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몽골] 이별 – 바가노르 백미래 단원

백미래 단원  

한국이라면 한창 더울 여름인데 여기 바가노르는 제법 쌀쌀한 바람에 몸이 움츠려든다. 지난 5월 말까지도 눈이 와서, ‘언제 패딩을 벗을 수 있을까?’ 하며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어렵게 여름을 맞이했었다. 그런지도 겨우 2달 만에 다시금 추워지려고 하니 정말 아쉽다. 7월, 볕이 뜨거워 얼른 가을이 오기를 바랐는데 또 금세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눈이 부시게 푸르던 초원과 우리 조림장의 나무들도 노랗게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 직원 아줌마, 아저씨들이 일하던 중 문득 문득 한 소리를 한다. ‘나무를 봐! 가을이 되고 있어!’

이번 여름은 나 혼자 견디어내기엔 매우 고되었지만 돌이켜보면 진심을 다해서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나가는 여름과 함께 그들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한 명, 두 명 떠나보낼 때면 슬프고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다른 곳에 마음을 쓰느라 나는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못했다. 떠나는 가운데도 나를 향한 마음을 한가득 놓고 가는 그들을 잡고, 이렇게나 늦게 고마운 마음을 풀어놓는다.

정말 다사다난했다.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났고 나는 화가 났고, 슬펐고 그리고 좌절했다. 나를 잡아 흔들며 울고 웃게 했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이 시간들도 보내줘야 할 시간이 왔다. 어쩐지 아쉽다. 이젠 정말 끝 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