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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적개발원조(ODA) 현황과 문제점 및 대안 (下)

한국 공적개발원조(ODA)현황과 문제점 및 대안에 대해 지난달에 이어 연재되었습니다. 지난호에서는 전체적인 개괄에 대해 말씀드렸다면, 이번호에서는 한국 공적개발원조의 현황과 문제점 및 대안을 다루고자 합니다.

한국 공적개발원조가 국제적으로 기여하고 있는가? (현황과 문제점)
현재 한국 공적개발원조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다수의 논의는 어떤가? 최빈국에 대해 유상원조의 비중이 높다거나, 원조의 규모가 너무 작다거나, 한국 업체가 개발 사업을 수주하는 구속성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아 국제사회 기여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다수다. 물론 이런 지적은 필요하고 해결해가야 한다. 문제는 무상원조의 비중을 높이고, 원조의 규모를 늘리고, 구속성의 비율을 낮춘다고 해서 한국의 국제적 기여도가 높아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우선 한국 개발원조의 질적인 맥락과 내용의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 2000년 한국 정보는 대외협력기금(EDCF)으로 1만 5000여명이 거주하는 몽골 남부 달란자드가드 지역에 화력발전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 발전소는 가동 2개월이 지나 중단된다. 2000년 7차례, 2003년 43차례나 가동이 중단되었다. 2007년 이 발전소를 조사했던 전병역 경향신문 기자는 몽골 정부가 이 발전소를 폐쇄할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한다. 당시 이 발전소를 시공한 현대엔지니어링의 타당성 조사보고서는 몽골 대기기준에 적합한 오염방지 시설을 갖출 것이라고 정리하고, 한국 장비를 보내 시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몽골 발전소 현장 책임자는 한국 장비는 석탄가루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무용지물이라고 밝혔다 한다. 아울러 나는 몽골 현지에서 한국이 몽골 현지 전문가를 양성하지 않았고, 사후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몽골 화력발전소의 사례는 한국형 개발원조방식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문제의 노출이다. 건물과 시설물을 짓고 현지 역량개발과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결과는 고스란히 한국의 잘못으로 돌아온다. 이런사례는 많다.

지난 2011년 3월 3일 아세안타임즈는 2010년 완공한 라오스 비엔티안주 폰홍군(Phonhong)관개수로에서 물이 역류하고 시멘트가 갈라져 붕괴 위험이 발생하는 등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관개수로는 2008년 공사를 시작, 2010년 완공한 농업용 토목공사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무상원조 자금으로 건설한 관개용 댐과 농수로다.
이 토목공사는 문군(Muang Mun)수로건설사업과 함께 총 공사비 49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63억원)로 코이카 라오스 사무소의 국제입찰을 통해 광동No.3라는 중국계 건설업체가 낙찰 받아 시행했다. 또 동 언론은 광동이 건설한 폰홍군 수로는 준공 후 누수 균열로 인한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 시공업체에 보수공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환경과 지역주민의 삶에 악영향을 끼친 잘 알려진 사례들도 있다. 한국의 공적개발 원조로 대우 인터내셔널이 시행한 필리핀 남부지역 통근철도 건설 사업의 경우다. 대우 인터내셔널은 공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을 강제이주 시키면서 현지의 비난을 받았다. 유상원조 자금으로 시행예정이었던 인도네시아 카리안(Karian)댐 사업의 경우 건설 초기부터 강제이주 및 환경파괴 등으로 지역사회의 비난에 직면하여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 이후 한국 정부는 인권사회영향평가를 실시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했다.

나는 그 이외 몇 몇 사례들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실행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공적개발원조가 주로 건물과 시설물을 짓고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보건소를 짓고 의사가 없어 운영을 못하는 기이한 현상들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한국형 공적개발원조의 현실이다. 이래서야 국제적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제대로 기여를 하려면 현지 전문가를 양성하고 주민역량을 개발하고 국제적인 인권기준과 환경기준을 지켜야 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주로 기업들이 공적개발원조 입찰에 참여하는 데서 시작한다. 대기업이 공적개발원조를 시행 할 경우 기한을 맞추는 등 효율성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인권과 환경 현안이 무시되거나, 주민역량이 개발되지 않는 속성을 갖고 있다.
물론 정부와 기업은 한국에 개발도상국의 공무원과 담당자들을 데려와 연수를 해서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교육을 해서 역량개발을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연수교육은 한국의 성과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나는 개발도상국에서 온 공무원들과 현지 사업 담당자들을 위한 초청 연수를 기획하거나 강의를 한 지금까지의 사례를 다양하게 분석해본 적이 있다. 물론 나도 이 기획에 따라 강의를 여러 차례 한 적이 있다. 이 때마다 현재의 단기 초청 연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항상 느껴왔다. 개발도상국이 처한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 연수가 아니라 한국의 이론과 사례를 주입하는 한 개도국의 주인의식을 형성하거나 동기부여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진정한 역량개발은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주민들과 현지 공무원들이 지역현안을 함께 해결하면서 토론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면서 실시되어야 기대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즉 개발 현장에서 진행해야 효과가 있다. 따라서 한국은 현장의 풀뿌리 역량 활성화를 지원해야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이다.

