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3-[송상훈의 식물이야기] 냉이와 그 친구들

 

지구온난화와 슈퍼엘리뇨로 인해 유난히 따뜻하면서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마감하고 있다. 앞으로도 따뜻한 겨울날은 길어지고 짧지만 혹독한 한파가 간간히 기습할 것이다. 오늘은 기후변화로 인해 무너진 신체의 균형을 잡아줄 봄나물, 그 중에서도 냉이와 그 친구들만 특정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냉이(십자화과) 종류는 20가지가 넘지만 여기서는 우리가 나물로 즐겨먹는 ()냉이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냉이는 종에 따라서는 여름에 번식하지만 보통은 초가을에 발아하여 겨울에 뿌리가 굵어서 초봄에 싹을 띄우고 여름 전에 생명을 다한다.

乃耳(내이) 那耳(나이), 정장채, 계심채, 나시, 남새, 나생이, 나숭게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며, 십자화과(겨자과) 식물이 그렇듯이 사람에게 유익하고 무독하므로 데치지 않고 생으로 식용해도 무방하다. 생명력과 번식이 강해 기온을 가리지 않고 전세계에 서식하지만 유럽에서 기원한 식물이라 한다.

다들 봄이면 냉이를 즐겨먹지만정작 냉이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냉이가 흔하지만 아무 곳에는 있는 것은 아니다. 질경이가 그렇듯이 씨앗이 농부의 신발에 붙어 옮기기에 주로 밭에 많다. 겨울을 나고 아직 땅을 갈아엎지 않은 밭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3월에서 4월 초순에 눈에 띌 만큼 자라지만 겨울을 견디고 붉은 잎이 땅에 바짝 붙은 상태(근생엽)의 냉이가 향과 맛이 좋다.
또한 물기가 있는 곳보다는 마르고 단단한,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냉이가 좋다. 이맘때 냉이는 겨울냉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잎이 작고 붉으며 땅에
바짝 붙어 있어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으나 한 두 개만 발견하면 주변에 가득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냉이는 나물 중에서 단백질의 함량이 가장 풍부하고 당분과 칼슘이 시금치보다 풍부하여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유익한 식품이다. 냉이는 혈압 안정화 효과 및 변비 개선효과가 있으며, 카로틴 성분은 시력을 밝게 한다. 간경화, 위와 신장질환, 부인과질환 치료에도 좋으며, 춘곤증도 몰아내 준다. 예로부터 이질 등 설사 치료제로도 쓰였으며 유럽에서는 코피 지혈과 치통완화제로도 쓰였다. 한마디로 만병통치약이다.

이름이 다소 생소할 속속이풀(십자화과) 또한 생채로 또는 무침이나 국으로 식용 가능하다. 주로 밭에서 보이는 냉이와 달리 논 등 습기 있고 기름진 땅에 자주 보인다. ()냉이가 흰꽃을 피우는 것과 달리 개갓냉이, 나도냉이, 구슬갓냉이, 모래냉이처럼 노란꽃을 피우는데, 전체 생김새는 개갓냉이와 비슷하여 갓냉이라고도 불린다.

개갓냉이에 비해 줄기가 곧게 서며 털이 없다. 개갓냉이를 속속이풀로 소개하는 블로그가 제법 있는데, 개갓냉이 잎은 냉이나 속속이풀처럼 깊에 패이지 않는 일체형이다. 개갓냉이 열매는 바나나 모양으로 길쭉하고 속속이풀 열매는 개갓냉이 열매보다 짧고 통통하다.

속속이풀 어린 개체는 냉이와 비슷하여 구별이 쉽지 않은데 냉이 특유의 향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좋을 것이다. 속속이풀 또한 전세계에 분포하는데 싱그럽고 맛있으며 해독에 특히 좋고, 해열, 이뇨, 각종 종기 치료, 황달치료에 쓰인다.

지징개(국화과)는 들판과 밭에서 흔히 만나는 두해살이 풀이며, 주로 아시아와 호주에 분포한다. 잎이 냉이에 비해 거세게 보이고 하늘을 향해 뻗치며 전체적으로 흰빛이 많고 잎 뒤는 흰털이 많아 백색이므로 구별이 쉽다.

어린순은 생으로 식용하거나 데쳐서 쓴맛을 줄여 무침으로 식용하는데 달콤쌉쌀하며 해열?해독작용이 강해 몸에 유익하다. 소염?소독작용도 있는데, 상처에 잎이 짓찧어 바르면 효능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어린 개체는 냉이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성장하면 엉겅퀴나 조뱅이 비슷하게 연보라색 꽃을 피운다.

빼 놓을 수 없는 나물로 황가채, 박조가리나물로도 불리는 뽀리뱅이(국화과)가 있다. 냉이가 자라는 밭과 바위틈, 주택가 어디서나 햇볕이 있으면 잘 자라는데, 부드러운 털이 많고 길게 뽑은(뽀리) 줄기 끝에 꽃이 달린다(뱅이)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겨울을 난 근생엽의 붉은잎은 점차 푸르러지는데 쓴맛이 덜해 무침으로, 국으로, 김치로, 데쳐 말려서 묵나물로, ()로도 많이 쓰인다. 봄부터 가을까지 모두 식용할 수 있을 만큼 매우 부드럽다. 부드러운 만큼 줄기와 잎이 약해서 잘 부러지는데 씀바귀처럼 흰 유액이 묻어 나온다. 해독과 이뇨작용이 좋고 기관지와 눈병에도 좋으며 간경과, 신장병, 관절염과 종기치료에도 사용된다.

지금쯤 볕 잘 드는 묵은 밭을 살펴 보면 땅에 바짝 붙은 잎 붉은 냉이를 볼 수 있다. 호미 하나면 배낭 가득 가장 향 좋은 냉이를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 냉이는 지금부터 3월까지 계속 올라오며, 뽀리뱅이도 3월이면 기지개를 편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건강을 채워줄 냉이 캐기에 도전하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