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5-[송상훈의 식물이야기] 진달래, 철쭉, 산철쭉, 영산홍 구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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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우르르 꽃들이 피어 산야는 생동의 봄빛으로 화사하다. 예전보다 일찍 개화한 꽃들로 눈과 코가 즐겁지만 계절에 맞게 꽃을 즐길 짬이 줄 듯하여 내심 찜찜하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같은 식물이라고 어디에서나 개화하는 것은 아니니 이렇듯 화사하게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식물학자들에 따르면 식물이 꽃피울 시기를 가늠하는 데는 두 요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빛의 길이(광주기. 낮밤의 길이)이고 다른 하나는 기온변화다. 가을에야 한들한들 피어나는 코스모스는 낮이 짧아야 피는 대표종이며 나팔꽃과 들깨도 그러하다. 낮이 길어야 개화하는 식물로는 사탕수수, 시금치, 홍당무를 들 수 있다.

한편 4°c 이하의 기온이 장기간 계속되다가 따뜻한 기온이 느껴지면 이 때다 싶어 개화하는 꽃들이 있다. 이를 춘화(처리)현상이라 한다. 개나리, 진달래, 철쭉, 라일락, 튤립 등이 그러하다..

이번 회에서는 춘화현상의 대표종으로 산과 도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진달래과의 철쭉 종류에 대한 알아보도록 한다.

요즈음 산에는 진달래가 지고 철쭉이 한창이다. 고지대로 가면 아직 진달래가 남아 있긴 하지만 연분홍 철쭉이 활짝이다. 둘다 2m 이상 높게 자라는데, 우리는 흔히 진달래꽃은 식용하므로 참꽃이라 하고 철쭉은 식용하지 못하므로 개꽃이라 한다. 그러나 정확히는 철쭉이 개꽃이 아니라 산철쭉이 개꽃이다. 진달래는 꽃받침이 작아서 꽃만 있는 듯 보이지만 철쭉류는 꽃받침이 분명하다.

진달래 산철쭉

산철쭉이 개꽃인 이유는 잎 생김이 진달래와 비슷하고 꽃색도 비슷한데 꽃잎을 식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키는 1.5m 이하로 작고 잎뒤 잎맥에 털이 있고 끈적인다. 꽃은 진달래보다 단정한 느낌이지만 수술은 10개로 같다. 진달래가 꽃부터 피고 잎이 나는 것과 달리 잎과 꽃이 함께 나온다. 진달래 잎은 잎맥이 거의 없지만 산철쭉은 분명하다. 계곡 물가에 잘 자라므로 수달래라고 불리기도 한다.

개꽃으로 오해 받는 철쭉은 개꽃인 산철쭉이나 영산홍처럼 꽃이 다닥다닥 붙어 피지 않고 꽃달림도 많지 않으면서 크고 소박하고 두툼하며 단정하다. 진달래과는 모두 독성이 있으나 진달래 보다 조금 강한 정도이고 개꽃인 산철쭉보다는 덜하다. 꽃색이 붉지 않고 흰빛이 강한 연분홍이어서 연달래라 부른다. 산철쭉이 물가에 자주 보이는 것과 달리 주로 능선과 고산에 자생한다. 바소꼴 잎만으로도 쉽게 구분이 된다.

철쭉 영산홍

우리가 건물 조경이나 도심 산책로에서 많이 보는 꽃은 대부분 영산홍 또는 산철쭉이다. 둘은 혼재하여 식재하므로 자세히 살펴야 구별 가능하다. 산철쭉이 1.5m 이하로 자라는데 비해 영산홍은 대게 1m 미만이다. 둘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가장 쉬운 구별은 수술 수에 있다. 산철쭉은 철쭉이나 진달래처럼 수술이 10개이지만 영산홍은 5개이다. 잎으로만 보면 진달래, 산철쭉이 비슷하고 영산홍 잎은 이보다 작으며 털도 많다. 영산홍은 산에 비친 붉은꽃이라는 뜻인데, 흰꽃은 영산백, 자주꽃은 영산자라 부르기도 한다. 연산군이 좋아한 일본꽃이어서 연산홍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이 밖에도 제주도와 일본 등 따뜻한 기후에 자생하는 참꽃나무(박달레낭)가 있다. 남부지방에 자라는 식물이 그러하듯 꽃잎이 두툼하고 크며 넓은 계란형 잎이 3개씩 돌려나는 특징이 있는데, 꽃술이 꽃잎보다 짧다. 요즘 많이 북상해서 경기도에서도 보인다. 나무와 꽃달림이 훤칠하고 시원해 보여서 멋지다는 의미에서의 참꽃이라고 불린다. 먹을 수 있는 꽃이어서 참꽃이라 불리는 진달래와는 의미가 다르다. 돌려나는 3잎이 제주도의 3, 3무를 상징한다 하여 제주도를 대표하는 꽃이 되었다.

참꽃나무 아질레아

원예종으로 중국에서 들어왔다는 아질레아(서양철쭉)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종류가 상당히 다양한데 대체로 키가 작고 꽃은 크며 화려하여 상가와 가정에서 관상용으로 많이 키운다.

지금까지 철쭉 몇 종류를 살펴 보았다. 이들 철쭉들은 앞서 기술하였듯이 사철 따뜻한 지역에서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친숙하고 흔한 이 꽃들이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귀한 꽃님이고 시련을 견디어낸 결과라는 사실이, 평이함의 연속에서는 애당초 꽃을 기대할 수 없다는 함의가 새롭게 다가온다.

한겨울 한강변에서 철모르고 피는 개나리도 춘화현상으로 인한 결과인데, 이러한 춘화현상이 식물자원 증대와 형질개선에도 활용 가능하다 하니 자연이 인류에게 선사하는 선물의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사람과 기업도 스스로 인동하고 월동하여 그만의 향기로 세상에 기여보필하기를, 항상 자연의 경계를 엄격히 준수하여 미래자원을 보존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