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에르덴 겨울 일기 – 최유정 단원

 

 

작년 이맘때쯤이면 몽골은 어떠할까 계속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몽골의 겨울을 겪고 있다. 몽골은 생각보다 훨씬 낫다고 또는 척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수도인 울란바토르에는 백화점 같은 쇼핑센터도 많은 편이고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다. 기본적인 생필품은 당연하고, 심지어 한국 식재료를 파는 마트도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그래서 일단 울란바토르에 가면 뭐든 쉽게 구할 수 있다.

오늘은 떨어진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울란바토르에 장을 보러 갔다 왔다. 에르덴은 사업장 특성상 장을 보기 위해선 차량을 예약하여 한 시간 조금 넘는 거리에 있는 수도로 가야 제대로 된 장을 볼 수 있다. 사야할 식재료가 많아 차량을 대여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짐이 적다하여도 일반 차비도 많이 드는 편이어서 한 달에 한, 두 번 꾹꾹 참다가 장을 보러 간다. 아마 여름이라면 오랜만에 가는 도시를 주말 내내 여유롭게 즐기다 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겨울이기 때문에 집을 오래 비울 수가 없다. 몽골의 겨울이 생각보다 춥기 때문이다. 겨울의 강풍은 열심히 붙인 뾱뾱이 두 겹과 스티로폼 막을 뚫고 불어오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하수구나 수도관이 얼어 생활이 불가능한 환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얼어있는 하수구를 계속 녹이기 위해 단 하루도 집을 비우면 안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오늘은 당일치기로 장을 보러 갔다 왔다.

장을 보며 국영백화점을 둘러보니 이상하게 오늘따라 유독 사람이 적은 편이었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들리려 했던 화장실은 모두 잠겨있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전 층을 돌아다녀봤지만 끝내 열려있던 화장실은 없었는데 몽골에 온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사람이 많은 여름을 생각하면 절대 없었을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유독 몽골의 여름이 생각난다.

몽골의 여름은 그늘도 없이 매우 무더웠지만, 그만큼 추운 겨울에 비해서 사람들이 바글거리며 생기가 있었던 것 같다. 길에서는 맛있는 먹거리를 팔았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는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했었다. 더위를 피해 들어간 카페에 겨우겨우 생겨난 빈자리에 앉아 차가운 음료를 한 잔 마시면, 무언가 조금은 불편했던 마음의 한 자락도 뻘뻘 흘리던 땀과 같이 사라져버리던 기억이 나는 것 같다. ‘그때는 그랬었지…’

그렇다고 지금의 겨울이 싫은 것은 아니다.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는 시간도 좋고, 이곳에서의 겨울 나름대로 추억을 쌓아가는 것도 재미있다. 또한 창문 밖의 새하얀 세상은 고요히 잠들어, 벽에 붙여놓은 손으로 그린 달력과 함께 나에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강조하며 살랑인다. 그 고요함 속의 살랑거림은 나를 생각하게 한다. 수많은 생각들은 여러 가지를 깨달을 수 있게 해주었는데, 그중 한 가지는…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난 아마 오늘 여름을 떠올린 것처럼, 지금을 조금은 그리워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리움으로 남게 될 지금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p.s. 요즘 새하얀 눈을 밟으면 빙수가 생각나는데, 한국 가면 꼭 먹을거다. (수료식 회식 후 빙수 디저트!!!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