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5-[기획기사] 한국의 봄, 몽골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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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에 갇힌 한국의 봄, 몽골을 닮아가나

서울은 4월 내내 흐리고 뿌연 하늘 ‘마스크 보행’이 낯익은 풍경

몽골의 봄은 모래먼지 강풍에 갑자기 눈·비 내리는 등 변화무쌍

 

 

春來不似春(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은 정치계나 답답한 사회에서만 비유하는 게 아니다. 이젠 기후에서 딱 맞는 말이다. 특히 올해 봄은 예년의 봄 풍경이 아니다. 모두 겪다시피 거의 매일 황사와 미세먼지 탓에 마스크를 해야 했고 맑은 하늘을 보지 못했다. 어쩔 수 없다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무조건 외출을 자제하라는 것은 대책이 아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세먼지 일평균 농도가 좋음(0∼50㎍/㎥)으로 나타난 날은 불과 6일이었다. 지난해에는 서울에서는 4월에 황사가 2차례 있었고 2012∼2014년에는 4월에 황사가 발생하지 않았다. 올해 유독 심하다는 뜻이다. 얼마나 심각한지 실제 서울의 봄과 몽골의 봄 풍경을 대비해 본다.

 

제1경 몽골의 봄 – 울란바타르엔 봄바람이 아닌 강풍이 ‘쌩쌩’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고향의 봄’ 노래가사처럼 봄의 이미지는 긴긴 겨울을 보낸 후 누릴 수 있는 따뜻함이다. 기상예보를 살펴보면 올해는 예년에 비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유독 많았는데도 텔레비전에서는 벚꽃이 피었다며 벚꽃축제 소식이 전해진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도 꽃으로 표현되는 한국의 봄은 알록달록하다.(몽골과 비교해보면 그렇다는 뜻이다) ‘고향의 봄’에는 봄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 노래를 들을 때 봄을 상상할 수 있는 우리는 어쩌면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큰 행운을 얻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느끼는 ‘고향의 봄’은 서울에서도 많이 퇴색되었지만 몽골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봄의 감정이다.

160422_뉴스레터_몽골의봄_공정희_사진(2-2)_만달고비시

몽골에서는 봄에 외출을 하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태풍의 영향을 한껏 받고 있는 바닷가에서나 느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강풍 속을 헤치고 다녀야하기 때문이다. 봄엔 매일 초속 15~20m의 거센 바람이 분다. 물론 더 심한 날도 있다. 수도인 울란바타르에도 포장도로보다 비포장도로가 많아 강풍은 늘 모래와 먼지를 동반한다. 수도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급격한 사막화의 영향으로 황사는 매년 더 심각해지고 있다. 살랑살랑 꽃놀이 가는 기분을 느끼기엔 몽골의 봄은 너무나 삭막하다.

몽골에서는 딱히 멋을 내고 싶지 않아도 1년365일 선글라스는 필수품이다. 여름엔 햇살이 너무 강해서, 겨울엔 틈 없이 쌓인 눈에 반사되는 햇살이 더 강해서. 그리고 봄엔 모래바람으로부터 눈을 지키기 위해. 마음 같아서는 고글을 쓰고 다녀야할 것 같지만 보기에 우스꽝스러울 것 같아 조금 덜 어색한 선글라스로 대신한다.

160422_뉴스레터_몽골의봄_공정희_사진(3)_울란바타르시

봄이 시작되면 푸른아시아 조림사업장에 상주하는 봉사단원들로부터 사업장 내 숙소 전기가 나갔다는 소식이 자주 전해지곤 한다. 봉사단원들이 “전기가 나갔어요.”라고 우는 소리를 하면 담당활동가들은 “현장에 바람이 많이 부나요?”라고 묻는다. 그럼 백이면 백 “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몽골의 봄을 이해한다면 납득할 수 있는 일상적인 대화다. 이럴 땐 마땅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저 “초는 넉넉히 있나요?”라고 묻는 수밖에. 바람이 잠잠해지고 전기가 다시 들어오길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몽골의 봄은 꽃놀이의 낭만보다는 다시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어떻게 버틸까 고민하는 현실에 가깝다.

