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몽골] 왜! 말을 못하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설 수 밖에 없을까요 – 에르덴 김서현 단원
ED 김서현단원
사람이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려면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번 에세이는 약 4개월간 에르덴에 살면서 가장 꾸준하게 부딪히는 난관인 언어문제에 대한 고민을 살짝쿵 털어놓으려 합니다.
본인은 푸른아시아 파견합격 전까지 몽골어가 키릴문자인지도 모르는 완전한 까막눈이었죠. 한 해간 현장의 몽골 주민직원 분들과 부대끼며 살아야하는 푸른아시아 단체 특성 때문에 나름대로 몽골어 교육에 열심히 임했지만, 막상 4월에 에르덴에 툭하고 떨어지니 정말… 아는 단어도 없지만 아는 단어조차도 들리지 않고, 매일 공부해도 막상 쓰려면 모르겠고. 조림사업은 제 몽골어 실력 성장을 기다려주지 않고. 작년 단원들은 몽골어를 잘했다는 말에 점점 스스로가 작아지더군요. 그 답답함을 벗어나고자 긴 정전 속에서도 촛불 켜놓고 열심히 몽골어 책을 배꼈었지요.
재미있는 점은 언어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들은 오히려 조금 알아듣는 지금에 오히려 크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직원 한 분이 일하는 시간에 전화가 왔는데, 통화시간이 꽤 길어진 상황인거죠. 아예 몽골어를 몰랐을 경우는 ‘하지마’라는 한 단어만 하고 빨리 끊게 분위기를 만드는데, 현재에는 ‘하지마’라고 하면 직원분이 ‘잠시만, ~해서 조금만 더’라는 말을 하고 이를 알아듣기에 단원 마음속에서도 이에 대한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이 포착되는 순간 훅!. 단원 마음속에 왜 갈등이 생기냐고요? 만약 전화를 해야하는 이유가 나에겐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다른 주민직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문화를 존중해야하는 부분, 다른 주민직원들의 시선도 의식을 해야 하는 외부적 요인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뭐 이와 같은 상황들이 다양하게 나타나면서 본인은 요즘 이 질문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네요.
왜 말을 못하면 사회적 약자가 되어야 하는가.
단순히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단순히 나의 의견을 제언하고, 농담을 할 수 없는 문제에 비하면 더 복합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현재에 위치한 사회의 사회구성원들이 쓰는 말을 못한다는 것은, 새 사회에 맨땅에 헤딩한다는 점이 함께 고려되어야 했던 겁니다. 한 사회의 언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조직되었을텐데, 이를 처음 배운다는 것은 그 사회에 지연도 없고, 문화도 모르고, 법도 모른다는 것이죠. 그러니, 몽골어 배우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진짜진짜진짜 열심히 할텐데.
하지만 이런 복잡한 이야기를 떠나서 다시 열심히 공부해야할 것 같아요. 요즘 주민직원분들의 아이들과 친해졌는데, 매번 꽃이랑 손편지를 받아요. 알록달록한 종이를 곱게 접어서 수줍게 내미는데 어쩜 그리 마음이 벅찬지 몰라요. 근데 제가 못 읽고, 못써서 답장도 못 주고 있는게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