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8-[Main Story] 마약만큼 생명을 파괴하는 기름 “팜유”를 아십니까?

바삭바삭한 감자칩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인이 평균 5일에 1개 먹는다는 라면도 대부분 바싹 튀겨진 채로 포장되어 있다. 튀김류 뿐 아니라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초콜릿에 부드러운 식감을 더해주는 것도 이 기름이다. 립스틱, 콜라, 샴푸, 세제, 바이오 디젤 등에도 사용된다. 바로 팜유(Paml Oil)라는 식물성 기름이다. 상품표시 성분란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이름으로 기재되고 있지만 현재 소비재의 절반에 팜유가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팜유는 기름야자라고 불리는 열대지방 과일에서 채취한다. 식물성인데다 유통과 가공이 용이하고살충제와 비료, 물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착한 기름’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팜유는 더 이상 착하지 않은 기름이 되었다.
긴 유통 과정을 견디기 위해 ‘수소화’라는 가공 과정을 거친 팜유는 본래 야자유에는 없던 트렌스지방과 콜레스테롤을 포함하게 된다. 많은 제품에 들어있는 만큼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된다. 또한 전 세계 수요에 맞추기 위한 대규모 팜나무 플렌테이션은 심각한 수준의 열대림과 서식지 파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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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www.shutterstock.com107788058

 

1시간에 축구장 300개 면적에 맞먹는 열대우림 파괴

팜유 플렌테이션으로 인한 열대우림 파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연 44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팜유 산업이 인류 전체에게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라고 할만 하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 의하면 1시간에 축구장 300개 면적에 맞먹는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전 세계 팜유의 85%(인도네시아46%, 말레이시아39%)가 생산되고 있는데, 이 속도라면 20년 안에 이 두 나라에는 숲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놀랍게도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탄소배출(팜유농장 탄소저장능력: 열대우림 35%)을 많이 하는 국가이다. 목재, 종이, 팜유 수출 때문이다. UN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20%가 산림 파괴로 인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들이 팜유의 주 생산지라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경작지 조성을 위한 방화로 심각하게 화상을 입거나 기아에 빠진 오랑우탄을 구조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2006년에는 인도네시아의 한 팜유농장에 들어온 오랑우탄 무리 1,600마리가 맞아서 죽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영아 오랑우탄은 어미의 털을 잡고 거꾸로 매달려 생활한다. 잡는 악력이 사람의 힘으로 펼 수 없는 정도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 손발이 잘린 아기 오랑우탄이 종종 발견되는 이유이다. 한때 23만마리에 달하던 야생 오랑우탄이 서식지 파괴로 인해 5만여 마리도 남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숲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야생 오랑우탄이 25년 안에 멸종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열대우림 생태계 전체를 파괴하는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오랑우탄뿐만 아닐 것이다. 코뿔소, 호랑이, 코끼리 등등 수 많은 생명들이 기름 생산에 방해물로 치부되며 폭력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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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미상 / http://orangutan.or.id/nowhere-left-to-climb/

 

플렌테이션 경작지 과도한 화학제품 사용, 지표수 고갈시켜

플렌테이션 경작지는 벌목이나 불을 질러 불법적으로 조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재배작물 외의 식생을 모두 제거하고 과도한 화학제품을 사용하고, 지표수를 고갈시켜 토지는 척박해 지고 사막화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한번 플렌테이션이 시작된 원시림을 복구하는 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드리더라도 땅 속부터 나뭇가지 끝까지 비옥한 생명이 살아있는 태고를 간직한 원시림을 복구한다는 것은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팜유 시장에서 한국 대기업도 한몫 하고 있다. 포스코대우는 인도네시아에서 서울 면적의 60%에 달하는 팜유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팜유 농장에서 2011년 1월 이후 3년 8개월 동안 260차례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 지역은 344종의 야생조류 서식지다. 기업 측은 자연발화나 화전민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나 NASA 위성사진으로 화재패턴을 분석한 글로벌 환경연구 비영리컨설팅회사인 에이드인바이런먼트는 계획적인 화재로 인한 경작지 확장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대기업인 코린토그룹도 인도네시아에 심각한 환경 파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기업은 파푸아섬 나무캥거루 서식지에 서울의 절반 크기에 해당하는 플렌테이션 농장을 가지고 있다. 현재 나무캥거루는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인류의 새로운 잣대로 자리잡았다. 팜유 생산에도 지속가능한 방식의 생산이 요구되고 있다. 효율 높고 맛 좋은 팜유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도록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기업 중 국제적 인증을 획득한 기업은 하나도 없다.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파괴로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공감하지 못하는 기업은 국제사회에서 외면 당하고 도태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글 : 조아라 국제사업국 팀장

 

<참고 자료>

http://www.huffingtonpost.kr/2016/06/10/story_n_7909304.html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6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