160422_뉴스레터_몽골의봄_공정희_사진(2-1)_만달고비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봄은 봄이다. 비록 꽃구경은 어렵지만, 길고 긴 겨울을 나며 눈 속에 갇혀 보이지 않았던 초원과 강이 그 경계를 구분하기 시작한다. 누런 초원의 빛이 매일매일 조금 더 푸르러지며 어느 순간 연둣빛으로, 또 어느 순간 초록빛으로 변한다. 가축들은 새끼를 낳고 유목민들은 분주해진다. 얼었던 땅이 녹으면 5월엔 이곳저곳에서 나무를 심는다. 점점 해가 길어지고 하루가 넉넉해진다. 보통 몽골에서 가장 살기 좋은 시기는 6월부터 8월까지라고 한다. 이 짧지만 좋은 시절을 앞둔 몽골의 봄은 휴일을 앞둔 금요일 아침의 설렘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봄을 힘겨워하는 동시에 봄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 속에서 이 계절을 나고 있다.

160422_뉴스레터_몽골의봄_공정희_사진(2-2)_만달고비시

 

 

제2경 한국의 봄 – 황사·미세먼지가 지배한 서울의 봄

아아, 오늘도 또 뿌옇구나. 하늘은 회색이고 시야에 들어오는 건물은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니 공기가 매캐해서 기침이 나고 목이 아파 숨을 쉬기가 어렵다. 문득 겨울이 다시 온 것만 같은 집 바깥 세상에 달력을 쳐다본다.

‘지금이 몇 월이지? 어, 벌써 4월 하순이구나. 4월이라고? 4월, 그럼 봄이구나. 어, 그런데 이 공기가? 이 색깔이?’

사계절 중 여러 색깔로 물들어 가장 화사하던 한국의 봄. 가을 때만큼 청명하지는 않더라도 맑고 푸른 하늘에 뺨을 살랑거리는 봄바람, 코끝을 스치는 상큼·달콤한 꽃향기가 가슴을 설레게 하던 우리의 봄은 어디 갔을까?

2016년 전국의 벚꽃 개화 시기는 평년에 비하여 대부분 3~5일 빨랐다(자료 출처: 웨더아이). 지난 번 무한도전에서 방영되었던 것처럼 벚꽃의 개화일은 ‘벚나무 한 그루 중 3송이 이상이 만발하였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봄을 준비하는 2월과 3월의 기온, 일조시간, 강수량에 따라 봄꽃의 개화 시기는 달라진다.

황사12

진달래의 경우 여수를 제외하고서는 전 지역에서 평년과 같거나 평년보다 이틀 가량 빠르게 개화하였으며, 개나리 또한 여수와 통영을 제외하고서는 그와 비슷하게 개화일을 맞이하였다.

이렇게 봄꽃의 개화일이 전반적으로 앞당겨졌다는 것은 날이 빨리 따뜻해졌다는 뜻이다. 몇 주 전에는 갑자기 너무 더워져서 24도를 웃도는 날씨에 길거리에서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활보하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정도 그렇게 덥더니, 그 다음 날부터 또 급격히 추워져서 따뜻한 옷을 입어야 했다. 4월 중하순 경에는 최저 4도의 날씨를 맞아 옷장 속으로 들어간 겨울옷까지 다시 꺼내야만 했다.

서울 황사1

이런 변덕스러운 기온의 변화의 문제는 사실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것이다. 사람은 옷을 껴입거나 벗으면 되지만, 급작스럽게 여름이 되었다가 다시 겨울이 되어버리는 날씨에 겨울잠에서 깨어나던 개구리는 얼어 죽는다. 피어나던 꽃들은 다시 우수수 저버려, 같은 나무인데도 한쪽은 꽃이 피고 한쪽은 엉거주춤 잎만 돋아난 모습에 이것이 봄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봄에 원래 일교차가 심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숫제 봄이라기보다 겨울과 여름을 오가는 모양새에 가깝다.

거기다 미세먼지 지수가 ‘좋은’ 날보다 ‘나쁜’ 날이 훨씬 많은 최근의 대기 상태. 예년에 비하여 백령도에서 관측되는 미세먼지의 농도가 20배나 짙다고 한다.

숨도 쉴 수 없고, 싱그러운 색깔이 돋아나다 다시 회색 일색. 실종되어버린 대한민국의 봄. 잃어버린 우리의 봄은 어디로 갔을까?

글 : 박고은 지속가능발전정책실 팀장/공정희 몽골지부 정책홍보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