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널 안다 – 이호준 단원

1월에 널 처음 만났고, 4월부터 벌써 반년이란 시간동안 너와 함께 살고 있다. 흐르는 시간 속에 넌 나에게 무엇이고, 나는 너에게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너의 첫인상은 차가움 그 자체였다. 네가 몰아쳤던 그 바람에 나는 몹시도 힘겨워했다. 너의 깊고 깊은 그리고 단단했던 호수를 보았을 때를 난 잊지 못한다. 시퍼런 검은 그림자들이 그 안에 갇혀 죽은 듯 말이 없었다. 나는 조심스레 그 위로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어느새 난 주저 앉아버렸다. 네 앞에서 난 걸을 힘조차 잃어버렸었다.

난 네 주민들과 함께 너를 변화시킬 준비를 했다. 모두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 준비는 바로, 네게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모래가 가득한 칼바람을 선사한 너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었다. 그리고 4월부터 나는 주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네 피부에 조금씩 초록빛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 뿌듯해 했다. 비록 뜨거운 태양 아래 힘겨워 했어도 널 변화시키는데 우리는 주저함이 없었다.

이윽고 6월이 끝나는 어느 날, 우리는 나무를 다 심었고, 기쁨에 젖어 있었다. 우리가 만든 푸름에 너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하늘도 기뻐하듯 비를 내려주었다.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너에게 도움이 됐으리라.

하지만, 갑작스런 변화는 너도 힘들었나보다. 초록빛 없이 말라버린 나뭇가지들이 눈에 군데군데 보였다. 살려보려 애를 썼지만, 그렇게 하질 못했다. 하얗게 되어버린 그것들은 다시 뽑아 한 곳에 모아두었다. 이들은 다른 나무들을 위한 거름이 될 것이다.

너는 나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어제 나는, 지난 7월에 네게 심어두었던 배추, 무, 상추, 깻잎 등이 크게 자란 것을 보았다. 나를 위한 고생의 대가라 생각했다. 네가 나에게 준 선물은 식사시간을 기쁘게 했고, 내 입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호수가 다시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가 다시 찾아왔다. 아침 출근길에, 네가 보낸 찬바람에 나는 움츠러들었다. 넌 다시 처음 모습 그대로 돌아가려는 듯 보였다. 주민들도 나도 두꺼운 옷을 껴입었다. 곧 얼굴을 가려줄 마스크를 해야 하겠지. 그럼 널 위한 올해의 일들은 끝이 날거다.

네가 날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저 귀찮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따스한 바람으로 날 감싸 안길 바란다. 널 위한 변화는 내년에도 계속 될 것이다. 내년에는 더욱 더 멋지게 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