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5-[이재흥의 자연속으로] 장다리물떼새
라일락 향기가 봄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사월이 반쯤 지날 무렵 날씨도 봄날처럼 변덕스럽다. 때아닌 봄더위를 느낄 무렵 성급하게도 여름철새인 장다리물떼새들이 찾아왔다.
장다리물떼새 한 쌍이 갈대습지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긴 다리에 주홍색 스타킹을 착용한 듯한 장다리물떼새들은 주로 서해안 주변의 농경지와 습지로 찾아온다. 이들은 갯벌과 습지나 농경지를 오가며 먹이활동을 한다. 주로 썰물때 갯가나 염습지 등에서 갯지렁이, 작은 물고기, 칠게, 조개 등을 잡거나 캐내어 먹는다.
먹이사냥을 나온 장다리물떼새 한 마리가 먹잇감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피고 있다.
장다리물떼새는 긴 다리로 낮은 물가를 성큼성큼 걸어 다니며 먹이를 찾아다닌다. 갯지렁이 구멍으로 긴 부리를 깊숙이 밀어 넣어 갯지렁이를 끌어낸 다음 물에 휘저어 흙을 씻어내고 입에 넣기도 하고, 작은 물고기를 뾰족한 부리로 쪼아 사냥해 먹을 정도로 먹이사냥술이 다양하다. 밤에는 천적으로부터 보호받는 습지 가운데 바람이 차단되는 갈대숲 앞에 모여 잠을 자지만, 한낮에도 먹이활동을 하다가 갈대습지로 돌아와 모여서 낮잠을 청하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먹이사냥을 나온 장다리물떼새 한 마리가 먹잇감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피고 있다.
이들은 휴식을 취한 뒤 갯벌로 이동할 때는 함께 날아가지만 먹이를 찾아 나설 때는 쌍쌍이 흩어져 다닌다.
장다리물떼새는 몸길이 40~50cm 정도이며 미국, 남미,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중국 북부, 인도네시아 등 열대, 온대지역에서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우리나에서도 습지에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하지만 보기가 쉽지 않다.
벌써 해남을 비롯해 천수만, 김포, 시흥, 강화 등 서해안 지방 곳곳에서 장다리물떼새 도착 소식이 반갑게 들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