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8-[송상훈의 식물이야기] 공기처럼 흔하지만 보석보다 귀한 식물들

우리네 정서는 숲과 풀섶에 있다. 비록 우리 몸은 빌딩숲과 아파트숲 사이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항상 숲을 그리워하고 지나는 길에 풀 한포기를 그냥 스쳐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 할아버지세대만 해도 풀 한포기에 기대 살았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DNA에는 풀이란 개체로 대표되는 식물에 대한 친근한 요소가 있다. 기근때 허기를 채우고 위독할 때 생명을 이어준 효험이 담겨있기 때문이리라. 앞으로 매달 식물이야기로 정서적 공감대를 이어가고자 한다. 

 

수퍼문(super moon)이 둥실 떴던 한가위, 저마다의 소원을 띄워 올리고 어김없이 맛있는 음식이 두리반(크고 둥근 상)에 오르고 가족의 즐거운 대화가 피어났을 것이다.

첫 회인 오늘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곡식과 채소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황금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벼, 보리, 밀, 수수, 조, 기장 등 벼과 꽃은 매우 작고, 배추, 무, 갓, 유채 등 십자화과 꽃은 아주 흔해서 그냥 지나치곤 하지만, 이들로 인해 송편과 다양한 전들과 무채와 김치가 우리 식탁에 오르니 고맙고 고마운 식물들이다.

[무]


벼과 식물은 꽃자루 없는 자잘한 꽃들이 다닥다닥 이삭 모양을 이루며 피는데, 이를 이삭꽃차례 또는 이삭 모양을 뜻하는 수상(
穗狀)꽃차례라 한다.

튤립이나 양귀비처럼 크고 화려한 꽃이 하나만 피고 마는 단정꽃차례와 비교되는데, 이들 벼과 식물은 밑으로부터 위로 계속 꽃들을 피워 올리며 종국에는 우리에게 유익한 결실을 맺어 수천년 간 인류의 양식이 되었으니, 사람 세상에서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향식 민주 질서를 보는 듯 하다.

[밀]

네 개의 꽃잎이 십자형을 이루는 십자화과는 겨자향이 난다하여 겨자과라 불리기도 한다.

배추, 무처럼 제법 꽃송이가 큰 종도 있지만 작은 꽃들이 대부분이어서 대부분 홀대하기 십상인데, 봄에 우리의 입맛을 돋우는 냉이가 그러하다.

[배추]

이러한 십자화과는 우리 건강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브로콜리, 케일, 청경채를 포함한 모든 십자화과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항암효과가 분명하며 생채로도 식용 가능하니 자주 많이 섭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실만 기억할 뿐 수수한 꽃들은 기억에서 제외된 이 식물들이 우리 몸의 피와 살을 이루는 근간임을 상기하면서, 다음에 이들을 만난다면 감사의 눈길을 줄 일이다.

[벼]

더불어 공기처럼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소중한 우리 가족과 주변의 지극히 평범한, 그러나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벼과와 십자화과 같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격려가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