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3-[Main Story] “기후변화 대응, 종교기관의 역할 매우 중요”

 

 

지속가능발전목표, 빈곤과 부정의 해결할 수 있는가?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에서 라마왕자가 납치된 자신의 아내 시타 공주를 되찾기 위해서 원숭이장군 하누만과 함께 악마의 왕 라바나와 전투를 벌였던 곳. 인도양의 진주라는 별칭답게 오랫동안 보존되어온 원시림, 에메랄드 빛 바다를 비롯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사람들의 순박한 인심이 어우러진 신비의 섬, 스리랑카.  

지난 1월 26~27일 열린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INEB)의 본 회의 전경. 모두 둘러앉아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이 수평적 토론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지난해 4월 푸른아시아를 비롯한 한국의 단체들이 개최한 ‘기후변화대응 아시아시민사회 컨퍼런스’의 공동 주관단체인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INEB)의 회의가 1월 26일~27일 북부 지역에 위치한 고대 도시 아누라다푸라(Anuradhapura)에서 열린다고 해서 스리랑카를 다시 찾았다. 2012년 9월에 열린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종교간 대화’ 참석 이후, 햇수를 헤아려보니 3년 6개월 만인 것 같다.

 

나는 푸른아시아의 전문위원으로서, 또한 작년 4월 기후회의 이후, 푸른아시아도 함께 참여하기로 한 아시아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 플랫품, ICE Network (Inter-religious Climate and Ecology Network)의 코디네이터 자격으로 협력단체인 INEB회의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INEB 회의 직후인, 1월 28일~30일까지 2박 3일간 열리는 ICE 산하 ‘생태사원 워킹그룹’ 회의 참석이었다.  

올해 INEB회의에서는 30여년 간, 힌두교를 믿는 타밀족과의 내전을 겪은, 개최지 스리랑카의 특성을 반영하여 ‘통합적 발전: 평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종교간대화가 메인 주제가 되었다. 이 주제를 정하는데 있어서 지난해 9월 UN총회에서 2015년 이후 빈곤과 기아퇴치를 위해 국제사회가 결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도 고려되었다.  

각국에서 참가한 불교활동가들이 INEB 회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월 22일 행정수도 콜롬보에 위치한 스리랑카재단(Srilank Foundation)에서 개회식이 열렸다. 이날 개회식에는 지난해 선출된 시리세나(Sirisena) 스리랑카 대통령, 스리랑카 전역, 수 십년 간 22,000여 곳의 마을에서 지역사회 개발운동을 추진해온 사르보다야(Sarvodaya)의 설립자 아리야라트네(Ariyaratne) 박사, INEB의 설립자이자 태국의 불교사상가 술락 시바락사(Sulak Sivaraksa) 박사 등이 참석하였다. 개회식에서 세계적인 생태철학자, 불교철학자로서 개인의 변화를 사회의 변화로 이끌어내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아시아, 북미, 유럽에서 워크숍을 진행해온 조애너 메이시(Joanna Macy)‘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서 기조발제를 하였다.

 

조애너 메이시는 “초국적 기업이 권력을 휘두르고 부유한 시기에,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무엇인가?”하고 물었다. 또한 “초국적 기업들이 세계화를 주도하고 식량시스템을 좌지우지하며, 무기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발전 목표가(SDGs)가 과연 우리를 도울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SDGs는 질병의 증상만 다루지, 원인을 다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7일 열린 회의 중 INEB 패널토론이 이어지고 있다.(왼쪽에서 두 번째가 INEB의 자문위원인 법륜스님)

조애너 메이시는 86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빈곤과 부정의를 유지시키는 초국적 기업과 불평등 무역의 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매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조애너 메이시의 메시지는 1월 26일~27일 본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1월 26일 ‘오늘날의 구조적 폭력’이라는 주제 발제에서 “구조적 폭력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개인의 고통을 다룰 수 없다”며 구조적 폭력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 주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연대를 위해 우리의 마음을 일깨울 것을 강조하였다. 특히, 우리 모두 지구를 오염시킨 세대로서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로부터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위해서 연대할 것을 요청하였다.