개선을 위한 대안 : 인권에 기초한 접근을 해야
2012년 9월 정부가 작성한 한국형  ODA모델 추진방안은 2011년 부산에서 개최한 세계개발원조총회(HLF-4)성과와 유엔이 추진해온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수용한다. 그래서 개발협력패러다임을 원조효과성에서 개발효과성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했다. 기본 지원국 중심의 입장에서 개발도상국의 성장, 역량개발 등 원조의 궁극적 목적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한국형 개발협력의 추진원칙을 효과성, 조화성, 진정성, 호혜성으로 정하고, 추진방식을 선택과 집중, 현장과 성과, 참여와 협력, 인프라 확충으로 정리를 한다.
그리고 경제, 사회, 행정제도.거버넌스. 미래.범분야 이슈로 나누고 159개의 영역별 개발협력 풀(pool)을 구성한다. 분명 한국형 모델의 큰 방향을 정했다는 점에서 진전이 있었다.

그렇지만 너무나 큰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원칙과 방식을 어떻게 현실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과 기준이 없다. 예컨대 조화성의 원칙에서 국제규범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 사회, 행정제도, 미래 이슈에 대한 영역별 국제 규범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적개발원조는 개발도상국의 현장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실행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영역별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실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유엔개발계획(UNDP)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피해지역 주민역량개발 기준(전략 가이드라인, 실행 키트 등)을 개발해서 국제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국제적 기준을 영역별로 만들어 실행사업에 적용해야 한다. 진정성의 원칙을 통해 수원국 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개발협력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개선의 기준은 이미 세계은행이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평가하면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공적개발원조는 언제나 개발도상국이라는 현장이 있다. 그리고 그 현장에는 삶을 경영하는 주민들과 지역 행정부, 풀뿌리 기업들이 있다. 대규모의 지원을 한다고 해도 현장이 스스로 서지 못한다면 성과는 없다는 것이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올해 런던에서 정리한 내용이다. 이는 자선에 의한 접근(CBA, charity based approach)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현지의 필요에 의해 접근(NBA, needs based approach)으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선에 의한 접근과 필요에 의한 접근은 주는 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원국(개발도상국)중심주의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 여전히 주는 자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은행도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바꾸어야 한다. 받는 사람이 주인이고 이들이 결정할 권리를 갖는 인권에 의한 접근(RBA, human rights approach)을 수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 거버넌스의 실현, 주민참여와 주민의 책무성 실현, 주민의 의사결정, 주민의 역량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공적개발원조가 실시되어야 한다. 문제는 공적개발원조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에너지와 자원을 얻기 위해서 또는 한국 기업이 현지에 진출하는 수단으로 이를 사용하기 위한 의도를 갖는 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진정한 국제협력은 상대국이 인정을 해야 실현된다.

아울러, 한국 공적개발원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한국 시민들에게 공적개발원조의 진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공개를 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아울러 시민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인 1인당 공적개발원조에 약 3만 4900원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 공적개발원조의 전액이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실시되고 있다. 특히 공적개발원조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참여와 성과를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다수의 기업이 이윤이라는 동기에 의해 움직이면서 개발도상국 현장에서 주민 역량개발이라는 성과를 내는 것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들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공적개발원조의 규모를 키워야 하는 현재 국민적 지지를 받기 힘들다. 그래서 기업이 참여해야할 경우 기업의 참여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기업들이 만든 성과를 공개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기업의 국제적 사회공헌을 활성화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지난 6월 30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한국국제협력단 김영목 이사장이 출연하여 한국형 공적개발원조를 설명하면서 (공적개발원조는 개발도상국 현지 주민들이) 스스로 깨닫고 동기를 부여해 함께 모여 협력하고 나누는 것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 동기부여 그것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인권에 의한 접근을 공적개발원조의 기준으로 수용해야 한다. 결국 개선을 위한 대안은 인권에 의한 접근을 통해 영역별, 프로그램별로 국제적 기준을 정하고, 현장에서 실현하는 데에 있다.

-오기출 사무총장 글 / 계간 민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4년 겨울호(통권 10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