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2593588kS9g0v6l

기후변화와 빈곤, 그 위기와 대책 (1)

기후변화와 빈곤, 그 위기와 대책에 대하여 상반기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번 호 에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로 전환이 되고있는 현재와 세계은행의 고민, 그리고 환경과 빈곤 해결의 저해요소 중에서도 해외식량투자의 딜레마에 대해 차례로 다루고자 합니다.

 

Ⅰ. 시작하며: 빈곤 중심의 새천년개발목표(MDGs)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로 전환

유엔이 2000년부터 2015년을 목표로 추진해 온 새천년개발목표는 이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로 전환되고 있다. 2012년부터 본격화된 지속가능발전목표 협상은 이제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 유엔은 지난 2014년 9월 사무총장의 종합보고서(Synthesis Report)를 발간했고, 2015년 1월부터 정부 간 협상을 시작으로 올해 9월 유엔 총회 특별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채택할 예정이다.

그 전환의 핵심은 빈곤 중심의 새천년개발목표를 확대하여 환경과 빈곤(경제), 사회 의제를 통합적으로 적용하여 지구촌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환경과 빈곤문제 현안은 이제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지속가능한 목표를 위해 중점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서 2014년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자연과 협상할 수 없다, 자연은 우리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We can not negotiate with mother nature. Mother nature does not wait.)

바야흐로 이제는 환경문제 해결 없이 인류가 생존할 수도 없고, 더욱이 빈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시대에 놓여 있다. 반기문 총장은 이어서 이렇게 정리한다.

“우리는 또 하나의 지구(Planet B)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대안(Plan B)도 없다. 결국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존재는 우리 인간 자체이다.”


Ⅱ. 세계은행의 고민

누구나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지구 환경의 위기와 빈곤문제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한국처럼 70년대, 80년대에 환경을 희생하면서 고도성장과 산업화의 경험을 했다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중국도 환경을 희생시켜 고도성장의 길을 가고 있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환경은 경제성장과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희생의 재물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환경을 번영의 재물 정도로 생각해온 정책들이 폐기되어야할 시대가 시작되었다. 왜 그럴까?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최빈국들과 개발도상국이 번영을 이루기 위해 환경을 희생시키는 것이 당연할까? 5년 전이라면 지구촌 번영과 빈곤퇴치를 주도해온 세계은행(World Bank Group)도 이러한 질문에 대해 당연하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세계은행은 지구촌의 대표적인 환경문제인‘기후변화의 역습’을 가장 무서운 전염병인 에볼라(Ebola)와 동일한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2014년 10월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한‘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한다.

“에볼라와 기후변화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기후변화와 에볼라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은 존재하지 않았고, 있다고 해도 적절하지 않았다. 우리의 무관심이 우리 인류를 죽일 것이다. 한편으로 죽음의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 대기와 바다에 쌓이는 오염 때문이다.”

지구촌의 개발과 번영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국제기관인 세계은행이 지구촌의 환경문제와 빈곤 문제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70년대, 8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에 돈을 댄 세계은행이 지금 기후변화를 해결하지 않고는 지구촌의 빈곤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빈곤으로부터 탈출하고 번영을 이루기 위해 환경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의견은 지금 세계은행의 정책 중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세계은행이 지난 2014년 11월에 발표한‘지구촌 온도를 낮추어야한다’보고서(The Turn Down the Heat report)에서‘빈곤의 종말은 기후변화로 인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고 선언했다.

