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4-[Main Story] 에르덴 에코 탐방을 마치고- 동 몽 까!
박정극 (동국대학교 학술부총장)
여덟 번째 방문하는 몽골이지만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마음이 설레었다. 이제까지는 대부분 대학 간(몽골 국립대-동국대)의 학술 및 연구 교류에 관련된 방문이었지만, 이번에는 현장체험을 겸한 에코 탐방팀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공이 모두 다른 학부의 2, 3, 4학년 19명의 젊은 학생들과 같이 할 5박 7일의 여정이, 어쩌면 퇴임이 몇 학기 남지 않은 노교수에게는 혹시나 너무 힘들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몽골의 푸른 초원, 얕은 구릉의 아득한 지평선, 한가롭게 풀을 뜯는 가축 떼들, 하얗고 둥글게 지은 게르들과 푸른 하늘이 다시 한 번 포근하고 정겨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귓가에는 저절로 “저 푸른 초원 위에 / 그림 같은 집을 짓고 / 사랑하는 우리 님과 / 한 백년 살고 싶어 “ “봄 이면 씨앗 뿌려” 와 같은 소싯적의 가요 히트곡이 맴돌았다.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숲 속의 희뿌연 서울에서 살다가 광활한 초원의 텅 빈 청정한 공간과 마주치는 느낌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해방감’ 그 자체였다.
여름방학이라서 비어있는 초등학교 기숙사를 숙소로 정하고 푸른아시아에서 계획한 일정대로 에르덴 지역의 사막화방지 조림지역에서 구덩이 파기, 비타민 나무 식재에 물 길어주기, 해충잡기 체험이 진행되었다. 한낮동안 무섭게 내리쬐는 태양 볕 아래에서 모두들 힘들 텐데 신기하게도 행복하게 웃는 얼굴로 정성스럽고 정확하게 작업들을 소화해 내는 우리 모두가 너무나도 의외였고 대견하였다.
이는 아마도 이번에 물을 준 나무들을 포함하여 이곳에 심어진 여러 종의 작은 나무들이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서 열매를 맺고 또 번식하여 울창한 숲을 이루어서 사막화가 줄어드는 광경을 참가자 모두가 머릿속에 그리는, “상상의 푸른 날개”를 펴고 작업을 하였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워낙 물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며칠 동안 거의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지냈지만 습도가 매우 낮은 까닭에 아주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화장실의 불편함은 모두에게 주어진 어려운 숙제였다. 모두들 물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정말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억지로 사서라도 해 볼만 한 좋은 기회였다. 이번 기회로 인해서 지금쯤은 참가자 모두 물 절약 습관이 몸에 배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천진난만한 몽골 어린이들과의 만남은 모두를 동심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만들었고 헤어질 때는 못내 아쉬움에 눈물이 핑 돌곤 하였다. 현지 몽골 주민과의 의상 바꿔 입기와 문화교류도 매우 인상적이었고 먼 훗날 언젠가는 한국과 몽골은 같은 동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옛 선사께서 쓰시다가 땅에 꽂아 놓은 지팡이에서 먼 훗날 싹이 돋아 큰 생명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처럼, 에르덴의 어린 묘목들이 미래에 지구환경을 살리는 작은 소망의 출발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초롱초롱한 별밤의 유성을 다같이 누워 관찰 하였다. 우리 서울에서는 언제쯤 몽골 초원의 별밤과 같은 밤하늘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공통적으로 모두의 머리에 스쳐가는 것 같았다.
테를지 국립공원에서의 흥미진진한 말 타기와 에코 산행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에 주 몽골한국대사관과 국립 몽골 대학을 방문하는 귀중한 경험을 가지고 모두들 건강하게 귀국길에 올랐다. 대사관의 박승우 영사님의 친절하고 자상한 설명과 몽골 국립 대학의 바쿠 교수, 갈트바이야르 총장님의 귀한 배려와 환영의 말씀에 지면을 빌려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번 참가자의 고귀한 인연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하여 “동몽까 (동국대가 몽골로 간 까닭은?)” 모임을 결성하고 해단식 겸 발대식을 이삼일 후 장충동 족발집에서 거행하였는데 바쁘신 중에서도 김종우 푸른아시아 국장님께서도 참석하시고 격려해 주셔서 모두들 기뻐하였다. 여행 내내 열정과 애정으로 학생 지도를 맡으신 동국대의 허현식 선생님, 푸른아시아의 김종우 국장님, 장민영간사님, 몽골 현지의 신혜정 팀장님, 김서현 단원을 비롯한 모든 관계자 및 참석자 여러분에게 심심한 감사를 올립니다. 동몽까! 동몽까! 동-몽-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