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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6-[푸른아시아가 만난 사람들] 피아니스트 안인모

종이없는 콘서트 보셨나요?

첫 번째 만남 – 카페콘서트의 안인모

그와의 인연은 지난해 12월 세 번째 목요일인 18일 합정동 잭비님블에서 열렸던 제48회 푸른아시아 카페콘서트에서였다. 당시 그는 첼리스트 성승한과 함께 ‘시네마콘서트 행복’이란 무대에서 피아니스트로 등장했다. 피아니스트 안인모와 푸른아시아는 그렇게 만났다.

당시 그는 말이 많지 않았지만 그의 피아노 실력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보통 사람들은 연주를 잘 할 때 악기를 ‘갖고 논다’고 한다. 그는 피아노를 완전히 장악하고 갖고 놀았다.)

안인모는 이후에도 활발한 음악활동을 하며 푸른아시아에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으며 페이스북을 통해 환경에 대한 소식을 올리기도 했다.

올 봄 3월31일엔 금호아트홀에서 앙상블 탐베노바 두 번째 이야기 ‘위로’를 공연했다. (포스터를 본 사람들은 이 무대를 두고 여신이 4명 등장했다고 했다. 당시 드레스를 입고 찍은 포스터 사진이 다들 눈부시게 미모가 돋보였다고 해서) 이때까지만 해도 그에게서 여느 연주자와 크게 다른 점을 보지 못했다.

지난 5월에는 양재동 국립외교원 야외마당에서 외교부 배우자회 주최 어려운 이웃돕기 자선 바자회를 한다고 페이스북에 소식을 올린 것을 보았다. 그때 처음 안인모의 다른 모습을 보았다. ‘아 음악만 하는 게 아니고 기부나 자선활동에도 관심이 많구나.’(사실 독자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봉사활동이나 자선활동을 하는 분들은 크게 떠벌리지 않는다.) 

두 번째 만남 – 포스터&팸플릿 없는 콘서트

안인모는 6월초 어느 날 7월18일 예술의전당 IBK쳄버홀에서 독주회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저는 독주회라는 일반화된 타이틀 대신 피아노텔링콘서트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꾸미고 있어요. . 이번 독주회 역시 피아노연주와 토크를 결합한 피아노텔링콘서트 형식을 갖지만 조금 더 특별하게 꾸미고 싶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포스터와 초청장, 팸플릿을 만들지 않는 환경콘서트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두 손 들고 환영했다. 그리고 한가지 제안을 더 했다.

“현재 푸른아시아는 몽골 울란촐로트 쓰레기마을의 어린이들을 위한 농구장건립 지원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메일로 드릴테니 보시고 참여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소외계층 청소년이나 한국에 유학 와 있는 가난한 유학생들도 초청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안인모는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무조건 좋다고 하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공연장 입구에 캠페인 홍보용 X배너와 모금함을 두고 수익금의 일부는 추가로 기부하겠다고 했다.

두 아이를 둔 엄마지만 아직도 빛나는 미모를 가진 안인모는 마음은 더 아름다웠다. 그는 아시아의 기후변화 뿐 아니라 몽골 작은 마을의 어린이들까지 생각하는 푸른아시아의 정체성이 너무 마음에 들고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환경에 대한 애정은 절약에서 비롯되었다.

전국에 500석 이상의 공연장이 400여 곳 있어요. 이 중 어느 곳에선가는 매일 공연이 있겠지요. 독주회 한 번에 최소한 포스터 200장, 전단 4,000장을 찍어요. 1년이면 어마어마한 양의 종이가 소비되는 셈이예요. 그런데 이런 전단을 지인들에게 보내는데 요즘 세상에 종이 우편물을 일일이 뜯어보지는 않죠. 종이를 아끼는 것이 결국은 나무를 베지 않는 것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먼저 나서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피아니스트 안인모는 한사람의 음악가이지만 환경에 있어서는 내가 먼저 나서는 ‘퍼스트 펭귄’이었다.

안인모는 실제로 자신의 콘서트에서 포스터를 만들지 않았다.(대신 공연장에 붙일 최소한의 포스터만 따로 몇 장 찍었다.) 팸플릿도 홍보용으로 만드는 대신 당일 관객들에게 나눠줄 낱장으로 된 손바닥만한 사이즈로 만들었는데 그것도 재생용지를 사용하여 ‘친환경 실천’을 보여주었다.

