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에 대한 고찰 – 바가노르 사업장 공정희 단원

 

Baganuur 파견단원 공정희

연말이 성큼 다가왔다. 조림사업이 종료된 후, 난 어떻게 지내왔을까. 갑자기 결정된 10월 가을식재로 정신없던 날들, 바가노르 지역 내 홍보 공간을 준비하며 홍보물을 제작할 재료들을 구입하기위해 울란바토르와 바가노르를 바쁘게 오가던 일, 그리고??!!! 지금까지는 언제나 업무 외의 일들과 재미있는 에피소드,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과 내 삶을 돌아볼 일들이 끊이질 않았기에 단순히 ‘일’을 한다는 것 이상으로 이곳 몽골에서의 하루하루에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조림사업이 끝나고 그토록 기다렸던 겨울이 왔는데 요즘 나의 날들은 식상함 그 자체랄까.

원래 소풍 가기 전날 밤이 가장 설레듯, 여행을 떠나기 전 계획을 세울 때가 가장 신나듯 몽골에서의 나의 겨울도 그러한가보다. 한창 바쁘던 여름엔, 새벽 5시면 집을 나서야만 했던 그 여름엔 조림사업이 끝나는 오늘이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그래서 조림사업이 끝난 후의 날들을 상상하며 스스로 위로를 했던 것 같다. 겨울이 오면 그동안 여기저기서 모아놓은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봐야지,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읽어야지, 눈 쌓인 테를지를 여행해야지, 주말마다 울란바토르에 가 친구들도 자주 보고 맛있는 것들도 많이 먹어야지, 그리고 등등.

그런데 막상 현실은 기대와는 다르게 허전하고 먹먹하기만 하다.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던, 상상만 하던 바로 그 날 가운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뚝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눈 쌓인 조림사업장의 모습이 낯설고 매일같이 보던 우리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모습이 그립다. 오후 다섯 시면 어두컴컴해지는 이 계절이 버겁다. 8월부터 붙들고 있던 책을 이제야 다 읽을 수 있었지만 그다지 보람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지금 이 시간에 대한 기대는 컸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탓일까. 아니면 이곳 바가노르를 떠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실감나기 때문일까.

지난 10월을 무기력함 속에 흘려보내느라 매달 빠지지 않고 에세이를 작성하여 역대 가장 성실한 파견단원이 되어보겠다는 야무진 계획은 이미 물거품이 되었다. 그럼 이제 몽골에서의 남은 날들을, 이 싱숭생숭한 연말을 어찌해야 잘, 그리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먼 기대와 막연한 상상이 아닌 ‘현실감’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