평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스터디투어

(타밀과의 30년 내전 지역 자프나와 열대우림 싱하라자) 

개회식 다음날, 2개 지역으로 스터디투어가 진행되었다. 1개 팀은 타밀과의 내전이 치열했던 북부지역의 자프나(Jaffna)로, 또 다른 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열대우림 ‘싱하라자(Singharaja)’로 향했다. 나는 60여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싱하라자 팀에 합류해 이틀간 열대우림 속에 있었다. 한국과 달리 숲에 사는 거머리가 어느새 신발이나 바지에 붙어, 이를 떼어내느라 너무 성가셨던 나머지 “자프나로 갈 것을 ㅜㅜ”하고 후회도 몇 번 했다. 그러나 6킬로미터 정도 등산하면서 아름다운 벼슬을 지닌 야생 닭과 오키드, 앵무새, 악어만한 도마뱀 등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동식물을 만나면서 우림 속에 적응해갔다.

그런데 열대우림이라고 해서 정글과 같은 모습을 상상했으나, 우리가 올라간 곳까지는 꽤 넓은 등산로가 이어져 있었고, 경사도 그리 가파르지 않아서 한국의 산과 비슷해보였다. 산에 오르기 전, 진행 팀으로부터 숲속에서는 침묵을 지켜야만 갖가지 조류들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누차 들었지만, 숲에서 독특한 동식물을 볼 때마다 참가자들이 환호하느라 침묵을 지키지 못했고, 그만큼 다양한 조류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쉬울 것도 없었다.  


지난 1월 26~27일 열린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INEB)의 개회식.

 

지난 1월말 스리랑카 아누라다푸라에서 열려
25개국 250여명 불교활동가 빈곤·기후변화 극복 모색”

 

숲을 보고 난 후, 스리랑카 산림부 관계자로부터, 싱하라자의 생태, 정부의 보존 노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산림부 관계자는 숲과 생태계의 중요성, 그리고 보존의 필요성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생계를 위한 주민들의 벌목, 차 재배 때문에 숲을 보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나는 2012년 스리랑카에 왔을 당시, 가뭄 문제가 심각했고, 스리랑카 역시 기후변화로부터 피해를 입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그 관계자에게 “기후변화가 싱하라자의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질문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기후변화가 숲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지만,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서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설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조사하려면 장기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데, 스리랑카 정부는 이에 대한 필요성을 아직까지는 인식하지 못하는 듯 했다. 

우리는 2박3일의 스터디투어 일정을 마치고, 아누라다푸라에 위치한 아일랜더 센터(Islander Center)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한 날 밤, 자프나로 스터디투어를 떠났던 팀은 우리보다 1시간 늦게 도착했다. 자프나 팀에 의하면, 이 스터디에는 무슬림도 함께 했고, 타밀과의 내전이 치열했던 자프나로 향하기 전에 불교도와 무슬림 각각 따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종교모임 모두 종교간 갈등이 전쟁으로 확산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했고 서로가 만나야할 필요성에 대해서 깊이 공감했다고 한다. 


회의기간 중에 선보인 스리랑카의 전통 문화공연.

1월 26일~27일 이틀 동안 INEB 본회의가 이어졌다. 본 회의에는 25개국 250여명의 불교활동가들이 참석했다. 25일 저녁 늦게 도착한 정토회의 지도법사이자, INEB의 자문위원 법륜스님은 27일 회의에서 “통합적 발전: 어떻게 가능한가?” 라는 주제의 패널토의에서 “물질적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는 반면 정신적인 발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적인 불균형, 계층간 빈부 격차도 문제다. 오늘날의 발전이 지속가능한가? 우려스럽다. 사람들의 동력은 욕구다. 욕구가 충족되면 즐거워하고 충족되지 않으면 괴로워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욕구가 충족될 수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지구의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욕구가 모두 충족되는 것이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필요하지 않는 욕구를 부추기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적 접근이 필요하며 소비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스터디투어 중 싱하라자코스에 참가한 불교활동가들이 울창한 밀림을 보고 탄성을 자아냈다. 싱하라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열대우림지역이다.

한편, 법륜스님과 함께 패널로 참석한 스리랑카의 스님이자 국회의원으로 작년 기후변화 총회에서 만난 라따나(Rathana) 스님은 스리랑카라는 국가적 맥락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 스리랑카 불교교단에서 승려의 역할 강조, 탄소저감운동, 초국적 기업으로부터 농업보호와 재래종자 복원, 재생에너지 도입, 아유르베다 전통의학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너지절감과 지역 주민 생태교육의 허브, 생태사원 관련 회의 

28일 저녁부터 ICE Network의 생태사원 워킹그룹‘ 회의가 시작되었다. 본 회의가 끝나고,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떠난 직후라서 너른 아일랜드 곳곳을 생태사원 워킹그룹 참가자들이 차지했다. 미국, 일본, 한국, 태국, 중국, 미얀마, 인도, 헝가리 등 8개국에서 회의에 참가하였다. 이번 회의는 일본에서 활동 중인 미국인 조나단 와츠(Jonathan Watts)가 없었더라면 이뤄지지 않았을 터였다. 그가 공을 들인 덕분에 태양광을 비롯하여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거나 지역 주민들의 유기농재배와 자립을 지원하는 태국, 중국, 일본 사원의 사례를 접할 수 있었고, 미얀마와 인도에서 준비 중인 생태사원 건립계획도 들을 수 있었다.  

