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여기는 몽골이다 – 김윤미 단원

여기는 몽골이다. 

‘푸른아시아’를 우연히 알게 된 후로 언젠가는 나무를 심으러 몽골에 가겠다고 진담 반 농담 반 내뱉던 그 말이 현실이 되어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비록 드넓은 초원을 본 날보다 뿌연 연기를 토하는 굴뚝과 빵빵거리는 차들을 본 날이 더 많지만 여기는 몽골임이 분명하다.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 보낸 3주 동안, 별로 그리울 것 같지 않던 한국이 별안간 그립기도 했다. 엄마의 반찬과 국이 생각났고 바다의 것이 정말 먹고 싶을 때가 있었다. ―사실 이건 지금도 그렇다― 그렇게 쏘다녔던 경희대 앞과 매주 일요일 아침 부지런히 걸어 다니던 떡전교 사거리가 생각났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마다 의지하고 징징댔던 사람들이 초반 일주일 동안 매일 꿈에 나왔다. 매일 아침 어제와 같은 외투를 꺼내 입으면서 서울에서 이렇게 저렇게 골라 입던 옷들이 생각났다. 아, 나란 사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누리며 서울이란 땅에 살았었구나, 싶었다. 

국내 교육 때 자발적 가난에 대해 질문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자발적으로 가난해질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일까. 그렇다면 내가 내려놓을 수 있는 삶의 일부는 얼마큼일까. 나는 어디까지 내 삶을 제한하고 살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전보다 제한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마냥 마음이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제한된 삶을 사는 것 덕분에 서울에서의 삶에 대한 감사를 느꼈고 내 삶은 좀 더 가벼워졌으며, 그리고 이 삶을 함께 살아갈 동료들을 얻었다.  

내 스스로 옮길 수 있는 삶의 도구들만을 가지고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과 아련하고 애틋한 마음을 동시에 품고 떠난 서울을 이제 잠시 한편에 두고, 이제 여기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나는 잠잠히 내리는 비처럼, 낯선 땅에 종자의 모습으로 앉아 삶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나무처럼, 일 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차근차근 이 땅과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고 건강하게 뿌리를 내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