이 세계은행 보고서는 현재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21세기 말에 지구 기온이 4℃ 오르게 될 것이고, 20~30년 안에 2℃가 오르게 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동 보고서는 지구기온이 4℃가 오르게 되면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열파(heatwaves)가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쳐, 식량 생산의 70%가 감소해서 인류는 굶어 죽는다고 예고하고 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이 보고서의 서문에 조만간 닥칠 2℃ 상승으로 인해서 지구촌의 번영과 빈곤문제 해결은 커다란 난관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2℃가 오르면 지구촌의 농업은 30%가 줄어들게 되고, 안데스 산맥의 빙하는 90%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 전체가 지금부터 온실가스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다고 해도 1.5℃가 오르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지구촌에 사는 70억 명 인구 중 12억 명이 극단적인 빈곤의 덫에 갇히게 되고, 이들의 삶은 개선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는 현재 기후변화와 전쟁 중이다. 세계은행의 이런 고뇌는 지난 2014년 9월‘유엔기후정상회의’(UN Climate Summit)에서도 드러났다.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탄소에 가격을 매긴다는 결정이다. 그 동안 이산화탄소는 경제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발생시키는 것은 공짜였다. 그러나 2014년 세계은행이 제안을 하면서 유엔기후정상회의에 참여한 73개의 나라들과 1,000개의 대규모 기업들이 탄소에 가격을 매겨 기후변화 저감을 한다는 협약에 사인을 했다.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청정 경제를 만들어가는 데 투자를 하고 여러 가지 기후행동들을 만들어가는 기반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기후변화 저감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것에 정부 수반들과 기업들이 기꺼이 동의한 것이다. 이 날 매우 중요한 한 줄의 선언문이 만들어 졌다. “부국이든 빈국이든 기후변화 재앙으로부터 면역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세계은행의 고민은 현재 유엔과 73개 국가와 1,000개의 기업으로 확산되고 2015년에는 더욱 강력한 공감대를 만들어 갈 것이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환경과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경제발전은 앞으로 많은 난관에 부딪힐 게 뻔하다.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 물 위기, 가뭄과 홍수의 재앙을 해결하지 않는 한 빈곤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Ⅲ. 환경과 빈곤문제 해결의 저해요소

1. 해외식량투자의 딜레마

기후변화에 의한 이상기후는 지구촌의 식량 위기로 연결된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소 한석호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과거에는 7~8년 또는 10년 주기로 국제 식량가격 등락이 있었지만 2008년 이후에는 그 흐름이 3.2년, 1년으로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 원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기후변화다. 이러한 상황은 저개발국의 토지 임차 문제, 이른바 대자본들이 주도하는 해외 식량기지 확보를 촉발시켰고, 이로 인해 저개발국의 주민들에 대한 토지 수탈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2008년 11월 21일자 로이터통신과 11월 23일자 타임지를 비롯해 영향력이 있는 국제 언론은 특정 대자본이 최빈국에서 토지수탈을 하고 있다는 비난 기사를 내보냈다. 언론들은 한국 기업인 대우 로지스틱스(Daewoo Logistics)가 아프리카 동남부에 있는 마다가스카르 공화국 1만 3천㎢의 땅을 경작지로 99년 장기 임대하는 것을 협상 중임을 발표했다. 그 규모는 경상남도의 1.2배이고 벨기에 전체 국토의 절반에 해당한다. 대단히 큰 땅을 한국의 기업이 2/3는 옥수수 생산을 위해, 1/3은 바이오연료를 얻기 위한 해외 경작지로 임대하려고 했다. 당시 대우 로지스틱스는 한국의 식량안보(Food Security)를 위해 미개간지를 사용하려고 한다고 했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이 규모의 땅은 마다가스카르 경작지의 절반에 해당된다고 한다. 세계 3대 옥수수 수입국이면서 경작지가 부족한 한국이 찢어지게 가난한 열대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에서 식량을 생산하여 한국으로 가져가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아울러 그 당시는 기후변화와 건조화, 사막화의 확장으로 십 수개의 가난한 나라들의 주민들이 치솟는 식량가격을 지불하지 못해 곤경에 처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마다가스카르도 인구 2천만 명 중 70%가 빈곤선 이하의 수입으로 고통 받고 있었는데, 마침 세계식량계획(WFP)이 마다가스카르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급식계획을 실행하고 있었다. 대우 로지스틱스의 행동은 언론들에 의해 마다가스카르의 주민들에게도 부족한 식량을 한국으로 가져가는 식량수탈행위로 지목되었다. 이를 계기로 아프리카에서 식량과 바이오 연료를 생산해온 영국의 기업인 선-바이오 연료(Sun Biofuels), 스위스의 네슬레 등 유럽 농업기업, 중동과 중국의 기업들이 아프리카 토지와 주민의 식량을 수탈하는 대표적인 기업들로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대해 아프리카 진출 기업들은 아프리카의 개발기회(development opportunity)임을 항변한다. 예컨대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 농부들은 비료와 기본 농기구, 연료와 운송 장비를 구입할 돈이 부족하기에 효과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고, 농산물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저개발국의 정부가 현명하게 교섭을 한다면 해외 기업들이 아프리카를 개발해서 농민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음을 호소했다.