생태사원에 대한 아이디어는 풀뿌리 지역 어느 곳에나 사원 또는 교회가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사원이나 교회는 탄소를 줄일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들인 신자들에게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방법을 교육하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만약 교회나 사원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주민들이 생활방식을 전환하고 힘을 모아, 정책결정자들에게 과감한 탄소감축 계획과 더불어 자연보존과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지속가능한 국가정책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사회변화에 있어서 종교기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국제 시민사회도 종교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하기 시작하였고, 최근 UN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도 종교계의 참가가 확연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사원이나 교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종교계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 또는 관련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민들을 교육하고, 정책결정자들을 만났을 때도 설득력있게 접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푸른아시아는 종교계의 부족한 부분을 시민사회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ICE 네트워크의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던 것이다. 

생태사원 회의에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태국 북부의 촌부리 지역 사원이나 산동지역 사원의 사례공유도 의미 있었지만, 미얀마의 ‘사원학교 질 개선운동단체 SEMS가 대나무로 학교와 도서관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는 주목할 만 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이제 막 후원자를 모집하기 시작하였는데, 지역 내에서 가장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대나무를 활용한다는 점, 대나무 가공과정과 다듬어진 대나무로 건축하는 과정에 대한 교육훈련을 지역의 청년활동가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을 가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장점은 경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활동가 교육훈련비와 재료비, 50㎡ 건물 1개동을 짓는 경비 모두 합해서 미화 20,000 달러 정도 소요된다. 또한 대나무는 성장속도가 빠르고 다른 나무, 특히 소나무와 비교하면 탄소흡수량이 4배 이상 탁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적인 생태철학자이자 불교철학자 조애너 메이시가 22일 스리랑카 콜롬보에 위치한 스리랑카재단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생태사원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참가자 전체가 재생에너지 도입, 건축구조와 재료의 친환경성 외에도 생태사원이 되기 위한 조건과 가이드라인을 정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몇 가지 살펴보면,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건축구조, 자재사용과 에너지시스템, 생태적인 가치 공유와 지역 주민에 대한 교육, 자립적인 경제 기반 마련, 시민사회와의 연대, 유기농 등에 관한 것이다.  

남?북반구 단체들 사이의 협력과 연대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점 또한 매우 중요한 성과다. 태양광 사례를 발표했던 중국단체가 미얀마와 인도의 생태사원건립에 태양광설치를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또 일본 참가자는 대나무를 활용한 학교와 도서관 건축과 교육훈련을 지원할 후원자를 연결해주겠다고 밝혔다. 소규모 회의였지만 지역의 사정과 문화를 가장 잘 알고, 지역의 인적 자원, 생태친화적인 전통과 지혜에 기반한 남반구 현지 단체들의 활동을 북반구 단체들이 지원하고 서로 배우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와 같이 서로의 경험을 배우고 나누며, 지원하는 생태사원 워킹그룹 회의는 ‘생태친화적인 사원만들기’가 결국 사원의 에너지비용 절감과 신뢰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종교기관의 참여를 확대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생태사원이 종교시설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 주민과 함께 지속가능성의 패러다임을 고민하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지구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INEB)란?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는 인권, 분쟁, 소비주의로 인한 지구적 기후와 생태위기에 대응해온 전 세계 25개국 불교운동가들의 네트워크 조직으로, 거의 격년마다 회원들의 활동을 공유하고, 아시아지역의 현안을 다룬다. 2013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INEB 회의의 메인 이슈는 ‘불교와 이슬람의 갈등’이었다. 특히 2012년 이후 미얀마의 서부 라카인 주에서 시작된 불교도의 로힝자(무슬림)족에 대한 폭력이 무슬림에 대한 증오와 정부의 산아제한 법률 제정으로 확대되면서 아시아 지역 전체의 무슬림과 불교도간 갈등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불교도와 무슬림 단체들의 회의가 이뤄졌다.

글 : 민정희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전 ACCE 한국조직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