훙비쉬, 이글루 그리고 하마르~! – 에르덴 사업장 백민주 단원

 

 

에르덴 사업장 백민주 단원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의 축제엔 늘 주인공처럼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눈을 이용해서 만든 작품들이다. 한국에 있을 때 텔레비전을 통해 본 그런 광경 들은 언제나 나의 동경 대상이 되었다. 눈으로 만든 사람부터, 내부가 모두 눈으로 이루어진 집 까지… 언젠간 나도 꼭 만드리라! 라는 마음을 들게 만드는 수많은 것들!
사실 내가 살던 수원은 이름의 뜻만 물의 근원이지 근원이다 싶을 만큼 강우량이 많지 않다. 뭐, 뭐든 적당한 게 좋긴 하지만 나는 가끔 내 무릎까지 오르는 폭설을 기대했었다. 

이제 나는 눈이 많이 오는, 혹독한 겨울이 있다는 몽골에 왔다. 바람이 차가워 질수록, 손이 꽁꽁 얼어 갈수록 나는 눈을 기대했다. 하지만 하늘이 흐려도, 저 쪽 산 너머에는 눈이 온다는데, 유난히! 우리 조림장에만 눈이 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9월 10일 화요일 . 어김없이 구덩이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드디어 첫 눈이 내렸다. 그리고 끝이었다. 함박눈이 내렸지만 쌓이진 않았고 눈이 오든지 말든지 우리는 구덩이 작업을 계속 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나서야 제대로 된 눈이 왔다. 드디어! 눈이 쌓인 것이다. 하지만 그 양은 많지 않아 ‘훙비쉬 Х?н биш’ (사람이 아니다)라는 이름의 눈사람을 만들고 끝이 났다. “다음에 눈이 많이 오면 우리 이글루를 만들자!” 라고 다음을 기약하며..

또 몇 주 안되 눈이 많이 내렸고, 우리는 집에서 못쓰는 양은냄비며 국자며, 그리고 지금은 양파장아찌가 고이 담겨있는 김치 통까지 들고 나와 열심히 이글루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될 것 같았다.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글루를 만들고 그 안이 얼마나 따듯한지 (정말 너무 궁금하다..) 직접 확인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힘차게 김치 통에 눈을 담고, 꾹꾹 누르고, 집 앞 훙비쉬 옆, 우리 세 명 모두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가 되어야 한다며 크고 둥글게, 열심히 열심히 눈을 넣고 쌓고 다시 넣고 쌓고를 반복했다. 하지만 너무 추워 스키장갑을 껴도 손이 얼어버려 한 시간만 작업해도 얼어 죽을 뻔 했다. 그렇게 몇 일 동안이나 반복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 자연스레 단원 세 명중 그 누구도 이글루를 만들러 나가자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뭐 , 그렇게 그 이글루는 동네 강아지들이 밀어서 넘어지고 뜨거운 햇볕에 녹아 형체를 잃은 지 오래다. 

그래도, 또 다른 작품이 있다. 바로 ‘하마르 Хамар’.  이름이 왜 한국어로 코라는 뜻의 하마르가 된 것인진 나도 잘 모르겠으나.. 우리 집 앞에 하마르 라는 눈사람이 있었다. 10월의 마지막 주. 주민들과 마지막 작업으로 눈 쓸기를 하다, 우리 집 앞에 자리하게 된 ‘하마르’는 주민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물론 얼굴이 될 눈이 뭉쳐지지 않아 한 아주머니께서 우리의 이글루 벽 한 칸을 아주 단호히 떼어 쓰셨기 때문에 녹아버린 이글루의 영혼도 그 안에 들어있다 하겠다.

에세이를 쓰는 지금은 내가 앞에서 자랑한 이 세 작품 모두 녹아서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직 오래가는 ‘작품’을 만들기에는 날이 따뜻한가 보다. 뭐 어쨌든 지금까지 눈이 올 때마다 우리 집 앞은 하나의 축제의 장이 되는 것 같다. 아니면 작은 박람회?
앞으로 눈이 얼마나 올지, 그리고 얼마나 쌓일진 모르겠으나, 그리고 사실 이젠 눈으로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열정보다 차가운 공기가 더 생생히 느껴져 앞으로 작품을 만들 순 있을 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몽골의 겨울 눈은 참 잘 뭉쳐지고 무언가도, 참 잘 만들어진다!

 

 [ 한 때 우리 집 경비원이었던 ‘훙비쉬’]

 [아마도, 우리 동네 개 중 대장(?) 흑구의 아지트가 되버린 녹아버린 이글루의 잔해]

[ 주민들이 눈 치우며 모은 눈으로 만든 우리 ‘하마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