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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희망은 있는가? 그런데 어디에 있는가?

2016년 신년사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1. 지구촌, 일상풍경이 된 가뭄과 고온현상

■ 2015 여름과 겨울, 몽골의 풍경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간의 가뭄으로 강바닥까지 말라붙어 건천이 된 강의 모습.

2015년 8월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 서쪽과 동쪽, 북쪽을 다녀보았다. 한반도의 7배의 광대한 나라, 칭기즈칸의 전통과 자존심을 갖고 있는 몽골은 지난 25년간 78%의 땅이 기후변화로 사막화되었다. 이로 인해 호수 1,166개, 강 887개가 사라지고 식물종의 75%가 멸종 상태이다. 이런 몽골도 7월과 8월 여름이면 사막화되지 않고 남은 초원의 풀이 그동안 싱싱하게 올라왔다. 남은 가축들이 이 풀을 먹고 살아남으면 유목민들도 이 가축에 의존해서 살아간다.

그런데 2015년 8월 방문했던 몽골의 여러 지역은 봄부터 시작한 심각한 가뭄으로 비가 20mm도 내리지 않은 지역이 대다수였다. 50년 만에 온 대 가뭄이다. 자라야 할 풀도 성장을 멈추고 있었다. 들판은 푸른색이 아니라 누런색이었고, 앙상하게 말라있었다. 마찬가지로 가축들이 먹지 못해 갈비뼈를 드러내고 있었다.

여름에 가축들이 살이 쪄야 영하 40도로 떨어지는 혹독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유목민들은 다가올 이번 겨울철에 가축들이 살아남지 못함을 알고 있었다. 이른바 가뭄으로 인한 재앙은 카운트다운 시작되었다. 이번에 몽골에서 최소 1천만 마리 혹은 2천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굶어 죽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그러면 최소 2만 가구에서 3만 가구의 유목민들이 모든 재산을 잃고 일상적으로 굶주리는 환경난민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미 많은 유목민들은 가축들이 죽을 것을 미리 우려해 겨울철이 되기 전에 앙상하게 말라있는 가축들을 시장에 내어 놓았다. 너무 많은 가축들이 시장에 나오자 이번에는 가축 가격이 폭락을 했다. 이렇게 되면 유목민들이 재산을 잃기는 마찬가지다. 조만간 가축을 판 유목민들은 가축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에서 빌린 이자도 갚지 못해 야반도주할 것이다. 유목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가뭄은 농업에도 심대한 영향을 주어 2015년 시작한 농사의 50% 이상이 생산 중단되었다. 당연히 곡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몽골 환경난민들은 식량을 돈 주고 사먹어야 한다. 이들에게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그러지 않아도 사막화로 희망을 잃은 이들 유목민의 삶에 가뭄은 이중으로 타격을 입혔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유목민들이 헐값에 팔아치운 가축들이 도살되어 가는 곳이 있다. 금융권과 대자본이 만들어 놓은 냉동 창고로 향한다. 2016년 봄이 되면 몽골 전역에는 가축이 부족할 것이고 당연히 고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냉동 창고에 보관된 가축들은 비싼 값으로 팔린다. 이렇게 가뭄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굶주리게 하고, 부자들을 더욱 부자로 만들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 아시아, 한국과 미국의 풍경

나무들이 제법 자라 숲의 모습을 갖춘 푸른아시아의 조림장 나무들.

몽골에서 2015년 일어난 사건은 이미 중국 북부와 서부지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즈스탄 등의 나라들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정글지역으로 알고 있는 미얀마의 중부 건조지역은 20년 전부터 아프리카처럼 사막화되어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땅과 비슷한 크기인 미얀마 중부 건조지역에 사는 1천 2백만명의 농민들은 과거 비가 많이 내린 시절에 3모작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뭄이 일상화되어 논농사가 아니라 조, 수수, 땅콩 농사를 짓는다. 6월 우기와 8월, 9월 3차례 비가 내려야 연약한 씨앗을 뿌려 수확할 수 있다.

