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1857057EhisD7QR

vol.61-[송상훈의 식물이야기] 겨울에 피는 꽃

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하다. 올해는 온난화에 엘리뇨까지 중복되어 미국 남동부의 경우 토네이도와 폭우,
35cm
폭설이 동시에 발생해 큰 피해를 입는 등 지구 전체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혹한보다야 따뜻한 겨울이 낫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난 30년간 24절기 중 19절기가 기온 상승했고 특히 겨울절기 상승이 두드러졌다 하니 한반도의 기온상승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겠다.

온난화는 많은 혼란을 야기하는데 식물도 예외는 아니다. 특이 이번 겨울엔 도심의 공원 곳곳에 움트는 나무들이 자주 보인다. 얼마전 산행에서는 홀로 꽃망울 달고 있는 진달래를 보기도 하였고 한강변에는 더러 개나리꽃이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계절 모르고 피는 꽃이 안쓰럽기야 하지만 꽃이야 제철이라고 여기고 피었을 것이니철없는 식물들을 탓할 수는 없고, 다가올 몇 번의 추위를 잘 견뎌주길 바랄 뿐이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봄가을에 몰려 개화하고 여름에도 적잖이 개화하지만 겨울에 개화하는 식물도 몇 종 있다. 이번 회는 겨울에 산과 들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다들 짐작하겠지만 겨울에 꽃을 피우는 나무는 대체로 향기가 강하고 잎은 광택 있고 두꺼운 편이다.
먼저, 모두가알 법한 꽃은 머릿기름으로 사용했던 차나무과의 동백이다. 중국에서는 산다화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동백과 애기동백을 구분하며 애기동백을 산다화라 한다. 둘 모두 잎에 무딘 잔톱니가 있다. 애기동백(산다화)은 일본에서 귀화한 종이며 10~12월에 개화하고 동백은 12~4월에 개화한다. 비록 기온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대체로 지금 애기동백은 흐드러지게 만개한 상태이며 동백은 지금부터 개화 중이다.

애기동백은 꽃이 완전히 활짝 피어서 장미처럼 꽃잎을 분분히 떨구지만 동백은 만개하지 않고 꽃잎도 거의 떨구지 않은 채 송이째로 떨어져 처연하면서 의연하다. 둘의 가장 큰 구별점은 수술에 있다. 애기동백은 수술도 꽃잎처럼 활짝 풀어지지만 동백은 수술이 뭉친 원통형을 유지한다.
참고로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노오란 동백꽃 ???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의 대상은 동백꽃이 아니라 생강나무꽃이다. 생강나무는 개동백 또는 산동백으로 불리며 열매는 동백처럼 머릿기름으로 쓰이는데 꽃은 산수유꽃 비슷한 생김새의 노란꽃이다.
겨울에 피는 또 다른 식물은 물푸레나무과의 구골나무이다. 11월에 개화하며 잎에 9~11개의 사나운 가시를 달고 있는데 성장하면서 가시가 작아져 잎끝에 하나만 남는다.

구골나무와 비슷해 보이는 나무들도 있다. 봄에 개화하며 6~8각의 잎에 각마다 가시가 있고 구골나무처럼 가시가 점차 작아져 잎끝에 하나만 남기는 호랑가시나무(감탕나무과)가그 중 하나인데 예수님의 이마를 파고든 면류관의 재료라 한다. 구골나무와 호랑가시나무는 대체로 위와 같이 구별하지만 개체에 따라서는 잎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또 하나는 10월에 개화하며 위의 꽃들에 비해 자잘한 가시가 잎에 20개 이상인 구골목서(물푸레나무과)를 들 수 있다. 구골목서는 구골나무와 잎에 가시가 없는 은목서의 교잡종인데, 숫당나귀와 암말의 교배종인 노새가 번식하지 못하듯이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 밖에 비파라는 악기를 닮은 잎이 특징인 비파나무(장미과) 10~12월에 향기로운 흰꽃을 피운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톱니가 드문드문 있고 뒷면엔 갈색털이 가득하다. 중국과 일본 원산이지만 한반도에 들어온 지 반세기나 되었다. 6월에 노랗게 익는 살구만한 크기의 열매는 맛이 좋지만 과육은 적고 씨는 크다. 위장과 폐에 좋다는 열매와 잎은 차로 만들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잎을 불에 구워 환부에 문지르는데 모든 병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주요 재배지는 완도이다.

꽃이 향기로운 나무로는 남부 해변가에서 볼 수 있는 참식나무(녹나무과)를 뺄 수 없는데 초겨울인 10~11월에 노란꽃을 피우며 열매를 겨울과 여름 내내 달고 있다가 가을에 붉게 물들인다. 돌려나는 잎이 특징인데, 톱니가 없이 밋밋하며 어릴 때는 잎에 누런털이 가득해서 마치 비 맞은 새털처럼 보이며 성장하면서 점차 사라져 광택 있는 잎으로 변한다. 잘 익은 열매는 향수에 사용하고 목재도 질과 향이 좋아 고급가구에 쓰인다.
겨울에 피는 식물로 복수초, 매화, 수선화를 흔히 거론하지만 정확히는 겨울을 딛고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기회가 닿는 대로 다시 다루기로 하고, 겨울이 깊어지는 요즘 산객들이 눈에 꼭 담고자 하는 꽃들인 설화(雪花)와 상고대, 빙화(氷花) 등 꽃 아닌 꽃들을 다음 회에 다루고자 한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 첫날 구정이 멀지 않았다. 모쪼을미년(乙未年) 끝달을 건강과 함께 의미 있게 마무리 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