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6-[푸른아시아가 만난 사람] 심재철 전 석관두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미스터 갈릴레이의 3+1 절전운동’
지난달은 한달 내내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렸다. 주말마다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고정부의 대책이란 ‘외출 자제’밖에 없었다. 5월 이제 겨우 봄이 봄을 회복하는 것 같다. 그러자 곧바로 ‘올해 들어 최고 더위’ ‘50년만에 최고 더울 올 여름’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그래서 이달엔 에너지절약캠페인의 혁신을 이룬 심재철 전 석관두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만나 보았다.
보통 에너지절약교육이나, 에너지절약운동이나, 에너지절약캠페인을 하면 주도하는 측의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기 십상이다. 이런 ‘재미없는 캠페인’에 다수를 끌어들이는 일은 정말 힘들다. 그 힘든 일을 그는 자꾸 해내고 있다. 요즘 여성들이 열광하는 그 누구처럼. 그런데 그의 평소 모습은 그냥 ‘직장인’이다. 그러나 평범한 직장인은 아니다. 먼저 그의 프로필을 살펴보자.
한국하우톤 기술이사.
석관동 두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6년간)
성북작은천문대 교육단장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기획이사
서울시 에너지살림 홍보대사
대한민국 녹색기후대상 시민단체 우수상/특별상 수상
그리고
미스터 갈릴레이의 별별이야기(과학동아북스)와
1분 투자 월 7천원 전기료 다이어트(과학동아북스) 책도 펴냈다.
여기서는 심 이사로 호칭한다.
– 안녕하세요? 심 이사님,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하우톤이라는 특수윤활유 제작 회사를 22년째 다니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회사 생활도 바쁠텐데 2000세대나 되는 대단지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장으로 활동하셨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사는 석관동 두산아파트는 중앙난방식 아파트였는데요, 이게 2,000세대나 되다보니 주민들간 갈등도 심했고 생활에도 불편한 게 많았어요. 특히 중앙난방 보일러 주변의 동들은 겨울에도 너무 더울 지경이고 바깥쪽 동들은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파트단지 홈페이지에 불편한 걸 개선하고자 하는 글을 몇 번 올린 적이 있었는데 몇몇 분들이 ‘선생님의 글을 보니 비교적 객관적인 사람인 것 같다’며 동대표를 권했어요. 제가 딱히 할 이유는 없었지만 객관적인 주민의 한표가 필요하니 나서달라고 하여 동대표를 맡게 되었죠. 그런데 동대표가 되면 뭔가 생기는 줄 아는지 또 한편에선 동대표를 사퇴시키려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 동대표 회장이 되었죠.”
– 언론에 비춰지는 입주자 대표 회장은 비리의 대명사이고, 주민에게 신뢰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아파트에서 뜻있는 일을 추진하기 쉽지 않습니다. 심 이사님께서는 입주자대표회장을 6년씩이나 장기집권(?)하면서도 모범적인 대표회장으로 언론에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주민들간의 불신을 어떻게 극복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요?
“동대표과 사심이 없으면 아주 쉽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파트는 동대표회의를 모든 입주자들이 집안에서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회의장에 CCTV를 설치하여 집에서도 볼 수 있게 했다고 함) 2,000세대나 되다보니 전문가들도 많아 어떤 문제가 생기면 직접 회의장소로 찾아와 건의를 하곤 했는데 저는 그런 주민들의 의견을 다 들어주었지요. 그러다보니 주민들 신뢰도 생기고 참여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 2015년 한국 사회를 바꿀 10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석관동 두산아파트가 선정되었습니다. 지난 4년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전국의 아파트 중 긍정적인 면으로 가장 주목받는 아파트가 되었는지요? 대표님이 그것을 주도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일을 하셨나요?
“우리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공용 전기로는 지하주차장과 엘리베이터 전등, 그리고 주변 가로등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별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전기료, 가스료가 있잖아요. 이런 게 다 아파트관리비에 포함되어 나오잖아요. 나 한사람이 줄이는 것은 별거 아니지만 2,000세대가 줄이면 엄청난 거예요. 우리 아파트가 에너지절약으로 1년에 줄인 비용이 자그마치 전기료 5억8천만원, 가스비 12억7천만원 총 18억5천만원이나 됩니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 그 다음부턴 자발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같은 규모의 다른 지역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확연히 줄어들었는데(표 1 33평 기준 연간 관리비 비교 참고) 이 줄인 비용으로 경비원들의 인건비를 올려주었습니다. 그 당시 다른 아파트에서는 경비원들의 인건비를 줄이는 곳이 많았는데 저희 아파트는 오히려 올려주었던 거지요. 이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 2012년 지하주차장의 형광등 1,450개가 모두 LED등으로 바뀌며 이것의 경제적 효과가 검증되면서 LED등 설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요? 거액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였을텐데 주민들의 반대는 없었는지요?
“처음엔 굳이 큰 돈 드는 공사를 왜 하느냐는 반대도 있었죠. 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진행하고, 결과적으로 관리비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한 후엔 반대 명분도 없으니 진행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 엘리베이터 등과 가로등을 LED등으로 바꿀 때 기존보다 밝기를 30% 이상 어둡게 했다고 들었는데 실제 사용에서 문제는 없었습니까?
