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미얀마] 다시 생각해보는 ‘국제개발협력’ – 남지영 단원
남지영
미얀마에 온지 5개월. 지금 나는 또 다른 시작의 앞에 서있다.
푸른아시아 미얀마지부가 본격적으로 사막화 지역에서 조림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준비단계를 진행하는 동안 나도 함께 바간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는 것이 결정되었다. 양곤에 계속 머무를지, 바간에 가서 함께 조림사업을 도울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지난 5개월을 돌아봤다.
현지 교육기간이었던 첫 1개월을 제외하고는 거의 한국어 교육에만 집중했었지만 내가 미얀마에 온 것이 한국어 교육만을 위해서는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업무에 열정을 쏟아 붓지는 못했다. 그게 조금 아쉽다. 게다가 현지에서 지역 주민부터 고위급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통역을 하다 보니 내가 몰랐던 세계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되어 혼란스럽기도 했다. 올바르지 않은 사회 구조만 보이고, 안 좋은 이야기들만 귀에 들어오고, 사람에게 상처받고. 아직 사회경험이 없었던 나에게는 사회생활이 이런 것인지, 관계가 얼마나 어려운 건지, 바람직한 리더십이 과연 무엇인지, NGO가 무엇인지, 나는 여기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이론적 지식만 있을 뿐 현장경험은 없었던 내가 경험해보고자 했던 국제개발의 현장은 (아직까지는) 내 이상에만 존재하던 것이었음에 실망하기도 했다.
그래도 곧 학생들을 만나 매일매일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내가 그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고, 학생들과 마주하는 시간만큼은 항상 웃을 수 있어서 그 동안의 회의와는 별개로 한국어 수업만이 양곤에서의 생활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 그렇게 5개월이 흐르는 동안 이곳 생활에 많이 적응했고 학생들과도 친구가 되었고 일도 즐기면서 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지역으로 들어가 주민들도 만나고 싶고 사막화 방지를 위한 활동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계속 남아있어서 나는 바간에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보다 나은 삶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발전 또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그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고, 그러기 위해서 그들을 먼저 이해하고 어울리려는 노력이 국제개발협력의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겉으로 보여지는 번지르르한 무언가와 개발 성과 같은 것이 아니라.. 그리고 진심으로 다가가고 함께하고 싶다. 아집과 편견 없이.
지금까지는 사실 심리적으로 너무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앞으로 남은 시간들에는 아마도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들이 될 지 모르나 즐기면서 웃으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공동체와 함께 서로 북돋으며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