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이별 – 이보람 단원

나사 팀장님이 돈드고비를 떠났다. 나랑 100년 동안 돈드고비 조림지에서 일하자고 약속했으면서 인사도 없이 멀리 떠나셨다. 작별 인사를 제대로 못해서 너무 아쉽다. 팀장님 게르가 있다가 사라진 자리가 유난히 텅 비어 보였고, 내 마음도 허전하고 허전했다.

오전에만 해도 조림지 울타리 앞에 있었던 게르가 오후에 사라졌다.
마음이 뭔가 이상하고 허전했다.

술이랑 담배를 정말 좋아하고, 종종 틱틱 대기도 하고, 장난도 잘 치고, 정도 많고, 은근히 마음도 여리고, 우리를 잘 챙겨줬던 나사 팀장님. 단합회 하던 날, 마네 오르마 흐르흥(우리 보람이 예뻐)이라고도 해주고, 뽀뽀도 많이 해주셨음. 그리고 담배 피다가 내 바지에 구멍 내서 나한테 빚도 졌음.

집에 있으면서도 늘 화장하고 있고, 매니큐어도 자주 바르는 우리 팀장님께 내가 돈드고비 떠나는 날 좋은 화장품, 예쁜 색의 매니큐어 선물 해드리려고 했는데 팀장님께서 먼저 떠나버리셨네. 아직 함께 찍은 많은 사진들 뽑아드리지 못 했는데ㅠㅠ 내가 잔소리하거나 장난쳤을 때 보여주던 팀장님 특유의 웃음이 그리워진다.

한 번만 다시 만나서 술 조금만 드시고, 담배도 그만 피라고 잔소리하고 꼭 안아드리고 뽀뽀도 한 번 해드리고 그렇게 작별 인사 나누고 싶다.

지난 7월 단합회 때 팀장님과 나.
이 때 시간이 내게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처럼 우리 팀장님도 그랬으면 좋겠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다. 이제 곧 올해 조림 사업도 끝이 난다. 돈드고비 생활도 5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5개월 후에는 나사 팀장님과 이별 했던 것처럼 우리 조림지 직원들과도 이별하게 되겠지. 이별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먹먹해진다.

이별 후 아쉬움이 남지 않게 앞으로 함께 어떻게,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 지 잘 생각해봐야겠다.

-나사 팀장님께

이 짧은 편지가 팀장님께 전해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써봐요. 부디 나의 이 마음이 팀장님께 텔레파시로 전달되길 바라며.

팀장님, 우리가 다시 만나지도 연락도 못하더라도 내가 팀장님을 기억하고 팀장님이 나를 기억한다면 우리 함께 나눈 시간, 추억들이 있으니 영원한 이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종종 생각나고 많이 보고 싶을 거에요. 팀장님 요새 몸 이곳 저곳 아프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술도 조금만 드시고, 담배도 조금만 피세요. 100년 동안 우리 조림지에서 일하기로 한 약속 못 지켰으니, 대신 100살까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세요.

그리고 일하면서 팀장님 이해 못했던 것, 짜증냈던 것, 몰래 욕했던 것 다 죄송해요 히히 지나간 일이니 용서해주세요~♥

감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