“엘리베이터 안의 등은 실재 필요한 조명보다 많이 밝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먼저 제가 사는 동부터 엘리베이터 등을 바꾸고 밝기를 줄였는데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단지내 전체 동 엘리베이터 등을 다 바꾸었지요.”
– 지하주차장의 형광등을 LED등으로 교체함으로써 공용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통해 가능할 수 있지만 아파트의 개별 세대 전기를 줄이는 것은 주민 각자가 실천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석관두산아파트는 개별 전기 사용량도 2010년 대비 100만kwh를 줄였다고 들었습니다.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었는지요?
“우선 저의 집부터 전기료와 가스비 등을 줄여 관리비가 적게 나온 고지서를 보여주기도 했고요, 서울시청과 성북구청에서 지원받은 비용으로 상품권 5,000원짜리를 구입해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취미활동 중 하나인 별보기 즉 천체관측을 같이 하자며 천체망원경을 꺼내 놓으니 또 호기심에 참여하곤 했지요. 그게 3박자가 맞으니 나중엔 한번 강의하려고 하면 100명 넘게 모였습니다.
지금까지 전기절약교육이나 에너지절약캠페인은 많았는데 사실 별 효과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심 이사님 보기에 그 이유는 무엇이고 전기절약캠페인은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무리 명분이 좋은 에너지절약이라고 해도 개인의 고통을 동반하는 방식의 전기절약 캠페인은 효과를 얻기 힘듭니다. 예를 들면 에어컨 대신 선풍기 사용하기 등이죠. 1년에 2주 정도 더울 때 사용하려고 에어컨을 구입했는데 사용하지 말고 선풍기 쓰라고 하면 실천이 힘들죠. 냉장고 문 자주 여닫지 말자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괜히 냉장고 문 여닫는 사람 있나요? 전기 절약하자며 가족을 괴롭혀선 안됩니다. 하하”
– 심 이사님은 ‘미스터 갈릴레이’ ‘절전왕’ 별명도 갖고 계신데 ‘미스터 갈릴레이의 3+1 절전운동이 무엇이고 왜 이런 캠페인을 별도로 만들었는지요?
“전기절약은 생활 속에서 편하게 실천할 수 있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어렵거나 자주 반복해서 해야 하면 번거로워서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제가 제안한 설정 하나로 365일 전기 절약하는 3가지에 잠자기 전 또는 외출 하기 전에 해야 할 일 1가지를 합쳐 미스터 갈릴레이의 3+1 절전운동이라고 했습니다. 아주 쉽습니다. 먼저 HDTV 절전모드 변경하기를 합니다. 그러면 화면이 조금 어두워지는데 이것 역시 가족들 몰래 해놓으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합니다. 냉장고 온도 설정 변경하기. 이것도 한번만 하면 됩니다. 냉동실 온도를 영하 20도, 25도로 해놓은 걸 영하 17도 정도 해놓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전기절약이 됩니다. 냉장실도 2도 이렇게 낮추어 놓을 필요없이 4도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여름철 외 쓰지 않는 에어컨 코드 뽑아놓기도 효과가 상당합니다. 요즘 아파트 중에는 ‘두꺼비집’에 별도로 에어컨콘센트가 있어 끄고 켜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외출할 때 TV 셋톱박스의 전원을 끄면 대기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데 이것도 절전효과가 큽니다. 이렇게 3+1 절전만 해도 월 7,000원 상당 절전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월 7,000원 전기료 다이어트’ 책도 펴냈습니다.”
– 저는 사실 이 대목에서 감동을 받았는데요, 언론에 난 기사를 보니 다른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을 줄이고 인건비를 깎는다고 하는데 두산아파트에서는 오히려 경비원의 근무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월급까지 올려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좀 들을 수 있을까요?
<33평 기준 연간 관리비 비교>
“아파트 경비원들의 인건비를 다루며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게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는데요, 이때 많은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의 인건비를 줄이거나 경비원 인원수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어요. 제가 입주자대표를 맡았을 때 아파트관리업체를 정하는데 있어서는 ‘갑’이었죠. 아파트관리업체가 ‘을’이면 경비원들은 ‘병’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병’을 지키는 ‘갑’이 되고자 했습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경비원들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근무하지를 못해요. 관리업체에서 퇴직금 등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어 1년이 되기 전에 교체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희 아파트와 계약을 할 때에는 수습기관 2개월이 지난 경비원의 교체는 주민 의견에 반하여 할 수 없도록 했고요, 수습기간이 끝나면 전원 고용 승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경비원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우리 아파트 주민분 중에도 다른 곳에서 경비를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저도 언젠가는 회사를 그만두고 경비를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전기절약으로 확보한 금액 중 일부를 경비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멀리 보면 저희 아파트에도 좋은 일입니다. 경비원이 자주 바뀌어서 좋은 건 없잖아요.”
그는 강조했다. 우리가 바라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수가 그냥 다수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정의로운 다수의 마음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이 말 속에 아파트란 공동체, 우리 사회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그가 왜 에너지절약을 실천하고자 했는지, 왜 아파트입주자대표로 나섰는지 동기를 엿볼 수 있었다.
글 : 이동형 푸른아시아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