개인 독주회라는 게 자신이 고생하고 노력한 만큼 자신의 땀 흘린 성과를 과시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독주회에서 그것을 노출할 수 있는 게 포스터고 팸플릿이다. 사실 본인의 일이 될 때는 그것을 스스로 자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안인모는 ‘나부터 하겠다’며 실천했다.

안인모의 친환경콘서트는 언론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사실 개인 독주회는 아주 유명 연주가가 아니면 언론으로부터 주목받기가 쉽지 않다. 그가 친환경콘서트를 내세우고 몽골 쓰레기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농구장건립에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나서니 언론에서도 격려해준 것이리라.

공연장엔 개인독주회 치곤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사실 개인 독주회는 지인들이 관객의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당일 푸른아시아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모금함을 들고 현장을 찾았다. 사실 공연장에서 모금캠페인을 위한 홍보물을 비치하는 것도 주최측의 성의가 뒤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사전에 협의하지 않는 한 공연장에서 허락하지 않는다.)

안인모의 개인 독주회의 형식이 피아노텔링콘서트인 만큼 연주 중간에 이야기들을 나눴다. 진행을 맡은 이는 친동생 안현모.(안인모는 동생이 SBS 기자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언니를 위해 무대에 섰다고 고마워했다.) 이날 연주회의 주제인 ‘한여름밤의 리스트’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지만 사이사이에 친환경콘서트를 하게 된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 오신 분들 중 초청장이나 포스터를 보시고 오신 분 있나요?”

진행자 안현모의 말에 객석은 잠잠했다.

“아마도 한명도 없을 거예요. 저희가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으니까요.”

그제서야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희는 친환경 콘서트를 만들어 보려고 일부러 포스터와 팸플릿을 사전 홍보용으로 만들지 않았어요. 유럽의 공연장을 가보면 지금 여러분들이 들고 계신 작은 팸플릿처럼 곡명만 적힌 조그마한 종이 한 장만 들고 있을 뿐이에요. 저희도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뜻을 전해들은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이 날 객석의 분위기는 여느 공연장보다 부드러웠고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의 박수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진행자는 특별히 “이 자리에 녹색향기 가득한 푸른아시아 회원들이 와 있다”고 소개까지 해주었다. 곡에 대한 해설이나 곡에 얽힌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 게 연주자의 마음인데 많은 배려를 해준 게 눈치없는 사람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고맙기 그지 없었다. 

세 번째 만남 – 두 아들에게도 ‘기부와 나눔’ 교육

공연이 끝나고 며칠 후 기부금을 협의하기 위해 다시 그를 만났다.

사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아주 유명한 연주가가 아니면 개인 독주회는 표를 사서 관람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부분 지인들이 초청받아 오거나 표를 사서 온다. 그래서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것에 대해 처음부터 크게 많이 기대는 안했다. 하지만 그렇게 ‘선언’하는 것 자체가 큰 홍보가 되고 기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고맙게 생각했다.

안인모도 생각이 거의 같았다. 하지만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수익금이 많지 않을 것 같아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기부하든지 아니면 더 보태서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얼마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해도 그래도 일정 규모는 되어야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안인모는 다음 희망해를 통해 몽골 쓰레기마을 농구장건립 캠페인에 동참했을 뿐 아니라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 두 아들의 이름으로 푸른아시아 후원회원 가입을 했다.

“아이들 용돈에서 후원금이 빠져나가도록 했어요. 그래야 아이들이 직접 기부하는 것이 되고 기부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잖아요.”

기부와 나눔도 경험과 교육이 뒤따라야 성인이 되어서도 ‘체질화’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좋은 인연’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안인모와의 만남은 항상 ‘먼저 배려하는’ 분위기다. 나는 회원 가입을 강권하지 않았고(사무총장님이 들으면 서운해 하겠지만) 그는 먼저 후원의 방법을 물었다.

‘종이 없는 연주회’ ‘포스터 없는 콘서트’가 확산되길 바라는 안인모는 앞으로 모바일 포스터와 모바일 팸플릿을 꼭 도입해 보겠다고 했다. 친환경 콘서트를 통해 ‘종이낭비의 허무함’을 알리다보면 누군가가 동참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의 친환경콘서트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피아니스트 안인모는

선화예술학교, 선화예고,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및 대학원 졸. 미국 가톨릭대학(The 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 연주박사. 2011년 귀국독주회. 앙상블 탐베노바(TamNova) 멤버, 이화쳄버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연주, 듀오 애즈웰(duo AS well) 멤버 활동. 이화여대 및 동 대학원, 추계예술대학교, 삼육대학교 전공실기 강사

 

글 이동형 푸른아시아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