6월에 비를 기다리며 미얀마 중부건조지에 사는 농민들은 하늘만 쳐다본다. 다행히 6월에 비가 내렸다고 해도 8월, 9월에 비가 내린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 2015년 여름 미얀마에는 거꾸로 대 홍수가 발생했다. 심어 놓은 씨앗은 집중적으로 온 비로 인해 유실되고 연약한 토양도 유실되어 버렸다.

하늘을 대고 원망을 해본들 주민들의 삶은 극단적인 빈곤의 덫에 걸려들어 빠져 나오지를 못한다.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이런 상황은 이미 2억명 이상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 유랑을 하고 있는 사하라 사막 이남 수단,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기니, 소말리아,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와 너무 닮아 있다.

왜 아시아는 아프리카가 겪고 있는 고통을 이어가고 있을까?

현재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은 기후변화, 사막화, 가뭄으로 분쟁과 식량폭동, 테러 발생의 온상지가 되어 있다. 어쩌면 아프리카의 과거와 현재는 아시아의 미래가 될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안전할까?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북한의 가뭄과 식량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제기하던 분들도 우리나라를 안전지대로 여긴다. 과연 그럴까? 기후변화와 가뭄, 고온현상의 안전지대일까?    

2015년 우리나라 여름에 내린 비는 예년에 비해 40%도 되지 않았다. 심각한 가뭄이다. 그런데 내리지 말아야 할 가을과 겨울에는 비가 자주 내렸다. 날씨가 왜 이럴까? 나와 친하게 지낸 후배 이야기다. 서울에 살다 7년 전에 시골로 이주, 감을 재배해서 곶감을 만들어 시장에 팔아온 박 선생은 2015년 농사를 망쳤다. 이번 가뭄에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지하수를 팠고, 그 물로 감 농사를 어렵게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을과 겨울에 곶감을 말릴 때 날씨가 건조하지 않고 비가 내려 곶감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곶감을 모두 버려야 했다. 그러면서 그는 왜 자신에게 이런 가혹한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자신의 사정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푸른아시아 활동가와 자원봉사 참여자들이 조림장에 나무를 심고 있다.

그는 제 2의 인생을 곶감 농사로 살아 보려고 했는데 왜 자신에게 이렇게 가혹한 일이 생겼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2016년에는 농사를 지어도 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문제는 박 선생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았고 2016년 상황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벌써 농사를 포기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 우리나라 가뭄으로 농업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하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피부로 체감하는 정도는 훨씬 심각하다.

농사 짓는 사람만 한국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피해자일까?

이번 겨울에 한국에 눈이 내리지 않아 스키장들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인공 눈을 만들어도 따뜻한 날씨로 녹아 비상이다. 이로 인해 연관 산업인 숙박과 관광, 교통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매우 고통스러운 겨울을 나야 한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기후변화로, 가뭄으로, 고온 현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고통이 몽골, 미얀마, 니제르의 피해자들과 다를까? 이들과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해보면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한국이 항상 모델로 여기는 미국은 어떨까? 추워야 할 뉴욕은 최근 영상 20도의 겨울 날씨로 인해 겨울이 사라졌다. 조사는 안했지만 아마 여기도 겨울옷 장사를 하는 가게 주인들이 고통스럽게 살아갈 것이다.

반대로 록키산맥 인근, 미 서부 지역, 와이오밍 주등은 극단적인 눈 폭풍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60cm 혹은 1미터 이상 내리는 눈으로 이 지역은 마비 상태이다.

여기에 사는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재앙으로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구촌 인간은, 인류는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기상이변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가뭄과 고온현상의 이유

기후변화로 인한 몽골의 점사막화 현장.

