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몽골] 잊혀진 계절 – 돈드고비 이호준 단원

10월하니까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어머니께서 10월에는 이 노래를 꼭 들어야지 하면서 흥얼거리시던 그 노래. 나는 노래 제목에 10월이 들어가는 줄 알았더니 곡명이 잊혀진 계절이란다. 이용이라는 가수가 불렀고, 무려 1982년에 발표된 곡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이런 가사가 쓰여 있다. 그리고 가수 아이유도 이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지금 검색하면서 알게 되었다. 어떤 느낌일까 있다가 에세이를 다 쓰고 들어봐야겠다.

이렇게 깊어가는 가을, 아니다. 여기는 몽골이지. 이제 청명한 가을날씨를 뒤에 두고, 언제부턴가 나는 다시 패딩점퍼를 입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빼꼼 열고 머리를 내밀면 코가 시큰해지는 것이 밖에 나가기 싫게 만든다. 그렇지만, 오늘도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반하여 꾸역꾸역 옷을 입고 출근을 한다.

이제 우리 돈드고비 조림 사업장의 사업도 5일이 채 남지 않았다. 돈드고비를 어제 온 것 같은데,  벌써 사업이 종료가 되었다와 같은 말은 쓰지 않겠다. 이 곳에서의 삶은 길었다. 그리고 깊었다. 한국에서의 삶의 속도보다 여기는 훨씬 느리고 여유로웠으니까 이 표현이 맞을 것이다. 7개월간의 삶을 정리해보자면, 4월에 와서 직원들을 뽑았고, 새 조림지의 울타리를 설치하였고, 관수 작업을 하였다. 관수 작업이 끝나고 지금까지는 새 조림지에 나무를 심을 구덩이를 파는 중이다. 4월부터 10월의 일정이 딱 3줄에 적힌다. 3줄 속에는 표현하지 못했지만, 나의 희노애락이 모두 들어있다. 그리고 이 지면을 빌어 나와 함께 해준 주민 직원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곧 회식이 있을 것인데, 그 날에 허심탄회까진 아니더라도, 올해 같이 일하면서 느꼈던 모든 것들을 서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업이 종료되면,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겨울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 처음에는 아이디어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컸었다.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어 놓은 아이디어가 프로그램으로써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세탁기에 탈수를 해놓고 글을 쓰려니 집중이 되지 않아서 결국 끝날 때까지 멍하니 커서가 껌뻑껌뻑 거리는 것만 바라봤다. 세탁할 때 물 넣어주고, 헹굼 할 때 물을 갈고, 탈수는 또 따로 꺼내서 해주고 여간 정성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자동세탁기보다는 더 깨끗하게 빨래가 된다고 나는 믿고 있다. 벌써 2시간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