결국 대우 로지스틱스의 경우 이듬해인 2009년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바뀌면서 계약이 좌절된다. 이는 새로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토지수탈(Land Grab)인가? 개발기회(Development Opportunity)인가?

정치적으로 윤리적인 논쟁으로까지 비화된 이 문제의 배경을 살펴보면 이렇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의 보고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촌에서 매년 대한민국의 1.2배 면적에 해당하는 12만㎢의 경작지와 방목지가 사막화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사막화로 인한 농업과 유목 생산량 손실은 매년 420억 달러(42조 원)를 넘고, 110개 나라 21억 명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유엔의 통계에 따르면 2050년대가 되면 지구촌의 인구는 90억 명이 되는데, 현재의 경작지와 방목지보다 100% 이상이 늘어나야 인류가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한바 있다.

문제는 이런 기후변화와 사막화의 심각성이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대우 로지스틱스가 마다가스카르에 농업투자를 한 2008년에 옥수수, 밀, 콩의 국제가격이 짧은 기간 동안 거의 100%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6년 6월부터 2008년 4월까지 밀·옥수수·콩의 가격은 각각 86%, 125%, 123%상승했고 쌀은 무려 232%나 급등했다.

 

<표 1. 주요 곡물 국제 선물가격 추이>

<표 2. The Economist online, 국제 곡물가격 추이 2012년 5월 1일>  

이미 예견되는 식량위기에 대해 대규모 기업들이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농업 분야의 이익이 급속한 식량가격 상승으로 예상된다는 점과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바이오연료의 수요가 급증된다는 점들이 그것이다.

최근처럼 저유가 상황이 온다고 해도 세계은행이 화석연료 개발에 지원하지 않고 청정에너지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과 각국 정부의 대응을 고려해 보아도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규모 자본이 대규모의 토지수용을 해외에서 하려는 것은 자본의 논리를 볼 때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 어쩌면 언론들이 강조한 토지수탈은 복잡한 상황의 일부일 수 있다. 기업들에 대한 토지수탈의 논쟁이 진행되는 동안 세계식량기구(FAO)가 중심이 되어 여기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2009년 5월 25일‘토지수탈인가, 개발기회인가?’(Land Grab or development opportunity?)라는 보고서를 공식적으로 발행하였다.

이 보고서는 방대한 양의 인터뷰를 통해 정보를 정리했는데, 관가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사실들이 드러나게 되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빈곤 국가들의 토지를 해외기업들이 빌리면서 기업 투자에 대한 책임, 사회기반시설 개발, 고용 등에 대한 복잡한 점들이 평가되어야 함에도 해당 정부와 기업들이 거래 과정에서 매우 간단하고 단순한 계약서를 만들어 처리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수입이 높고 시장에 접근이 쉬워 부가가치가 높은 토지를 원하게 된다, 문제는 그런 땅들의 경우 주민들이 점유하고는 있지만 정부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은 토지들이 많다. 이로 인해 해외투자기업과 지역공동체는 심각한 분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토지 투자를 원하는 나라들의 다수가 지역 주민의 권리와 공동체의 이해, 생계와 복지를 방어해낼 수 있는 법적인 혹은 제도적인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수원국과 투자 기업 사이에 진행한 거래는 기업들이 수원국가 정부의 부패에 기여하고 주민들을 배제하고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일에 기여할 소지가 있음을 동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결국 현재 대규모 기업들의 해외 식량투자는 환경과 빈곤을 개선하기보다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