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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시대의 종말

오기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한국 사회는 온실가스 줄이는 데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아니 관심이 없다.

‘미국도 안하고 중국도 안하는 온실가스 줄이는 데에 한국이 먼저 나서는 것은 성급하다’는 주장이 몇 년간 기업연합체인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과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잘 포장되어 나오고 있다. 전경련이 앞장서다 보니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세계 2대 산업 국가이면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과 중국을 끌고 들어가면 만사형통이다. 그래서 나도 미국과 중국 이야기를 끌고 들어가면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지난 11월 3일 미국 현지 언론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미국 내에서 ‘연비과장’을 하여 3억 달러(한화 3250억 원)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환경청(EPA)과 합의했음을 일제히 보도했다. 그 중 2억 달러는 온실가스 배출권 적립 부담금으로 미국 환경청과 법무부에 의해 추징당했다고 한다. 아울러 미국 환경청의 권고에 의해 연비인증 시스템 개선 연구비로 5,000만 달러를 더 투자해야할 상황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의외로 엉뚱하다.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 딜러 쇼룸에서 보는 윈도 스티커에 현대차가 연비를 과장해 표기했다는 논란에서 시작했다. 운행 중인 자동차도 아니고 딜러 쇼룸에 있는 스티커에서 시작해서 결국 3억 5천만 달러를 벌금과 온실가스 부담금, 연구비로 물어야 하는 이 사건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이 너무 하는 것이 아닌가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한 번쯤 들어는 보았겠지만 이번에는 진짜다. 우리는 새로운 전환의 벽두에 서있다. 그것은 시대를 풍미해온 온실가스 시대의 종말이다.

온실가스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전략 = 통상정책과 연관

기왕 미국과 중국을 끌고 들어가기로 작정한 김에 지난 11월 12일 베이징 발 CNN 뉴스를 소개하고 싶다. 11월 12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가 끝나갈 때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은 미·중 통상정상회의(trade summit)에서 향후 20년간 미·중 공동으로 자국 내의 온실가스 1/3을 줄이는 기후변화협정을 발표한다. 이 소식은 11월 12일 CNN의 가장 중요한 보도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은 2025년까지 2005년 온실가스 발생 기준으로 26-28%를 줄이겠다고 했고, 중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청정에너지 20%로 늘이겠다고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협정이 환경정상회의가 아니라 통상정상회의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어째서 온실가스저감을 통상정상회의에서 합의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지난 2년간 미국과 중국이 진행해온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고위급 회의 문서를 추적을 해 보았다. 그동안 흥미로운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2013년부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의 중심 정책으로 온실가스 저감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그래서 미국은 의회의 결정이 필요 없는 행정 명령으로 2030년까지 미국내 석탄화력발전소 온실가스를 30%를 줄이는 정책을 채택했다. 아울러 2050년대까지 미국 온실가스 80%를 줄이겠다는 정책도 대통령이 선언했다. 중국은 한 걸음 더 나가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 명의로 2020년까지 2005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50%를 감축하겠다고 한다. 특히 2014년에는 온실가스와 직접 관계된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가장 중요한 국가 정책으로 채택한다. 이미 2017년까지 북경, 텐진, 허베이의 대기오염을 25% 줄이기 위해 2,777억 달러(한화 304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과 미국이 2013년 6월 미국에서 개최한 오바마·시진핑의 정상회담 이후 한 달이 지난 이후 7월 10일 고위급이 참여한 제 5차 미·중 전략 및 경제회의의 주요의제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통상 정책의 강화를 감안해서 온실가스 저감 성과를 입증할 것”이라는 문안이 나온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은 미국과 중국에서 주도하는 무역보복의 주요 수단이 될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흐름은 일파만파로 확산될 것이다.

한국의 뺨을 때리는 미국과 중국

미국과 중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일관성을 갖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통상을 연결한다는 점이 실체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유엔을 통한 다자간의 협상으로는 시간이 너무 걸리고 합의가 느린 점을 잘 알고 있다. 아울러 유엔 다시 말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통한 합의는 온실가스감축과 무역보복 조치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보니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는 점도 알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국내법으로 무역보복 조처를 할 수 있는 양자 간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자국에서 얼마만큼 줄이는 것을 선언한 이후 미국과 중국은 자국 내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대해 소고기 이력제와 같은 온실가스 이력제를 요구할 것이다. 만일 기준치를 정하고 그 이하로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을 경우 온실가스 관세(탄소 관세)를 물릴 것이다. 당연히 한국은 그 대상 국가이다.

미국과 중국은 나아가 자신들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관련 기술과 표준을 자국과 무역하는 나라들에게 적용하면서 사실상 온실가스의 세계적인 주도권을 확보하고 자국의 경제발전과 연관시켜 갈 것이다.

지금 내가 정리한 이 내용은 한국 외교부에서도 비슷하게 내다보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미국과 중국도 참여하지 않는 온실가스 저감에 한국이 나서는 것이 성급하다고 한 전경련과 상공회의소의 주장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전경련의 이야기가 위안은 되겠지만 도움은 되지 않는다. 한국은 최선을 다해 온실가스저감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뺨을 때릴 때까지 미루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미국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3억 달러의 벌금과 온실가스 부담금을 부과하면서 이미 한국의 뺨을 때리고 있는 데도 한국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온실가스 저감을 반대하고 탄소배출권을 반대하는 전경련의 세미나들이 열릴 때마다 탄소시대의 종말은 가까이 오고 있다. 수출에 의존해서 먹고사는 한국이 명심해야할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