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몽골] 이거 그린라이트 인가요? – 이호준 단원

적어도 나에게는 핫하다 못해 핥핥해 주말에는 꼭 챙겨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모 케이블방송의 연애상담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자신의 연애에 관한 사연을 보내주면 그것을 듣고 조언을 해준다. 조언의 방향이 엉뚱할 때도 있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현답도 준다. 때로는, 나도 저런 상황이 있었는데 생각하며 감정이입을 하기도 한다. 이야기를 듣다가 MC와 패널들이 부저를 눌러 그린라이트가 켜지면, 연애를 시작해도 된다는 그런 의미이다.

내가 사는 이 곳 돈드고비에도 그린라이트가 한껏 켜진 곳이 있다. 바로 우리 조림지이다. 처음에는 하얀 눈으로 나를 반기더니, 역시 고비구나 싶을 정도로 황량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여름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온통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이 초록빛은 하늘과 조화를 이루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일하다가도 높은 곳에 올라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확 트이고 미소가 절로 흘러나온다. 지금 이 순간이 하늘과 우리 조림지가 진한 사랑에 빠진 순간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가끔씩 서로 싸운다고 회색빛 구름을 데려오고 비도 쏟아내지만, 한 두 시간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뜨거운 사랑을 한다.

이렇게 사랑하고 사랑받는 곳에서도 생기는 몇 가지 일들이 나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요즘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바로 주민직원들의 불만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처리 할 수 있을까 이다. 사회생활을 오래하지는 않았지만, 그간 느낀 것은 일보다는 사람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관계가 원만하다면 일이 즐거울 수 있지만, 일이 쉬워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게 하면 일이 고역일 수밖에 없다. 주민직원이 30명 가까이 되면서, 이제는 완벽하게 두 팀으로 나누어져서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나오는 불만은 이것이다. 우리 팀은 열심히 일하는데, 다른 팀은 일을 잘 하지 않고 휴식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현장관리자 입장에서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는 주민팀장이 주민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주민팀장의 일하는 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그것이 서로 보기에 아니꼬울 수 있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단원과 주민직원 팀구성을 바꾸어보기로 했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바꿀지는 조금 더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잘 되어서 불만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하나는 술 문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술을 마시는 직원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더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곧 최대 명절인 나담이 가까워 와서 그런지 몰라도 술을 마셔서 결근하는 직원들이 생겨났다. 조림지에서 드러눕거나 말을 횡설수설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은 취하지 않았고 일을 할 수 있다고 우기는 직원도 있었다. 최근에는 술로 인해서 경찰서를 다녀온 일도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 직원들은 유엔사막화방지협약으로부터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 모델로 선정된 현장의 주인공들이기도 하기에 이런 고민들은 곧 해결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조림지 직원들은 항상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