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몽골] 알다가도 모르는, 가깝지만 너무 먼 우리 – 에르덴 이종미 단원

언제 오나 싶었던 겨울은 어느 새 다가와 소문만 무성했던 몽골의 추위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몽골에 처음 도착했을 때도 춥긴 했지만, 오롯이 몽골의 추위를 맞이하게 되는 건 지금, 2014년의 겨울이 되고 나서가 아닌가 싶다. 몽골의 추위는 생각보다 강했다. 개인적으로 겨울을 좋아하니까 추위쯤이야 얼마든지 기꺼이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했지만, 이건 생각보다 심했다. 숙소 창문을 웃풍방지용 스티로폼으로 막고 나서야 이글루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한국에선 몸에 안 좋다는 이유로 멀리했던 전기장판에서 엉덩이 떼기가 무섭다. 여하간 이러한 추위에서 조림사업을 할 수 없는 우린, 겨울사업에 접어들었다.

겨울사업을 하면서 주민 직원 분들의 이야기를 조림 활동기간보다 조금 더 가까이서 듣고 있다. 사실 주민 직원 분들과 함께한 시간은 9개월이라는 숫자로 마치 서로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듯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건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9개월동안 수 많은 에코투어 팀을 받고, 몽골 대학생 봉사자 친구들을 받았고, 전기가 끊겨 울란바타르로 피난을 가기도 했다. 하기사, 말이 통하지도 않겠지만 마주앉아 그냥 그냥 실 없는 이야기를 하며 함께 한 시간은 정말 많지 않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귀국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떠나는 사람대로, 남는 사람은 남는 사람대로 각자의 후유증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이다. 떠나게 될 나는 앞으로의 날들이 어떻게 펼쳐질 지 궁금하고, 기대되고, 설레고 또 걱정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는 주민 직원분들의 마음이 궁금하기도 하다. 매년 오가는 단원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실지.

오늘은 겨울사업을 하다가 너희 한국인 단원은 상관없어, 한국으로 가잖아라는 말을 들었다. 가슴 철렁하는 말이었다. 몽골에 와서 지금까지 있었던 많은 일들 중, 심리적으로 나를 한 방에 무너뜨린, 가장 강한 말이었다. , 여태까지 함께 한 시간 속에서, 결국 그 분들은 우리를 그렇게밖에 생각하실 수 없는 거구나. 주민 직원 분들과 우리 사이에는 그렇게 안 보이는 선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거구나. 정말 슬펐다. 그렇다고 내가 슬퍼할 만큼 주민 직원 분들께 엄청 살갑게 대해드린 건 아니었지만, 그 한 마디가 주민 직원 분들과 나의 관계를 한 마디로 정의내려버리는 것 같아 서운함이 밀려오고 눈물까지 왈칵 쏟아졌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주민 직원 분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신 부분이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만약에 주민 직원 분들이 매년 바뀌는 단원들에게 매년 온 진심으로 정을 쏟아주신다면, 떠나는 사람이야 충분히 사랑 받은 따뜻한 추억과 함께 돌아가겠지만 남는 사람은 또 새로운 사람에게 또 많은 사랑을 주어야 하고, 그리고 떠난 사람들의 자리도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알다가도 모르는, 가깝지만 너무 먼 우리 사이다. 이런 사이지만 한국에 돌아가는 그 마지막 날까지 치열하게 이 분들과 함께 지내보려 한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