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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몽골] 4월 에세이 – 김윤미 단원

바양노르로 이사 오기로 예정 되어 있던 4월 초 어느 날, 울란바타르에 소낙눈이 내려 도저히 이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이 되어서야 눈 덮인 차도를 조심조심 달려 바양노르에 내려왔다. 그런데 와서 보니 당일 오전까지 바양노르는 정전 상태였고 숙소 난방도 고장 나서 온 집안에 냉기가 가득했다. 전기난로와 전기장판이 있었으나 아무리 켜놓아도 집 안 전체가 따뜻해지는 것은 무리였다. 냉랭한 부엌에서 밥을 먹으려니 체할 것만 같았고 더불어 내 마음에도 냉기가 돌았다.

바양노르로 온지 며칠 후 날이 푹해졌구나 싶었는데 금방 다시 기온이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일교차도 심한 편이었고 어느 날엔 별안간 눈이 내리기도 했으며, 또 어느 날엔 모래폭풍이 다녀가기도 했다. 몽골의 하루에는 사계절이 다 들어있다고 누군가 말해주었는데, 정말이지 이곳의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이런 날씨인 와중에도 어느새 마른 땅에서 어린 연둣빛의 새순이 조금씩 돋아나는 것을 발견했다. 누렇게 말라있던 초원이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노랗게 튼 눈을 보았다. 잠들어 있는 다른 나무들 사이에서 홀로 눈이 텄다. 산들바람에 따라 가지가 흔들거렸다. 하늘이 높고 푸르러서 그런지 노랗게 튼 눈이 더욱 생기 있어 보였다. 그 눈빛과 가지의 움직임이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길고 추운 겨울을 지내고, 빛을 발할 때를 스스로 깨닫고 나온 그 눈을 보며 그보다 잠깐의 겨울을 보내면서도 냉랭해졌던 내 마음이 무색해졌다. 그 눈 덕분에 내 마음으로 따뜻하면서도 생명력 있는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반갑고 생기 넘치는 너, 봄은 이제 모습을 드러내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