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탐험 중! – 에르덴 사업장 백민주 단원
에르덴?사업장?백민주 단원
우리 조림장 근처에는 자연과 칭기즈 동상밖에 없다. 나를 포함한 에르덴 단원들은 각자 쉬는 날이면 조림장 근처로 놀러 다닌다. 나는 이 것을 탐험이라 칭한다. 마을 탐험. 뒷 산 탐험, 앞산 탐험…? 오늘은 집 앞에 있는, 돌 산에 나무 몇 그루가 우뚝 서있어 굉장히 인상 깊었던, 주민들 말씀으론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이 나무 옆에 있다는, 그 돌산으로 향했다.
누군가 나에게 암벽등반을 하면 살이 가장 많이 빠진다고 했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에이~ 했는데 오늘, 그 말이 맞다는 것을 느꼈다. 바위로만 이루어진 듯한 산은 가팔랐고 바위는 미끄러웠으며 나는 청바지를 입고 런닝화를 신은채였다.? 두 손이 살기 위해 각종 돌들을 잡아댔다. 돌을 잡을 때마다, 집에 있는 수많은 츄리닝과 두 켤레나 있는 나의 등산화가 생각났다. 아 푸른아시아의 작업용 장갑도.?
정상에 올라가니 타임머신을 타고 석기시대로 온 것 같았다. 사람이라고는 나밖에 없고, 어디서 티라노사우르스 한 마리 조용히 나타날 듯이! 뭐.. 웅장한 자연이 있었다는 말이다. 이제 몽골 자연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은 입 아플 정도다. 그 웅장한 자연 안 넓은 바위 위에 누워있으니 신선이 된 것 같았으나, 곧 추워졌다. 이제, 동굴을 찾을 때가 된 것이다.?
??나무 옆에 있다는 동굴을 찾기 위해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일곱 그루의 나무 사이사이를 누비며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 다섯 번쯤 낚였을까, 정확히 오른쪽에서 두 번째 나무, 내가 간 마지막 나무의 옆에 정말 한 사람이 들어갈만한 바위와 바위 사이의 틈… (아마 이것을 동굴이라고 하는 것 같다.!)이 있었다. 한번 기어서 들어가볼까 했는데 나에게 랜턴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준비성 제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 주머니엔 디카, 음악을 듣기 위해 가져왔으나 출발 10분만에 꺼져버린 스피커 뿐. 카메라 후레쉬를 사용하여 동굴 안의 사진을 찍었을 때 동굴 안에서는 샤머니즘 활동이 이루어지는 듯 음산했고 각종 빈 그릇, 목이 떨어져 나간 종교적 장식 비슷한 것? 빈 이상한 나무상자? 까지 있었다. 마침 그저께 밤 무섭다는 영화 컨져링을 본 후라 나의 상상력은 그 어떤 작가들보다 풍부했다. 몽골에서 늘상 볼 수 있는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동물의 뼛조각도 그 순간은 공포로 다가왔다. 몽골에 샤머니즘이 활발한 것 또한 알고 있었지만 그 순간은 나무에 묶여있는 하닥(천)도 공포 그 자체였다. 동굴에 들어가보기 위해 엎드려 눕기까지 했으나 도저히 들어갈 수 가 없었다. 그렇게 돌아섰지만, 뭐, 어쨌든 동굴을 찾긴 찾은 것이다.
산행과 탐험을 끝내고 나서 집으로 걸어오면서 나는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고등학생 때 내 꿈은 오지탐험가였다. 대학교 1학년 한 교수님의 첫 수업 때, 교수님이 나를 콕 찍어 꿈이 뭐냐 물었을 때도, 처음 본 동기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오지탐험가라 대답했었다. 그 때 교수님께서 ‘그럼 몽골학과에 들어왔으니 꿈에 한 발 더 다가섰다’라고 답해주셨다. 현재 나의 꿈은 오지탐험가는 아니다. 한 때 그런 꿈을 꾸었었다는 것도 얼마 전에 그런 적이 있었지 라고 회상한 정도다. 하지만 오늘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비록 그 꿈이 이제 그 꿈이 아닐지라도 나에게는 그 꿈을 안고 살아온 시간들이 있다. 그런 시간들이 오늘의, 이곳에서의 ‘탐험’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결국 나는 작게나마 오지탐험가라는 꿈을 이룬 셈이다. 내가 지금 있는 이 곳이 오지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름대로의 탐험은 매주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것이 행복이고 활력이다. 반복되는 탐험에도 몽골의 자연은 볼 때마다 경외감을 준다. 나도 내가 자연을 통해서 힐링하는 사람인지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아무튼 다음주 쉬는 날엔 또 어디에 갈까. 이제 정말 몽골이 추워질 날이, 눈이 한아름 내릴 날이 얼마 안 남았다. 눈이 한껏 오기 전까진, 너무 추워 얼어 죽기 전까진, 내 탐험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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