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제품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왔고, 현재 휴대폰 카메라와 앱만 있으면 제품의 바코드를 스캔하여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제품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그 앱의 이름은 Beat the Microbead이며, 여러 국가의 상품 리스트 등을 추가하고 있다.

또한 화장품의 성분뿐만 아니라 구매자들이 직접 리뷰를 작성하여 화장품을 평가하는 ‘화해’라는 앱도 있다. 자신이 구매하고 싶은 상품들을 검색해보면 그 상품들의 성분구성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알레르기 주의성분이나 화해에서 정한 20가지 주의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도 알 수 있다. 필자가 직접 스크럽을 검색해 본 결과, 폴리에칠렌이 첨가된 스크럽이 버젓히 판매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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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앱 속에서 검색한 결과 어느 스크럽 제품 성분에 실제로 들어있던 미세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 제품 구입을 외면하는 것이 사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다

기업에서 직접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중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지난 해 6월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처음으로 미세 플라스틱의 제조, 판매를 금지 시키고, 유니레버와 존슨앤존슨 등 대형 화장품 기업들도 자사 제품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해 12월 미국에서는 <마이크로비즈제거 해역법>이 통과되면서 2017년 7월부터 미세플라스틱 제조가 금지되고 2018년 6월부터는 판매행위까지 전면 금지 되는 등 해외에서는 서서히 미세 플라스틱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아모레퍼시픽, 엘지생활건강, 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등 55개 의 국내 업체에서도 미세플라스틱 사용 중지를 선언, 2017년 7월까지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중지하고 대체 성분을 찾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서 정부에서도 하루 빨리 법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기업들이 환경을 배제한 채로 이윤을 추구하게 두어선 안 된다. 정부는 바다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가치 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하루빨리 대처해야 할 것이다.

 

글 : 권지민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