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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적개발원조(ODA) 현황과 문제점 및 대안 (上)

한국 공적개발원조(ODA)현황과 문제점 및 대안에 대하여 이번달과 다음달 두번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번 호 에서는 국제적 공적개발원조 성과를 바라보는 시각과 한국형 공적개발원조의 개괄에 대해서 다루고자 합니다.

 

국제적 공적개발원조의 성과=주민역량개발

지난 2012년 5월 21일 세계은행연구소(World Bank Institude)가 녹색무역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여했을 때다. 내가 발표한 주제는 기후변화로 파괴된 몽골의 빈곤저감과 생태복원 모델이었고, 이 주제의 토론자로 세계은행 연구소의 기후변화 담당자가 함께했다. 그런데 토론자로 참여한 세계은행연구소 담당자가 의외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는 2000년 이후 10년 이상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빈곤저감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세계은행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세계은행은 지구촌의 현안인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빈곤저감, 기후변화 대응활동 등을 지원하는 다자간 원조은행이다. 아울러 다양한 나라에서 파견한 유능한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대단한 세계은행이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고 성과가 없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발표가 끝나고 식사를 함께 하면서 세계은행연구소 담당자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요지는 이랬다.

10년 이상 세계은행이 기후변화 피해지역인 개발도상국에 전문가를 보내 피해지역이 필요로 하는 것을 조사하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 계획에 따라 학교도 지어 주고 병원도 짓고 약도 보냈다. 그런데 정작 현지에 사는 기후변화 피해주민들의 생계 개선과 인식증진, 역량개발에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세계은행이 성과가 없다고 했고, 결국 성과의 기준은 주민들의 역량개선, 생계개선, 인식증진에 있음을 강조했다.

2013년 6월 19일 런던에 소재한 톰슨 로이터 재단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같은 맥락으로 발표를 했다. 김용 총재는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빈곤저감을 위해 세계은행이 많은 지원과 투자를 했는데 성과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그는 개발도상국의 빈곤현장에서 전문가들이 태양광이나 설치하자고 하는 따분한 대답이나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기후변화를 이해하거나 주민들에게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데 전문가들이 돕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피해지역의 피해주민들이 참여하는 풀뿌리 활동의 성과를 만드는 것이 정작 필요한 과제인데도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고 성찰하고 있었다.

공적개발원조의 국제적 기준을 만들고 예산을 집행하는 세계은행의 지난 경험과 평가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피해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추는 점과 지원 주체들도 주민들의 삶의 개선, 역량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은행은 공적개발원조의 새로운 모델개발에 들어간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 공적개발원조는 어떨까? 혹시 세계은행이 그동안 경험한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한국형 공적개발원조의 현황과 문제점

1) 한국형 공적개발원조 개괄

한국 개발원조는 한국형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로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불리고 있다. 공적개발원조는 국제개발협력에 사용하는 개발재원 중 하나로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 공공 기관이나 원조집행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복지향상을 위해 개발도상국이나 국제기구에 제공하는 자금으로 정의된다. 통상 한국 공적개발원조는 1987년부터 유상원조 기관인 수출입은행의 대외협력기금(EDCF)과 1991년 설립한 무상원조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금이 주요 재원이다. 현재 한국은 이 두 기관을 포함하여 30개의 공공기관이 공적개발원조에 참여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통해 이렇게 다양한 범정부 차원의 주요정책을 조정, 심의, 결정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이 원조를 시작한 1987년 원조규모는 2,350만 달러였고 2012년에는 15억 5,000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2012년 규모는 유엔이 권고하는 수준이 1/5이고,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해 원조의 비중이 작다고 국제사회에서 평가하고 있다.

한국형 개발원조의 방향은 그 동안 민주화와 고도의 압축 성장을 이룬 한국의 경험을 다른 개발도상국의 사회 경제적 변화를 돕는데 활용하자는데 있다. 한국의 개발 경험이 비교적 최근이라는 점, 경제위기 극복의 경험과 다양한 산업화 단계를 갖고 있다는 점, 인구와 경제 규모면에서 중간 크기기에 비슷한 인구 규모의 개발도상국이 모방 가능하다는 점을 한국형 개발원조의 장점으로 들고 있다. 한국의 원조 규모와 원조 역사가 짧다는 점에서 한국의 경험 공유전략이 원조의 효과성과 파급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한국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2012년 9월 14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한국형 ODA모델 추진방안을 만든다. 이 정책 문서야 말로 한국의 발전 경험을 토대로 수원국의 빈곤 퇴치, 자립, 지속가능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실천전략임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한국형 ODA 모델에 근거한 한국형 사업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문제는 그 내용이 애매하다는 데 있다. 현재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나 가이드라인,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형 독자적 모델의 실체는 모호하다. 정우진 연구원이 2010년 한국국제협력단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직원 중 53.8%가 한국형 원조 모델의 실체에 대해 모호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실체의 모호함이 개발협력의 집행과정에 적용될 경우 심각한 위험성과 혼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형 원조모델이 현재 다른 개발도상국가에 복제 가능할까? 여기에 대답은 다소 심각하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을 해온 60년대, 70년대와 지금의 세계정치, 경제, 사회의 흐름은 매우 다르다. 현재 탈냉전, 개방 경제, 환경과 인권보장, 지속가능성 등이 국제 사회의 주요한 흐름이다. 그래서 냉전, 보호무역, 중앙 집권적 성장, 환경과 인권의 희생 위에서 고도의 압축 성장을 한 한국의 모델을 다른 개도국에 적용한다는 것도 위험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