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몽골] 나담 이모저모 – 돈드고비 이호준 단원

이호준 단원  

‘와 여름이다!’ 라는 어느 흔한 랩퍼의 외침이 들린다. 봄인데도 패딩입고 다닌다는 글을 쓴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건식 사우나같은 날씨를 걱정하고 있다. 몽골의 큰 명절은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 데 우리나라의 설날 같은 차강사르와 7월에 열리는 스포츠 축제, 이제부터 이야기를 써내려갈 나담이 바로 그것이다.

돈드고비의 나담 축제 기간은 7월 10일부터 11일 이었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 우리 직원들을 쉬게 하였다. 휴일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기에 팀장님과 함께 나담 축제를 즐기러 아침 일찍 나갔다. 사실 아침에는 푹 쉬려고 알람도 꺼놨었는데, 팀장님께서 문을 세차게 두드리셔서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침 10시쯤 도착해서 구경하기 시작했는데, 행사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사람들의 의상이었다. 팀장님도 예쁜 푸른색의 전통의상을 입고 오셨다. 이 옷을 델이라고 부르는데 형형색색의 델을 입은 사람들이 눈앞에 보였다. 델을 계속 보니까 굉장히 실용적인 옷이라고 생각했다. 옷 속에 손을 집어넣으면 지갑이 나오고 핸드폰도 나오고 담배도 나오고 어렸을 때 보던 가제트 형사처럼 그 속에는 무엇이든 다 있을 것처럼 보였다.

나담 축하 행사로 많은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고, 또한 공연 팀이 와서 아주 멋진 춤사위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행사가 제일 즐거웠다. 행사가 끝나고 바로 말 경주가 있었다. 말 경주의 선수들은 보통 어린아이들이 많이 나오는데, 올해 행사의 최연소 출전 선수는 4살밖에 되지 않았다. 말 경주는 결승선 앞에서 구경을 했는데,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팀장님께서는 저기 1등 온다온다 하면서 재밌게 보셨지만, 나는 당최 말이 보이질 않았다. 말보다는 중계차량이 먼저 들어와서 아 이제 들어온다고 알 수 있었다. 만약에 중계차량을 타고 말 경주를 볼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말 경주가 끝나고 잠깐 활쏘기를 구경했다. 활쏘기에서는 별다른 생각은 없었지만, 올림픽 경기 종목인 양궁에서는 몽골이라는 나라가 왜 두각을 드러내지 않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몽골 전통 활쏘기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이 된다면, 그래도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이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 하는 재밌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1등하면 어마어마한 거금을 준다는 몽골 씨름, 부흐가 시작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부흐에 관해서 들은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 부흐 선수들 의상을 보면 가슴이 보이도록 되어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자가 남자라고 속이고 부흐 경기에 참가하여 우승한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담은 원래 남자들의 세 가지 경기라고 해서 남자들만 참여 할 수 있었다. 부흐에서 승리한 자의 세레머니를 보는 것도 경기의 재미중에 하나다. 그리고 승리한 선수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으면 선수가 관객에게 과자를 나누어 준다. 계속 서서 구경하다보면 금방 허기져서 과자가 참 맛있다.

씨름 경기를 보는 도중에 배가 고파서 나담의 별미, 먹지 않으면 서운하다는 나담 호쇼르를 먹으러 갔다. 사실 보통 호쇼르와 별 다를 것은 없지만, 분위기상 꼭 먹어줘야 한다. 호쇼르는 탄산음료와 함께 해야 제 맛인 것 같다. 기호에 따라 케찹이나 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튜브형으로 나온 고추장을 봤는데 호쇼르를 먹을 때 유용하게 썼다.

외국 사람들이 단체로 관광을 왔다. 노란머리에 큰 코를 가진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으니 ‘외국인이다!’라고 감탄하면서 봤다. 나도 여기서는 외국인인데도 말이다. 그 관광버스가 떠날 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주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사람들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 사람들은 나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이렇게 나담 축제로 하루를 보내니 다리는 아팠지만, 몽골을 앎에 있어서 한걸음 더 다가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위에 언급한 것들 말고도 물풍선 터트리기, 철봉위에서 1분이상 버티기 등등의 작은 이벤트들이 있었고, 호쇼르 말고도 양꼬치구이인 셔를럭, 시큼한 아롤 아이스크림등 먹을 것들도 많았다. 오는 25일, 26일 이틀간 고비 아이막간의 나담이 열린다고 한다. 퇴근하고 나서 나담호쇼르를 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