며칠 전 미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항공센터가 2015년 10월과 11월 연속적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1도 이상 올랐다고 발표를 한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1도 이상 오른 것은 처음임을 밝혔다. 그리고 섭씨 1도가 오른 이유는 선진국, 산업국들이 만들어낸 온실가스와 또 이것이 만들어낸 동태평양의 엘니뇨가 현재 기상이변의 원인임을 밝혔다. 현재 인류는 연 350억톤의 온실가스를 만들어 내고 있고, 그중 아시아가 158억톤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시아 모든 나라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중국, 인도, 일본, 한국이 주요 책임이 있는 나라들이다.

2. 희망은 있는가? 그런데 어디에 있는가?

나는 매일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정말 희망이 있을까?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이 2016년에는 스마트 소비자운동이 한 나라에서 아시아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교황에 대해 호감을 보이지 않는 분들은 없었다. 아마 교황께서 보여준 진심이 통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6월 18일 로마에서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라는 제목의 회칙을 발표했다. 전 세계 카톨릭 주교, 신부, 신자들에게 보낸 회칙이지만 그 내용은 전 인류를 향해 있다. 회칙엔 기후변화와 생태의 위기를 경고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대략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류가 그동안 빈곤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빈곤문제는 해결 불가능하게 되었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생명과 지구생태도 존속 가능하지 않다. 그런데 한 사람이라도, 작은 생명 하나도 찬미 받아야 한다.

인류와 생명,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보자‘는 내용이다.

교황이 지적하는 바는 우리 공동의 집을 파괴하는 실체는 ‘자본의 탐욕’이고 자본이 그 탐욕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는 현재 기후변화의 주 원인이 선진국과 산업국의 석탄화력발전, 화석연료를 통한 산업화와 자본의 끝 모르는 이익 추구에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왜냐하면 통계적으로 보아도 온실가스 배출의 80%가 여기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 자본이 책임을 지고 의무를 지게 만들어야한다

푸른아시아가 지속적인 몽골의 사막화 방지 사업으로 서울시의회의 표창장을 받았다. (사진 왼쪽부터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이윤희 서울시의회의원)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나오자마자 미국의 공화당의 대선 후보 잭 부시는 “교황이 자신의 전문성인 교리해석이나 잘 하지 자신이 모르는 ‘기후변화’에 대해 언급한다”고 비아냥거렸다. 현재 미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잭 부시와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여러 나라의 카톨릭 주교들도 그의 회칙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의 탐욕을 원인으로 돌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익을 위해 비용 대비 효과(Cost-effective)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자본이 이런 욕망을 버린다는 것이 가능할까?

이 점은 한국의 기업들의 대다수의 태도이기도 하다.

자본이 탐욕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경제학을 전공한 나에게도 간단한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다.

문제는 자본이 탐욕을 계속 유지하는 한 기후변화와 함께 인류와 지구생태, 자본주의도 장렬히 전사하는 것이 자명하다. 딜레마다. 이제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 희망은 시민들과 주민들과 공동체에 있다.-스마트 유권자 운동, 스마트 소비자 운동, 스마트 공동체를 지구적으로 확산

푸른아시아가 조성한 몽골의 조림장. 나무들 사이로 풀도 제법 자란 모습이다.

현재 자본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의사 결정을 하는 정치도 욕망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한국 정치인들은 기후변화의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탐욕에서 자유롭지 않은 자본, 기업과 석탄화력발전소, 정치인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게 해야 한다.

다만 그것이 저절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을 움직이려면 소비자들이 똑똑해져야 한다. 아울러 정치인들에 대해 유권자로서 이를 요구해야 한다. 똑똑한 유권자 운동이다.

그런데 이것은 개인적으로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스마트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한다. 스마트공동체 혹은 스마트빌리지 운동 그것은 선진국, 개도국, 피해국의 모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오늘 이 신년사를 통해 한사람을 살린다는 것, 지구 생명 하나를 살린다는 것조차도 기후변화를 해결하지 않고 불가능한 것임을 확인하고 싶다. 스마트 소비자운동, 스마트 유권자운동, 스마트 공동체를 한나라에서, 아시아로, 지구로 확산하는 이유는 그래서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