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면 0이 되는 법칙 – 바가노르 사업장 김현진 단원
바가노르 사업장 김현진 단원
11월이라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었던 푸른 초원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힐링을 만끽하던 시기가 지나갔다. 어느 순간부터 아침에 눈을 떴을 땐 하얀 눈으로 세상이 뒤 덮여 있었다. 이제 겨울이 왔으니 레전드 몽뚱이가 되지 않기 위해 헬스장을 등록했다.
일주일, 다리가 후들거리고 어깨가 욱신욱신 거렸다. 양동이 관수할 때 보았던 근육들이 되살아나는 듯 한 착각도 들었다.
둘 째 주, 운동을 했으니… 먹어도 되지 않을까?
셋 째 주, 어차피 운동할건데 많이 먹지 뭐.
넷 째 주, 그냥 덜 먹자. 운동 못하겠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패기 넘치게 운동을 그만두었다. 초반부터 달리다가 막판에 슈퍼 레전드 몽뚱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날려 주셨던 모 단체 지부장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운동을 1월 한 달, 한국으로 향하기 전 바~짝! 독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살 빼는 것과 관련된 것이면 무엇이든 포기하고 보는 내 스스로가 조~금 한심해질 때 쯤 나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다. 사실 내 입으로 재능이라고 말하기에는 상당히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정희언니도 지부 상근자분들도 상당히 만족시켜 드렸다는 점에서 내 자신이 꽤 자랑스러웠다. 물론,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그림 실력이 전혀 없었다. 특징을 캐치 해 내는 감각 따윈 전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여유가 생기니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찾아가게 되고 그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캐릭터들은 모두 모 웹사이트에서 모방한 것이지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굳게 믿는다.
이렇게 만족스럽고 재미있는 일상을 만들어가면서 살다 보면 꼭 한 번 씩 아름다운 내 일상을 뒤집는 사건들이 찾아오곤 한다. 내 얼굴이 뭐 그렇게 부티나게 생겼는지(!) 나만 보면 어떻게든 돈을 더 받으려고 하는 택시 기사들, 몽골 땅에서 시끄럽게 하지 말고 나가라는 거친 아주머니들. 물론 나는 매우 많은 좋은 관심과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것 못지 않게 엄청난 삥 뜯김과 욕설을 듣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되 뇌이는 것이 바로 ‘다 합치면 결국 0’ 이라는 것이다. ‘0을 만들려고 온 것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래도 0.1은 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여전히 갖기도 한다.
즐거운 일상, 욕먹는 일상, 재능의 발견, 부티나는 내 얼굴의 발견(..).
이렇게 네 개를 합치면 0이 된다. 0.1이라도 만들어 보려고 연장을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어느 샌가 한국 갈 날을 세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11월도 이렇게 다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