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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5-[Main Story] 전환의 벽두에 선 한국사회, 국제적인 리더십 개발에 투자하자

 오기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매년 우리나라 면적의 1.2배에 해당하는 12만㎢의 농지와 방목지가 가뭄과 기후변화, 사막화로 사라지고 있다. 그 결과 2015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매년 한국 쌀 생산량의 7배에 해당하는 2000만 톤의 식량이 사라지고 있음을 발표했다. 한국도 지금 42년 만에 발생한 지독한 가뭄으로 주요 댐과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물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 농산물과 축산물의 공급이 뚝 떨어지고, 바닷물 온도도 평년보다 오르면서 생선도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계절별 날씨 패턴이 일정하지 않아 올해는 가뭄에 이어 대규모 홍수 피해를 줄 슈퍼태풍도 예상되고 있다. 혹시 내년에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위안은 되겠지만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한번쯤 들어 보았겠지만, 이번에는 진짜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시대의 한가운데 서 있고, 이로 인한 물과 식량문제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지구촌의 기후변화와 가뭄과의 전쟁, 그리고 물과 식량문제에서 한국은 안전할까? 우리는 기후변화, 가뭄, 식량, 물, 토양 퇴화에 대한 비전, 정책과 대책을 만들 수 있을까? 가뭄 대책을 체계적으로 세운 나라는 중국, 브라질, 이스라엘 세 나라밖에 없다고 유엔이 올해 발표를 했는데, 과연 우리에게는 이를 대비할 리더십이 있을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우리 한국도 이제 이러한 의문에 진지한 답을 만들어야 미래가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키워드: 식량문제, 그리고 건강한 토양을 위한 투자

가뭄과 기온 상승에 시달리는 지난 6월 15일 나는 한국을 떠나 유엔 엑스포가 열리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향했다. 이유는 푸른아시아가 지난 16년간 몽골에서 진행해온 사막화방지 모델에 대해 유엔이 ‘생명의 토지상’(Land for Life Award) 최우수상으로 결정하고 그 수상식을 밀라노 유엔 엑스포에서 개최한다고 해서다. 6월 17일 사막화방지의 날을 기념해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국제NGO들이 참여하는 세미나들도 있다. 이들의 국제적인 활동 경험들도 무척 궁금했다. 우리가 모르는 교훈들을 줄 것 같은 설렘을 갖고서 밀라노로 향했다.

밀라노에 도착하자 아프리카에서 넘어오는 주요루트가 이탈리아라서 그런지 아프리카 난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요 거리와 지하철역마다 이들이 옷과 양말도 팔고 우산도 팔고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국제이주기구(IOM)의 활동가는 아프리카 사하라 남쪽의 가뭄과 사막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약 1천만 명의 환경난민들이 이미 이탈리아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 왔다고 했다.  

2015년 밀라노 세계 엑스포 주제는 ‘세계 식량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이다. 즉 식량문제이다. 그러다 보니 유엔과 국제기구, 국제NGO들이 대거 참여, 따로 유엔 엑스포를 밀라노에서 연 사연이 이해가 된다.

다니면서 참가해본 유엔, 국제기구들, 국제 NGO들이 연 행사들과 세미나들의 주제가 비슷하다. 유엔 엑스포,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세계은행, 테라프리카 등이 공동 주최한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상 수상식에 약 200여 명이 넘는 세계 각국에서 온 인사들과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내 건 타이틀은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대 투자하라”(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Invest in healthy soil) 이다.

아울러 모두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주요 세미나들의 주제가 건강한 토양을 만들고 건강한 지구를 만들자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특히, 국제기구, 기후변화 피해국가 대표들은 인간이 소비하는 식량의 95%가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토양에서 만들어 진다는 점, 그리고 2050년에 지구 인구가 90억이 되면 지금보다 60%의 경작지가 더 필요하다는 점, 결국 인류가 살아가기 위해 지구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아울러 경작지가 더 필요함에도 현재 지구의 경작지와 방목지 12만㎢가 매년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는 이미 위기의 벽두에 서 있음을 밝혔다.

 

현장과 리서치라는 두 개의 바퀴

위기의 벽두에 빛을 발하는 시민단체들이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온 시민단체인 카렌 펀드(KKL-JNF)가 먼저 눈에 들어 왔다. 이 단체는 115년 전인 1901년에 이스라엘에서 다섯 명의 시민운동가들이 만든 단체라고 한다. 이들은 이스라엘 중심지가 아니라 사막화와 빈곤에 직면한 변방에서 주민들과 나무를 심고 생태조건을 개선하면서 물을 보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이들이 활동하는 이스라엘 남부의 척박한 아라바라는 지역에서 주민들이 매년 14,500톤의 대추야자를 생산?수출하여 연 7천 만 달러의 소득을 만들고 있었다. 카렌 펀드 활동가는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장과 리서치라는 두개의 바퀴에 답이 있다고 했다. 가뭄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지어 병충해 문제 해결을 위해 리서치를 하는데 그 참여 범위가 이스라엘이 아니었다. 전 세계의 전문가들과 현장 활동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핵심임을 강조한다. “우리는 세계와 교류하고 있습니다. 푸른아시아와도 협력합시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장기적인 계획과 장기적인 호흡을 갖고 있음을 강조한다.

맞다. 이번 국제기구들과 활동가들이 발표한 모든 계획과 활동방식의 공통점은 단기적이지 않고 모두 장기적이라는 점이다. 장기적인 호흡, 단기적인 성과 중 우리는 어디에 익숙해 있을까?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산악지역 보전기구’(COAM)를 대표해서 온 활동가는 요리와 난방을 위해 효율이 높으면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화덕을 소개했다. 전쟁과 가뭄, 사막화로 고통을 받는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 주민들이 나무를 연료로 해서 요리와 난방을 하다 보니 숲은 황폐화 되었다고 한다. 아주 적은 나무로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다가 지역 주민 활동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개발한 것이 이 화덕이었다. 주로 주부들이 개발에 참여했다. 이들이 보여준 화덕은 만들기도 쉽고 튼튼해 보였다. 그 결과 현재 300개 마을에 이 화덕을 보급하면서 묘목을 함께 심어 숲을 보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 지역 활동가들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 현장 활동가들과 정보 및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었다. 너무나 먼 변방의 나라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서 조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전문가. 활동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서 말이다.

 

국제적 리더십 개발에 투자하자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들은 자신의 지역을 넘어 다른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세상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국인으로서 나는 국제사회가 내놓은 비전과 대안들, 활동 모델들이 놀랍기도 하지만 생소하게 느껴진 이유는 무엇일까? 아울러 기후변화의 벽두에 선 한국이 그다지 안전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 않는 나와 우리를 밀라노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기적 성과에 목을 매는 나와 우리의 자화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밀라노 유엔 엑스포에서 얻은 것은 인류와 지구생명의 생사를 결정할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데 정말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토양관리를 제대로 한다면 지금보다 58%의 식량생산을 더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목표가 있어도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다른 현안도 마찬가지이다. 인류가 직면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인 과제, 평화와 인권 등 온갖 인류의 문제와 현안들의 축소판이 한국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밀라노 유엔 엑스포에서 얻은 교훈은 명쾌하고 분명하다. 우선, 우리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과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협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아이디어, 정보, 모델,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 젊은 청년들과 의지를 갖춘 한국인들에게 투자할 방향이기도 하다.

우리가 전환의 벽두에서 대한민국이 투자해야할 것은 국제적 감각과 네트워크, 실력을 갖춘 리더십을 만드는 데 있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앞으로 살아남을 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