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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너무나 많은 처음 – 바가노르 사업장 김현진 단원

2013년이 다 갔다.
여태까지 살면서 새 해에 대한 기대를 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에 놀랐을 뿐 새 해가 된다는 것, 2014년이 온다는 것에 대해 딱히 들뜨지 않았다. 예쁜 모습으로 산타와 루돌프를 기다리긴 커녕 12월 25일을 전후로 먹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쭉-아침 점심 저녁으로 먹고 있다. 역시 다이어트는 신년다짐으로 넘어 가게 되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다이어트 빼고 할 건 다 했다. 몸소 부딪히다 보면 무언가 느끼겠지하고 온 몽골에서 삽도 들고 럼도 들고 양동이로 물 퍼내고 벌레도 죽이며 20년이 넘는 인생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경험도 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분에 넘치는 주목을 또는 간섭을 받은 것은 참 알쏭달쏭 한 기분이었다.
신명나게 놀고 내려와서 정희언니 생일부터 앓아 눕고, 선생님까지 집으로 오게 만든 내 저질 체력도 처음, 해외에서 그것도 부모님 없이 맞이하는 새해도 처음, 설렘을 가득 안고서 2014년을 기다리며 올라간 유비에서는 손가락이 부어 정초부터 손가락을 째는 경험도 했다.

온전한 내 선택으로 무언가를 향해 도전하고 그것이 내게 많은 처음을 가져다 주었을 때의 기분을 느낀 것도 처음이었다. 푸른아시아와 함께 하면서 서러워서 울기도 하고 여과 없이 분노를 발산하기도 했지만 그것조차 무한 긍정으로 승화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렇다. 결국 푸른아시아의 송년회는 재미있었고, 푸른아시아에서 일하다 떠나는 직원 분에게 아쉬움이 들고, 더 이상 여름의 바쁨과 정신없음을 같이 경험할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생긴다. 동고동락했던 정희언니와 함께 할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는 것이 문득문득 생각 나 섭섭하고, 3월 딱 한 달 동안 지지고 볶았던 푸른아시아 단원들과의 시간이 계속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내 1년의 시간은 소중했으며 그 시간 속 내 사람들은 아름다웠음이 틀림없다.

1월1일 이라고 해봤자 12월 31일의 연장선상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연말연초라는 이유로 들뜨지 말자고 스스로 당부했고 다이어리를 바꾸는 것 외에는 특별하지 말자고 다짐 해 왔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2014년으로 넘어가던 시점 역시 드라마틱한 무언가는 없었고 그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을 뿐이다. 단지 내가 기억하는 내 삶에서 가장 처음이 많았던 이 시간을, 그 속의 사람들을 희미하게나마 떠올려 볼 수 있는 2013년이 되었음에 조금은 특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